아버지 어머니는 자유입니다
2022년 5월, 장인장모님이 오셨을 때 우리는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달부터는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1년 넘도록 계속된 비대위 체제의 공식적인 종료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장인장모님은 약간 놀라셨지만, 생각보다 담담한 반응을 보이셨다. 오히려 후련하신 듯한 기색.
"아, 그래? 이제 너희끼리 할 수 있겠구나."
"네,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딸이랑 사위가 이제 둘이서 애 키울 정도로 상황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서운한 기분은 전혀 아니신 것 같았다. "손주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물론 손주는 정말 예쁘지만, 매월 서울 와서 일주일씩 지내는 것도 나름 부담이셨을 것이다.
공식적인 비대위 종료를 기념해서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4인 초과 집합금지를 하던 시절에 일종의 유원지에 가는 것이 특별한 기분이었다.
"와, 사람이 정말 많네."
"그러게. 이런 곳에 온 게 언제였지?"
아들은 동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동물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더 재밌어 보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즐거웠다. 특히 장인장모님은 손주와 함께하는 마지막(?) 나들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더 적극적으로 구경하셨다.
비대위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완전히 끝은 아니었다. 필요할 때 며칠씩 와달라는 부탁은 계속 드리기로 했다.
"가끔 제가 출장이 있거나 아내가 바쁜 일이 있을 때만 와주시면 돼요."
"그래 그렇게 하자. 필요할 때 연락해라."
장인장모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정기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비상시에는 여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있다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비대위 종료 후 일상이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3주간 셋이서 버티던 기간이 자연스럽게 4주로 연장되는 정도였다.
새로운 4주 루틴:
평일: 아내 등하원, 나는 퇴근 후 집안일
주말: 오전 아들과 외출, 오후 가족 시간
외부 서비스: 청소, 아이 반찬 배달 지속
"생각보다 할 만하네?"
"그러게. 왜 이렇게 걱정했지?"
특별한 어려움 없이 한 달이 지나가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1년 동안 아들도 많이 컸고, 우리도 부모로서 레벨업한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니 비대위 체제가 시작된 2021년 5월과 비교해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아들의 성장:
2021년 5월: 22개월, 어린이집 적응 중, 감기 자주
2022년 5월: 34개월, 어린이집 완전 적응
부모의 성장:
2021년 5월: 맞벌이 육아 초보, 모든 게 힘들고 걱정
2022년 5월: 나름의 루틴 정착, 외부 서비스 활용 노하우 장착
1년 동안의 비대위 체제를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2021년 5월: 비대위 체제 시작 (엄마 + 장인장모님)
2021년 11월: 엄마 하차, 비대위의 비대위 시작
2022년 5월: 비대위 공식 종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들:
맞벌이 육아의 현실적 노하우
외부 도움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
부모님들과의 시간
가족 셋이서 일상을 보내는 루틴
무엇보다 부모님들께 받은 도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특히 장인어른의 헌신적인 육아 참여는 정말 잊을 수 없다.
비대위 체제 종료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제 정말로 우리 가족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진짜 독립이네."
"그러게. 뭔가 후련하면서도 약간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걱정이 크진 않았다. 1년 동안의 훈련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한 달을 보내고 있던 2022년 6월, 비대위 체제를 종료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그 시대 모든 집이 겪어야 했던 일.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