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너머 전하는 사랑 : 미국 이모에게 택배 보내기

트럼프의 택배 관세 정책을 뚫고 사랑 보내기

by 마고

미국에 살고 있는 이모가 올해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유학으로 출발해 이민까지, 약 20년 가까이 미국에 살면서 처음으로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는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 엄마는 위로 언니가 두 명, 오빠가 한 명 있는 4남매 중 막둥이.

다들 막내인 엄마의 하나 뿐인 외동 딸도 예뻐해줘서 친척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특히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작은 이모는 내가 '두 번째 엄마' 라고 부를 정도로 나와 성격도, 가치관도 잘 맞아서 어렸을 때는 항상 작은 이모를 쫓아다녔다.


그런 이모가 먼 타지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안좋아 뭐라도 챙겨주고 싶었다.


당장 인근 대형마트에 가서 큼지막한 박스 가득 한국 음식, 과자 등 선물을 쓸어 담았다.

뚱뚱해진 박스를 정성스럽게 싸고, 이제 막 보내기만 하면 됐는데..!

거짓말처럼 TV에서 미국 택배 관세 정책이 바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쩌면 공교롭게도 내가 딱 택배를 보내려 할 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우체국에도 가보고, 택배 발송 대행 업체에도 여럿 연락해봤지만 정책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고 예민한 시기이니 나중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연락만 돌아왔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드디어 미국에 택배를 보내고 이렇게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 보낸 사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김밥' 이 주목 받아

트레이더스 조 Traders Joe 에서는 냉동김밥이 1인 당 1개로 구매가 제한됐다는데..


한국인이라면 힘, 힘, 김밥 힘 아니겠나 싶어 가장 먼저 담은 김

디자인에 독도가 그려진 성경 김 20봉


최근에 먹어보고 간식처럼 쌓아두고 집어 먹었던 박향희 참나무 명란 바삭김까지


완도 김.jpg

벌써 김 종류가 두 개나 되는 것을 보면 역시 한국인이 맞나봐요..

역시 전세계 1인 당 해조류 소비율 1위 국가


미국에는 가공육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육류를 보낼 수 없다.

그리하여 마트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며 모든 제품의 성분 하나 하나 읽어보고 구매한 음식들


골뱅이, 꼬막, 비빔면, 국수, 떡볶이 등 모두 원재료명에 고기가 안들어간 제품으로 구매

하나 하나 No meat products 라고 써붙였다.


소스류나 양념류도 마찬가지로 고기가 안들어간 소스로만 가득

강된장, 시래기, 커리, 된장찌개, 쌈장, 순두부


그리고 수술 후 아픈 이모를 위해 을 잔뜩 샀다.

당연히 소고기 죽은 안되니 단팥죽, 단호박죽, 전복죽, 야채죽으로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숟가락 등은 전부 빼는 센스


혹시라도 먼 길 가는 길에 터질까, 지퍼백이나 비닐에 꽁꽁 싸매 상자에 쌓아 넣었다.

캔으로 된 김치, 깻잎장 등 몇 가지 반찬을 더 넣고 뽁뽁이를 한 번 덮어줬다.


그 위에는 이제 이모와 이모부에게 보내는 선물들을 쌓았다.


<아시아> 출판사의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중 몇 권,

그리고 왜인지 ebook으로는 읽을 수 없는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


다이소에서 이것 저것 보낼 것 없나 둘러보다가 만든 이름 스티커


미국 청소년들이 좋아할법한 스티커다이어리, 문구류도 쏘옥


미국 칫솔은 너무 크고 억세다길래 한국 칫솔도 넣어서 보내줬다.


이 밖에 텀블벅으로 구매한 윷놀이김홍도 작업이 들어간 캔트스탑이라는 보드게임도 보내줬다.

먼 곳에 있어도 명절 때마다 윷놀이를 하면서 한국의 기억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


그렇게 어찌저찌 상자를 포장하고 보니 이렇게나 빵빵하게 꽉 찼다..!

자그마치 16kg나 되는 사랑


우체국에서는 아직 미국으로 ems 발송이 불가능해 발품 팔아 배송 대행 업체를 찾아 택배를 보냈다.

늦으면 내년에나 (..) 도착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출발한 지 이틀만에 택배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이후로 이모가 간간히 보내오는 인증샷

비싸기도 하고, 멀기도 하니 H마트를 자주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을텐데 이모가 한동안은 마음 놓고 편하게 한식을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배부르고 행복하다.


멀리 있어 자주 보기 어렵지만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사랑

이 정도면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미국 가족에게 잘하기에 슬쩍 동그라미를 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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