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프로포즈 말고, 여자 먼저 선프로포즈
2016년 12월 14일, 애인을 처음 만났다.
미술학과는 졸업 전시를 하는 4학년을 빼고 매 학년이 연말에 한 번, 1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하는 과제전을 한다.
2학년 때는 학과 부회장을 했기 때문에 전시 준비를 거의 도맡아했다.
전시 오프닝 날, 같은 과 친구가 교양 수업에서 만난 친구라며 남정네 둘을 인사시켰다.
그 중 한 명이 지금의 내 애인.
나는 그 때 인사하면서 애인을 처음봤지만 애인은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 내가 벽에 걸린 큰 작업을 올려다보고 있는 옆모습을 봤다고 한다.
마치 영화처럼 미술 전시에서 서로를 만난 지 꽉 채워 9년이 되는 2025년 12월 13일,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뜻은 그의 대답이 YES 였다는 것.
여자 먼저 서프라이즈 프로포즈를 준비한 결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프로포즈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네가 프로포즈를 해? 라고 되물었다.
여자가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 탓이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여자 먼저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 특별히 좋거나 나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쓰는 것이었다.
성별 상관없이 나와 애인의 관계에서는 내가 먼저 다가가고 싶었다.
그 뿐이었다.
처음부터 먼저 고백을 한 것도 나였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같이 살자고 한 것도 나였다.
(우리는 올해로 혼전 동거를 시작한 지 4년 째 된 커플이다.)
▼결혼 전 동거를 시작한 마음▼
하지만 만나는 동안 큰 고비를 겪었을 때마다 우리 관계를 붙잡고 기다려준 것은 애인이었다.
오랫동안 정성 들여 우리 관계를 다듬어준 애인이 아니었다면 오늘 날 우리의 관계도,
그리고 지금의 나 자신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꽤 오래 전에 2027년에 결혼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27년이면 애인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5년을 꽉 채우기 때문에 슬슬 결혼식을 올려도 될 것 같다 생각했다.
22년부터 그런 말을 하고 다녔으니, 주변에서는 27년에 세상 일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러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27년이 정말 성큼 눈 앞으로 다가왔다.
남들 다 결혼식장 잡고, 상견례까지 하고나서 프로포즈를 한다던데 나는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다.
프로포즈가 우리 결혼 준비 과정의 가장 첫 번째 단계가 되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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