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산다는 것은........

영화에서의 인연들을 보면서 든 단상

by 김미정

마흔 즈음에, 참 좋아하던 언니가 "'비포 선라이즈' 봤니?" 묻더군요. 즉시 비디오 대여점에 갔고, 그날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죠. 그 시점에 내가 꿈꾸던 모든 낭만이 영화 한편에 다 녹아들어 있었으니까요. 난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 녀석과 매일 전쟁을 치루는 중이었고, 사회생활에 몰두하는 남편의 식어버린 관심에 서러워하던 참이었으니. 그 이후 유레일을 타는 여행을 꿈꿨습니다. 세월이 흘러 9년만에 '비포 선셋', 그리고 또 9년 뒤 '비포 미드나잇'을 볼 수 있었답니다. 리챠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에단 호크, 쥴리 델피와 함께 무려 18년 세월 동안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들......

그는 2014년도에 '보이 후드'를 개봉했죠. 역시 12년의 세월 동안 같은 출연진들과 시간의 흐름 대로 삶을 그려낸 영화..... 그후 쭈욱 리챠드 링클레이터는 나의 '베스트 디렉터' 입니다. 왜냐면 '소중한 인연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 이니까요.

나의 세월도 흘러 유럽에 갈 때면 유레일을 이용하곤 했고, 물론 주로 친구들끼리 수다 떨며. 그러다 남편과 독일 여행할 때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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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답니다. 느닷없이 '비포 선라이즈' 속의 주인공들처럼 조잘 조잘 수다 떨어볼까나?! 물론 그 낭만이 그리웠겠죠. 순진하고 말수 없던 대학 시절에 만났던 남편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그때는 실존주의 철학과 연극에 대해서도 해박했으니까요. 그런데 세월이 그의 대화거리를 생활인의 수다로 변질시켰고...... '낭만?! 그 뭣꼬?' 이런 느낌으로 우리는 기차여행을 끝냈지요. 물론 모든 부부가 비슷한 감정으로 산다는걸 '비포 미드나잇'에서 보여주긴 하지만. 이젠 자식도 출가시키고 노후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또 거기에 걸맞는 영화를 챙겨보게 되네요.

나이듦은 병과 가까워진다는 얘기고, '스틸 엘리스'에서 유전적으로 일찍 알츠하이머를 겪는 아내에 대한, 잘나가는 교수직 남편의 태도, '아무르'에서 병든 아내 간병에 지쳐버린 남편 모습.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더군요. 몇일 전 개봉한 '45년 후'를 개봉하는 날 관람했죠. 45년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모습을 컨닝해볼려구요.

참 허망했습니다. 그후 몇년전 보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떠올리며 조깅복을 커플룩으로 구입했답니다. 그리곤 건강을 위해 남편과 함께 호숫가 산책을 할 땐 슬쩍 손도 잡아보고요. 그럼 남편이 그러죠. "남들이 불륜인줄 알아"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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