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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Dec 07. 2020

경주 여행의 단상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오랜만에 경주를 여행했습니다. 신라의 고도인 그곳......  특별한 공간.

여기저기 고분들이 흩어져 있고, 바로 고분 옆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파트가 있는 곳.

그러므로 경주에 살던 이들은 분명 영성이 높았으리라 추측되는 만큼,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석굴암> 하나 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석굴암>을 창건한 김 대성에 대한 설화에도  두 세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사연이 있으니,

모량리의 한 가난한 여인 경조에게 아이가 있었는데 머리가 크고 이마가 평평한 것이 성과 같으므로 대성이라 하였다. 가난한 고로 부자 복안의 집에 품팔이를 하여 먹고살았는데, 그 집에서 준 밭 몇이랑을 밑천으로 살게 된다. 어느 날 덕망 있는 점개 스님이 복안의 집에 와서 시주하기를 권하니 베 50 필을 바쳤다. 이에 스님이 축원하기를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그대를 천신이 항상 보호하여 하나를 보시하면 만 배의 利를 얻게 하고 안락 장수하게 하리로다.' 한다. 이를 들은 대성이 집에 와서 어머니께 그 말을 전하고 보시하기를 원해 밭을  점개에게 보시하였다.
그 뒤 얼마 안 되어 대성이 죽었는데, 그날 밤 재상 김문량의 집에 하늘로부터 외침이 있었다. '모량리 대성이라는 아이가 이제 너의 집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왼손에 쥐고 있던 금 패쪽에 '대성'이라 쓰여 있는지라 이로써 이름을 삼고 모량리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봉양하게 된다.
장성한 대성이 토함산에서 곰 한 마리를 잡았는데, 꿈에서 그 곰이 귀신으로 변하여 시비해 가로되 '네가 어째서 나를 죽였느냐, 내가 환생하여 너를 잡아먹으리라.' 하니, 곰을 잡았던 자리에 <장수사>를 세우고, 이로 인해 자비로운 결심이 더하여갔다. 이에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세우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를 세워 신림과 표훈 두 스님을 청하여 각각 머물게 하였다.


석불사 석굴의 모습

유홍준 교수님이 찬탄했었죠.

"종교와 과학과 예술이 하나 됨을 이루는 至高의 最美이다."

불국사로부터 석불사 석굴에 오르는 길에

청마 유치환 님의 시비가 있습니다.

석불사 오르는 길, 청마 시비
목놓아 터트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그 도시를 배경으로 아니 제목마저 <경주>라 한  장률 감독의 영화가 있습니다.

베이징대학 교수 최현은 선배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고인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춘화가 벽에 그려져 있던 찻집을 들르면서 전개됐던 몽환적인 영화.......

춘화가 있는 찻집 풍경, 여주인공 집에 있던 그림

찻집 주인 공윤희의 집에 하룻밤 머무르게 되는 최현 교수에게  그녀 아버지로부터 받은 그림에 쓰여 있는 글의 의미를 묻습니다.  그가 대답하죠.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영화의 장면들

마침 그녀의 집은 고분 옆이었지요.

https://youtu.be/O5t_NWp1uJQ

영화에 흐르던 OST입니다.

제목이 <사랑>이었죠.

텅 빈 마음으로 텅 빈 방을 보네
텅 빈 방 안에는 텅 빈 네가 있네
텅 빈 네 눈 속에는 텅 빈 내가 있네
아무도 모르게 너와 내가 있네. 지금



라고 욻조리던.........



 54대 경순왕까지 그리고 왕후들 후궁들까지 오백 여기가 넘는 고분들이 존재하는 경주,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지난했을까요.

높으신 분들의 삶만큼이나 민초들의 그것도 여간은 아니었기에 석굴암 정도의 예술은 아니어도 여기저기 마애석불이 존재한다더군요. 중 남산 탑곡 마애석불을 구경했습니다.

탑곡 마애석불 군상

화강암 그 단단한 바위에 그들의 염원, 설움, 분노와 삶의 회환을 함께 녹여냈을 그 석공들을 느껴봅니다.

         목놓아 터트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그곳을 알려주던  기사님도 60대 가장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던 경주를 사랑하던 분이셨고,  금은 쇠락했지만 교과서에도 실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철저히 실천한 경주 최부자댁의 이야기도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던 도시.

그리하여 함께 여행한 도반들이 서로를 위무하며 기도하기를 약속하던 그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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