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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Dec 25. 2019

계림의 가마우지......

영화 <페인티드 베일>의 인생처럼

https://youtu.be/k1tyVlKjJZI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Gnossiennes1번이 은은하게 흐르며 펼쳐지던 광시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과 나오미 왓츠의 매력은 2006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페인티드 베일>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이끌습니다.


때로 아름다움은 슬픔을 동반하 듯합니다.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양삭산수갑계림(陽朔山水甲桂林)

이란 말이 전해 내려온다 합니다.


과연  그곳의 풍광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태를 뽐내더군요.

<페인티드 베일> 역시 양삭 지역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계림부터 양삭까지는 이강을 따라 80km쯤 뗏목을 타고 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고요.

카르스트 지형의 봉긋봉긋 특별한 봉우리들을 보며 물길 따라가노라면 마치 선계에서 노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강변엔 봉황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봉미죽'이 늘어서 있고.......

누군가 이 지역의 봉우리가 3만 6천이라 귀띔합니다. 우리의 금수강산은 1만 2천 봉이라 노래했었는데요.

위-이강 땟목, 아래-강변의 봉미죽
위-양삭의 선착장, 아래-<페인티드 베일>의 컷

 일 년 365일 중 360일 동안 비가 내린다는 이 곳의 운무는 마치 <페인티드 베일>의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듯합니다.

 


 영화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키티는(나오미 왓츠 분) 영국의 중산층 집안의 결혼 적령기 처녀입니다. 속물적인 어머니의 취집 요구에 밀려 파티에서 만난 세균학자이며 의사인 월터(에드워드 노튼 분)와 결혼하여 상해로 떠납니다.  처음부터 계단을 내려오던 키티에게 반한 냉철하고 정적인 월터와는 달리 밝고 활달한 성격의 키티는 남편을 답답하게 여깁니다. 그러던 중 상해의 사교 모임에서 외교관 (리브 슈라이버 분)와 눈이 맞아 정분이 나는데요.

이를 알게 된 월터는 더욱 말수가 없어지고 차가워집니다.  키티는 항변합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당신과 결혼했어요. 당신도 그걸 알면서 결혼했잖아요.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나한테만 있는 건가요?

 하나 월터는 콜레라가 창궐하는 메이탕푸에 지원하여 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키티는 열악한 상황과 본인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월터를 버텨내야 합니다. 그러던 중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키티의 밝은 모습에 다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월터와 그녀는  사랑하게 됩니다.

<페인티드 베일>의 장면들

여기쯤이던가요?!  명대사가 나오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애썼어

키티가 임신했단 사실을 알게 되고, 월터는 본인의 아이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키티가 잠든 사이 월터는 난민촌으로 떠나며 원장 수녀님께 키티가 상해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월터가 콜레라에 감염되어 위급하다는 소식에 키티가 한달음에 도착하고......

"용서해줘"

"당신을요?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그리곤 영원히 작별합니다.


키티는 영국으로 돌아와 5살 어린 소년과 길을 걷다 우연히 챨리를 마주치고.....

"누구야, 엄마"

"별사람 아니야"

대답합니다.


영화의 원작인 서머셋 모옴의 소설 <인생의 베일> 제목은 셸리의 시

<인생의 색 베일을 걷어올리지 말라>에서 빌려왔다네요.

살아 있는 자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색 베일을 걷어올리지 말라.
거기에 온갖 믿을 수 없는 것들이 그려져 있을지라도. 그것은 단지 우리가 믿으려고 하는 모든 것을 색색의 베일로 위장한 허상일 뿐,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음울한 깊은 심연의 그림자를 창조한 운명의 두 여신, 두려움과 희망이 숨어 있다.
나는 언젠가 베일을 들어 올리려고 했던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다정한 그의 심장, 그리고 사랑할 것들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
슬퍼라.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세상은 그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런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림자 가운데서 광휘를, 음울함 속에서 빛을, 진리를 향해 몸부림치는 영혼을 찾기 위해 그토록 애썼건만,
그는 결코 발견하지 못했다.


 시대 배경에 맞게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에 반발하는 중국인들의 모습, 전교란 명목 하에 저러지는 종교의 탐욕 등,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했던 수작이란 느낌과 더불어 그 아름다운 계림의 풍광에 서린 슬픔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 았답니다.


 그리고 떠났던 계림에서는 가마우지의 서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기에 두껍고, 완벽한 갈고리 모양의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 목을 이용해 물고기를 빠르게 낚아챌 수 있고, 주둥이가 크게 벌어져 30cm가 넘는 큰 물고기도 삼킬 수 있답니다. 또한 수심 2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었다 합니다.

그리하여 이 새들은 어부들이 그물로 잡는 것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보통 어부들은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잡을 때 커다란 투망을 던진다는군요.

이강에서 어부가 투망을 던지는 모습-by 줄리아 윔머린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 기술은 9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쇼의 일환으로 행해지며, 대부분의 어부들도 노년층이랍니다.

가마우지 낚이 모습-by 줄리아 윔머린

어부와 가마우지는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어부들이 뗏목으로 가마우지를 데려와 물고기가 많은 곳에 풀어놓으며, 이때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에  올가미를 걸어 놓는 다네요. 그리곤 사냥에 성공한 녀석들의 입에서  물고기를 꺼낸 뒤 다시 풀어준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 가마우지 낚시를 하는 어부

키티의 욕망과 가마우지의 욕망은 이 세상 아름다움 같지 않은 계림의 풍광 속에 슬픔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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