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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Dec 26. 2020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록展>을 보고.....

'아르 브뤼'를 떠올리며......

어느 해 여름, 스위스 로잔에 있는 장 뒤뷔페의 '아르 브뤼'(art brut) 컬렉션을 방문했습니다.  

위: 아르 브뤼 컬렉션 아래: 로잔 거리

'아르 브뤼'란 영어로는 '아웃사이더 아트'란 의미입니다.  

1922년 프린츠 혼의 <정신병 환자들의 예술성>이란 책에 수년간 입원했던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 이 저서가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특히 엥포르멜 계열의 장 뒤뷔페(Jean Dubuffet)는 정신과 환자나 종신형을 선고받이들, 아이들, 그라피티 예술가  등,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작품을 모아 로잔에 미술관을 건립하여 전시하게 됩니다.

그 역시 19세 무렵에 잠시 미술 교육을 받았으나 당시 프랑스 살롱적 미술에 환멸을 느끼고는 낙향하여 가업인 포도주 사업에 전념하다 뒤늦게 자기만의 미술 세계를 구축해 나갑니다.  

사상이란 이성과 논리의 과정과 접촉했을 때는 물로 변화하는 증기와도 같다.

이러한 말로 표현되는 '아르 브뤼'를 미술평론가 윤우학 교수께서는 '原生미술'로

번역하시더군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장 뒤뷔페가, 서구 문명이 좇던 이상화된 미와 가치를 거부하고 본능과 열정 가득한 '아르 브뤼'에 심취한 것은 필연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저서에서 말합니다.

내 그림에는 열정, 광기, 기쁨이 공존한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통해 내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붓는 것이다.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웃기 위함이 아니다. 만약 원두를 갈고 있는 아내나 전화교환원을 마치 카메라가 하듯이 최대한 정확하게, 한 장의 사진처럼 모든 음영이 다 드러나게 그리고자 한다면, 사실 그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정말로 무익하고 쓸데없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힘들일 필요도 없이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완벽하게 순식간에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를루프 정원

 그의 작품 '우를르프의 정원'은 그가 만들어낸 세상입니다. 인간과 사물, 환경과 자연이 완전하게 통합되고 공존하는 곳,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곳으로 절대적인 것이 없는 세상......

'아르 뷔르' 컬렉션에서 보았던 어느 작가의 만다라 같 작품이 떠오르는 이유는 장 뒤뷔페의 작품 세계와 닮았기 때문이겠죠.


구구 갤러리에서 있었던 전시입니다.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획전>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가들의 그림 공간 '소울음'의 초대전입니다.

'아르 브뤼'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작품이라면, '소울음' 소속 작가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이미 화가들입니다.

그러하기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구구 갤러리의  구자민 대표는 "장애인 화가라고 어떤 특혜나  차별도 없다. 그들은 이미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림도 와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특히 어찌 입으로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나 할 그림도 있다. 일반인도 어려운 코로나 시대이다. 더 불편하고 더 어려운 장애인 화가들도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열고 일어서려 한다. 이 기운이 우리 주변에도 퍼지고, 우리 함께 굳은 의지로 험한 세상을 극복해 보자는 의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라고 말합니다.

<일어서는 사람들의 기획전> 작품들

과연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본인의 '꿈'을 그렸고, 행복하여 미소 짓는 마음을 그렸고, 때론 자유로이 떠나고픈 소원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작가로서.......


최근 읽은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글에서,

끝없는 논란과 충격을 통해 인류가 꿀 수 있는 꿈의 깊이와 폭을 넓혀 주는 예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라고 표현했더군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아르 뷔르'에서 오히려 영감을 얻었던 작가들처럼,

이 어려운 시기에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그들의 사투로 완성된 작품을 보며, 우리 모두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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