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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y 09. 2019

내생에 돈이 가장 많이 든 데이트.

a.k.a 결혼 준비




그의 반려동물인 고양이에게 알맞을 캣폴.

티브이가 주인인 거실을 싫어하는 내 취향에 꼭 맞는 작은 티브이. 책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어울릴 고즈넉한 책장을 생각하면서 신혼집을 꾸미는 계획은 참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공포영화도 첫 장면은 평범한 화면으로 시작한다.








여러 사정으로 우리는 예식장과 집, 폐물까지 전부 둘이서만 알아봤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일은 딱 한 번. 웨딩촬영 때뿐이었다. (몸은 고됐지만 준비 단계 중 가장 앞선 날이었고 후의 일을 생각하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제일 쉬운 일이었다.)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 많은 일이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고 우리는 짜디짠 바닷물을 삼키며 숨을 참고 바다를 건넜다. 애인의 무던한 성격 탓에 다소 평화로웠던 연애 시절의 에피소드보다 결혼 준비 기간 동안의 사건이 훨씬 더 많이 쌓여갔다.



전세 계약을 하기 위해 찾아다녔던 수많은 부동산 중개인들은 계약 직전까지 세입자를 저울질하며 거짓말을 했고, 그런 사정을 몰랐던 우리는 계약 성사 직전 몇 번이나 취소된 약속에 크게 실망했다.-몇 번 취소되고 나서야 그 취소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그날도 뒤통수를 맞은 뒤 카페에 앉아 애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고 하잖아? 나 이제 그 말 뜻을 알 거 같아. 이렇게 자주 사람들한테 대이니까 어른이 안 될 수가 없어.” 우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헛웃음과 달리 당시 심정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여러 일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는 자주 싸웠다. 그가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몰라주면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그가 생각 없이 한 말에 상처를 받으면 평생 상처만 받으며 살면 어떡하지? 그가 무심코라도 자기 부모님을 더 챙기면 효자랑은 결혼하는 거 아니랬는데.라는 일련의 사고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 그러다 어디에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화살이 겨냥하고 있는 과녁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걱정되는 건 ‘그’가 아니라 ‘나’였던 것이다.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평소 작은 일도 크게 해석하고, 별것 아닌 일에 일희일비하며 걱정이 많은 게 걱정인 스스로에 대한 노파심.


이에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 시작된 다이어트는 가뜩이나 예민한 나의 심기를 매일 망치질했다. 야식을 잔뜩 시켜 다이어트를 망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가 비싸게 주고 산 피로연 드레스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매일이다. (허나 나는 욕구에 쉽사리 백기를 드는 나약한 인간. 지금 시간 새벽 네 시 십오 분, 냉동실에 숨겨둔 솔티드 캐러멜 마카롱을 꺼내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근심 걱정이 묵은 체증 내려가듯 쑥 내려갔다.



나의 자매는 운전을 할 때 앞차 때문에 신호를 놓치는 상황에서는 엄청 짜증을 내지만 보행자나 초보운전 차량엔 굉장히 제너러스 하게 양보를 한다. 얼핏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제일 못 견뎌한다'는 심리책에서 읽은 구절을 생각하면 말이 된다. 양보는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신호' 자체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인뿐더러 상대방 때문에 신호를 놓친 상황에는 분개한 것이다.


삼천포로 빠졌지만 그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몇 가지 문제는 통제 가능한 내 몸뚱이였다.


충분히 고민하고 오랜 생각 끝에 결정한 것임에도 막상 날이 다가오자 덜컥 겁이나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고 있던 나는 결혼 일주일 전에야 신혼여행이 주는 설렘을 더 즐기기로 했다.




매일매일이 꽃같은 결혼생활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더 커져가는 삶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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