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지간

오늘이야기

by 조이 영

작은아들의 사돈어른들과 저녁식사를 하였다. 지난해 결혼식 이후에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사돈 관계는 예부터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라고 하여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어려운 관계라는 말일 것이다. 한 해에 한번은 꼭 만나자고 약속했던 일이 성사된 것이다.


빈손으로 가려니 마음이 불편하여 흑인절미로 유명한 떡집을 가서 인절미와 영양떡을 샀다. 떡 보자기를 묵직하게 들고 우리 부부가 식당에 들어서니 아이들 커플과 사돈 어르신 내외가 미리 와 있었다. 결혼 전 만남보다 훨씬 반갑고 친근했다. 아이들도 긴장이 풀렸는지 상견례 자리 때 보다 이야기를 많이 하여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하였다. 한정식으로 차려진 음식들이 큰 접시에 담겨 줄지어 나왔다. 이야기 중, 서빙을 하는 분이 음식이 남은 접시를 가져가려고 하였다. 우리 부부는 더 먹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남은 음식을 알뜰히 챙겨 먹었다. 접시에 남은 정성 어린 음식을 먹으면서 사돈이 많이 편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이 사돈어른들 앞에서 공손히 이야기하는 목소리 톤과 말투가 낯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의젓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고마웠다. 아들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엄마의 잔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학교 선생님, 이모, 이모부, 하물며 학원 선생님께 이런저런 부탁을 한 적이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이야기지만 엄마한테는 듣고 싶지 않을 이야기를 주로 부탁드렸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다 나의 협조자라고 생각했기에. 효과는 느렸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하면 더 열심히 하는 작은 아이 성격에 경쟁은 에너지가 되기도 했고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하였다. 아이가 원하는 학업성취에서 밀려 낙담을 하였을 때 그 친구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페이스메이커는 달리기할 때 경기의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이자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이 되는 존재이다. 그렇게 같이 이야기 나눈 후 아이는 친구들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돈과 식사를 마치고 일행 모두 전철역을 향해 가면서 앞서 걸어가는 며늘아기 가족의 뒷모습을 보았다. 자녀를 나눠 가지는 사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협조자를 얻었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의젓하게 행동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사실 아들이 어른이니 이제 뭐라 이야기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작은아들 사돈과 만나고 집에 오니 한 해 먼저 결혼 한 큰아들 에게서 전화가 왔다.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2주 남았는데 잘 되고 있냐고 안부를 전하니 대답이 신선했다. "이번 시험이 생애 마지막 시험일 거예요. 전에는 부모님만 신경 쓰였는데 결혼을 하고 시험을 보니 양가 어른한테 좋은 소식 들려줘야 해서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하며 껄껄 웃는다. 그렇다. 자식을 나눠 가지는 소중한 관계인 사돈지간. 나만큼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존재가 생겼다. 아이에게 또 다른 페이스메이커가 생겼으니 감사한 일이다.


관계는 주관적인 면이 많다. 그만큼 관계를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어진다. 주변 사람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수 있고 경쟁자가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 아이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인 사돈지간도 나의 협조자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오늘 나는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산등성이를 닮은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