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공기 차단 해제

오늘 이야기

by 조이 영

후덥지근했다. 탄천 옆길에 세운 차 안에 더운 공기와 습기가 가득 차 있다. 차를 세워둔 지 겨우 두 시간이 지났을까.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직 봄인데, 오월 중순의 낮 기온이 31.2도까지 올라갔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어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는 뉴스가 사실이었다. 며칠 동안 저녁 산책 나서며 찬 기운이 있어 목도리를 챙겨 나가지 않았나. 더워진다고 해도 설마 하고 입고 온 옷들이 무거웠다.


자동차 에어컨을 켰다. 오랫동안 틀지 않아서일까. 불쾌한 냄새가 났다. 창문을 열어 놓고 SNS검색을 하였다. ‘자동차 에어컨 냄새 제거’를 검색하니 다양한 방법이 나왔다. 히터를 강하게 틀어 에어컨필터를 말려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보였다. 집 도착 후에도 냄새가 빠져나가길 바라며 히터를 강하게 틀고 기다렸다.

픽사베이

영상을 찾아보며 하라는 대로 해보었지만 냄새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필터를 교체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서둘러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센터는 아직 번잡하지 않아 다음날 입고예약을 할 수 있었다.


서비스센터에서 만난 직원은 자신의 차는 몇 년을 타도 자동차 에어컨 필터에서 냄새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자동차 운전할 때 외부 공기 차단을 하는지 물었다. 본인은 운전할 때 공기 차단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항상 공기차단버튼을 누른 상태로 운전을 하였기에 당황스러웠다. 차 안으로 자동차 매연냄새가 들어오지 않게 하려 했던 일이 에어컨 사용에는 과한 브레이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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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이 예민한 나는 '개코'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다. 좋은 냄새 찾는 것을 즐거워하지만 나쁜 냄새도 잘 알아차려 힘들어한다. 그런 이유로 집안 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냄새를 내 보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위해서이다. 일상적인 습관과 다른 게 좁은 자동차에서는 철저하게 외부공기를 차단하였다. 원하지 않는 냄새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 늘 차단버튼을 누른 채 다닌 게 화근이었다.


자동차 에어컨을 사용할 때 외부 공기가 차단되면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생긴 습기로 마르지 못한다. 젖은 채로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필터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상하게 된다. 새로 바꾼 지 얼마 안 된 필터여도 습기가 생기면 바로 냄새로 이어진다. 상한 필터는 냄새로 나의 실수를 알려 주었다.


지난여름에도 자동차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 해결하려고 했었다. 자동차 주행이 끝나갈 때 에어컨을 끄고 송풍으로 전환해서 필터를 말리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외부 공기 차단 버튼이 눌러진 상태에서 했기에 소용이 없었나 보다.


자동차 에어컨은 한여름 뜨거운 바깥 온도와 자동차 내부 온도의 차를 순환해 줄 공기의 흐름이 필요하다. 흐름을 막는 차단 버튼은 꽉 막혀있는 공간에 온도차로 생긴 물기가 갈 곳 없이 고이게 했다. 고인 것은 썩기 마련이리라. 누구보다 공기의 순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바깥 냄새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외부공기차단 버튼을 눌렀다.


원예수업 중 식물 물 주기 횟수를 물어볼 때 화분 속 물의 순환을 설명한다. 화분 속 식물에 물을 듬뿍 주고 나서 흙이 마를 때를 기다리라고. 흙이 마를 때는 뿌리가 물을 흡수한 자리에 공기가 들어갈 틈이 생긴다. 그때 물을 다시 주면 그 물은 화분 속에서 흐르는 물이 된다. 많았던 물이 줄어들고 부족한 듯할 때 다시 채워져 주기적으로 되풀이하여야 한다. 가정마다 공기의 흐름이 좋으면 물 주는 주기가 빠를 것이고 창문을 닫아 놓고 지내는 가정에서는 더 오래 걸릴 것이다. 항상 강조하고 설명하는 순환의 원리를 잊고 있었다. 공기의 순환을 간과한 것이다.


서비스 센터에서 기다림 끝에 만난 자동차는 새로운 에어컨필터를 장착하고 나타났다. 시동을 켜고 먼저 외부 공기 차단을 해제하였다.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니 목욕을 한 기분이었다. 새 필터에는 공기가 관통하게 하여 물이 고이는 일이 없게 할 것이다. 시원하게 순환되는 공기로 뽀송뽀송하게 다가오는 여름을 기대한다.


육 차선 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자동차 밖 냄새가 들어왔다. 나무가 우거진 대로 부근을 지나니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들어왔고 탄천으로 이어지는 고가를 지나면서 개울 비린내가 들어왔다. 거리의 냄새로 시각과 동일한 공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동안 조금의 공기조차 들어올 틈을 내주지 않았다는 게 실감 났다. 물이 흐르는 화분처럼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자동차 안에도 공기가 흘러가도록 열어 놓아야겠다.

픽사베이


물이 흐르는 화분, 공기가 흐르는 자동차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차단 버튼이 켜져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누르고 있는 것이 나를 냄새나게 하고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확인해 볼 일이다. 바깥환경과 나의 영혼과 온도차로 진땀이 나고 있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땀을 날려 줄 바람이 필요하다. 바람이 가까이 올 수 있게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바람이라도 맞을 수 있도록 틈을 내어 주자. 그렇지 않으면 땀이 고여 썩어가고 원하지 않는 냄새를 풍길 수 있으니. 주변과 나의 순환으로 마음 이어가길 바라며 차창 밖 풍경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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