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똥은 안녕하십니까?

싸는 것의 미학

by 사막나비

“안녕. 만나서 반갑다. 다음에 또 봐!”

아침에 화장실에서 똥에게 이런 인사를 하는 날은 굉장히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변비로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3 일식 화장실에 가지 않는 건 예사였고 늘 아랫배가 더부룩했다. 당연히 똥배도 인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생활에 특별한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최근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을 바꾸고 나서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규칙적으로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게 되니 속이 훨씬 편하고 피부도 놀랄 만큼 매끈해졌다. 무엇보다 늘 두루뭉술하게 나와 있던 아랫배가 쏙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대 때 병을 앓으며 수개월 동안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그때부터 매일 배변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고 그저 신체 컨디션이 떨어지니 배변기능도 약해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기능의학을 공부하며 항생제가 면역력을 높이는 장내 유익 균을 죽이고 대장 환경을 좋지 않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 열악해지면서 자연히 생산과 배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었다. 우리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은 몸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제외하고 배설 시스템을 통해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체내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이게 되고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특히 중금속의 경우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몸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암과 관련 있는 경우도 있다.

“경하드리옵니다.”

오래전 < 광해, 왕이 된 남자 >라는 영화에서 가짜 광해가 매화틀에 큰일을 치르자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던 여러 명의 시녀들이 기쁜 목소리로 이를 축하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최대한 은밀히 끝내야 하는 거사를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치러 낸 광해도 대단했지만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했다고 축하하는 궁중의 법도도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변이 건강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금 이 장면은 새롭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규칙적인 배변 습관뿐만 아니라 그것의 굵기, 색깔, 냄새, 묽기, 혈변의 유무 모두 현재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장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도 분비되기 때문에 똥을 잘 누는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정신의 배변활동이다. 삶을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좋은 경험도 있지만 불쾌한 경험도 있다. 심한 경우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 사건들도 겪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정신적 면역시스템이 건강할 때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려야 할 독소들은 밖으로 잘 배출해 내어 별문제 없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문제는 정신의 면역력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인간관계나 생활 속 스트레스가 제때에 적절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마음의 면역시스템이 심각하게 오류가 나 있는 경우 나 혹은 타인에 대한 공격성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역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감정이다. 별일 아닌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이 상한다면 마음의 배변활동이 원활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몸이나 마음이나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싸는 것이라는 것 요즘 같이 다양하고 자극성이 강한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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