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1년 정도 교환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근처에 버지니아 비치가 있어서 틈만 나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20년 전 내가 살던 작은 동네에는 동양인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변에 가면 단번에 누가 한국 여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모두 벗어젖히고 태양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 섬처럼 모자에 선글라스에 팔 토시에 양산까지 쓰고 있으면 거의 99%였다. 나 또한 백옥 같은 피부를 선호하던 한국 여자인지라 20대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갖출 것은 다 갖춰야 마음이 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만 이라도 마음껏 좀 더 자유롭게 태양을 즐겼으면 어땠을까 후회되기도 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비키니에 선글라스만 쓰고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 되어 버렸다. 이효리 같이 태닝 잘 된 건강한 피부를 가진 스타들의 활약으로 예쁜 피부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동양 여자들, 특히 한국 여자들의 이영애 같이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이것이 유독 동양에서 미백화장품이 잘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35세를 넘어가면 여자들의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피부 면역력과 재생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저하된다. 변화하는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콜라겐과 엘라스틴 양이 급격히 떨어져 얼굴의 탄력이 없어진다.
20대 때는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미모를 점검하던 사람들도 40대가 되면 거울을 보기 두려워진다. 왠지 칙칙하고 눈가 기미도 짙어 보인다. 노인들에게만 생기는 줄 알았던 검버섯이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한다. 얼굴과 목의 가장자리를 따라 오돌오돌 거뭇거뭇한 편평 사마귀와 쥐젖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심한 경우 가슴과 배까지 번져 대중목욕탕에 가기 두려워질 수도 있다. 이것뿐 만이 아니다. 젊을 때는 잘 생기지 않던 피지샘 증식증, 모세혈관 증식증, 체리 혈관종 같은 피부질환도 더 잘 발생하게 된다. 폐경이 가까워 오면 속 건조가 심해지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이 거울보기 두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원인들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문제의 실마리는 바로 물에 있다.
아기들의 피부는 잘 익은 토마토처럼 탱탱하고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다. 실제 아기는 체중의 80%가 물이다. 반면 성인이 되면 남성은 60%, 여성은 55%. 노인이 되면 50%까지 수분함량이 줄어들게 된다. 인간은 점점 사막화되어가며 죽어가는 것이다. 아기 피부와 노화가 시작된 여성의 피부가 차이 나는 결정적 이유를 피부의 보습력에서 찾을 수 있는 결정적 근거이기도 한다. 또한 피부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은 외부의 자극에서 피부를 지켜주는 피부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전적으로 건조한 피부를 타고난 아토피 피부를 가진 유아들의 경우 알레르기 물질,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매우 취약한데 피부 보습력과 면역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일례이다. 이전에는 보습력을 높이려면 무조건 하루 일정량의 물을 마셔주라는 식의 권고를 했었다.
하루 동안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이 3.1L 정도 된다고 한다. 소변으로 1.5L, 대변으로 0.1L, 땀으로 0.5L, 호흡으로 0.5L가 사라진다. 이 밖에 눈물, 체액, 침 등 느끼지 못하는 사이 배출되는 수분이 0.5L가 된다. 반면 몸으로 들어오는 물은 식사를 통해 1.5L 흡수하고 또 체내에서 0.2L 정도를 재흡수된다. 이 계산에 따르면 1.4L 정도를 의식적으로 마셔서 보충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학박사 하워드 뮤래드는 그의 저서 <물 마시지 마라>에서 막무가내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포가 물을 잘 잡아 둘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포가 제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쓸데없이 세포들 사이를 떠다니며 수분이 축적되어 부종이 발생할 뿐이다. 그리고 덧붙여 세포의 수화능력을 키우는 데는 일반 물을 마시는 것보다 야채와 과일을 포함한 기타 수분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통해 수분을 이왕이면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나 역시 진료를 보다 보면 가끔 갱년기를 맞아 속 건조감이나 가려움을 호소하며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 단순히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약이나 일회성 관리를 소개하기보단 워터 시크릿을 안내해 드리는데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되었다며 좋아하시는 경험을 하였다. 어쨌든 그가 소개한 세포 수화력을 키우는 워터 시크릿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피부과 의사인 하워드 뮤래드가 소개한 비법 중 상당 부분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나 역시 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과 몸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1단계- 세포의 물탱크를 가득 채우도록 음식을 통해 물을 먹는다. ( 식단표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그가 제안하는 수화력을 올리는 음식들은 아래에 소개해 두었으니 참조하시라.)
2단계- 세포를 튼튼하게 하는 핵심 성분을 보충해 세포를 수화시킨다.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면 꼭 보조제를 사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메가-3, 글루코사민, 레시틴 보조제, 비타민B 복합체, 비타민D가 포함된 칼슘보충제, 항산화제
3단계- 세포 내의 수분이 근육으로 흘러가도록 많이 움직인다.
35세 이상부터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것이 근육운동이다. 이것이 수화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4단계- 자기 발견을 생활화하고, 삶의 자세를 점검한다.
5단계- 젊음과 물을 붙잡아 두려면 잠을 푹 자라.
6단계-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가능하면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살려라.
7단계- 남에게 베풀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라.
8단계- 피부에 물을 공급하고 피부를 치료하라.
9단계-편히 쉬기
10단계-축하하기
< 하워드 뮤래드 박사가 추천하는 물을 먹는 75가지 방법 >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익힌 것보다는 생으로 먹는 것이 수분을 섭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포도, 블랙베리, 오디, 구기자, 블랙커런트, 오렌지, 그레이프프루트, 자두, 나무딸기, 블루베리, 천도복숭아, 딸기, 사과, 크렌베리, 망고 산사나무 열매, 키위, 머스크멜론, 살구, 탄제린, 무화과, 서양자두, 파인애플, 바나나, 석류, 파파야, 배, 수박, 포도, 버찌, 아보카도, 복숭아, 엘더베리, 허니듀 멜론
감자, 서양 호박, 콜리플라워, 갓, 샐러리, 타로토란, 고구마, 얌, 순 무이 어린잎, 토마토, 골파, 시금치, 파닙스, 당근, 아구 룰라, 파슬리, 뚱딴지, 아스파라거스, 푸르대 콩, 마늘, 양배추, 해초, 무, 양파, 호박, 물냉이, 오이, 방울다다기 양배추, 옥수수, 후추, 브로콜리, 왁시 빈, 하카마, 브로콜리 싹, 완두, 청경채, 비트, 상추, 콜라드 그린, 생강. 캐일
< 잡티 없는 아기 피부를 위해 제안하는 오늘의 습관!!!! >
첫째, 얼굴에 편평 사마귀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있다면 제거하자.
편평 사마귀는 인체 유두상 바이러스 (Human Papilloma Virus)에 의한 질환이다. 1-3 mm 크기의 피부색 또는 연한 갈색으로 약간 융기된 형태를 보여주는데 피부의 표층에 존재하다 보니 병변을 긁거나 문지르는 단순한 행동에 의해서도 쉽게 번질 수 있다. 나 역시 출산 후에 모르는 사이 이것이 얼굴과 목에 퍼져 있는 것을 방치하였더니 점점 수가 늘고 진해져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내 피부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라 이미 많이 퍼져 있다면 완전박멸은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이것이 의심되시는 분들은 조기진단,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잡티와 기미가 심해지는 주된 요인은 노화와 자외선이다.
어릴 때는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수영 후 새까맣게 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뽀얗게 변하던 사람들도 이젠 더 이상 그런 시절은 자나 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까맣게 되면 고스란히 그것이 잡티가 되어 피부를 얼룩덜룩하게 만든다. 따라서 자나 깨나 태양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이며 야외 활동 시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템이다.
셋째, 보습에 신경 쓰자.
아이와 어른 피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분함량이다. 당연히 좋은 피부를 위해선 피부의 수분함량에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물을 마시고 보습크림을 마신다는 개념을 넘어 세포의 수분함량을 높여야 한다. 뮤래드 박사가 제안한 수화력을 높이는 음식을 식단에 넣어보자. 나는 비타민C가 풍부한 구기자차를 매일 마시고 있다.
넷째, 화장 전 후 세안에 신경 쓰자.
메이크업 잔여물이나 노폐물 역시 잡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과도하게 이중세안을 하거나 스크럽을 할 경우 기미에 자극을 주어 짙어질 수 있고 피부의 보습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는 것 명심하자. 내 환자들 중에는 이중세안을 너무 꼼꼼하게 해서 피부를 망친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다섯째, 수건을 자주 빨고 욕실 용품을 청결하게 하자.
욕실 속 청결하지 못한 수건, 바스볼 등은 세균의 온상이 되어 깨끗한 피부를 위협할 수 있다. 자주 세탁하고 한번씩 삶아서 소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