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동자승

by 사막나비

그 무렵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밤은 길었고

생각은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서 낮에는

일에 더 오래 매달렸다.

그날도 나는 원고 하나를 읽고 있었다.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였다.

몇 문장에 연필로 표시를 해 두었다.

직접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오후

도시 끝에 있는 작은 절로 갔다.

절은 조용했다.

마당에는 낙엽이 조금 쌓여 있었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나는 천천히 마당을 걸어 들어갔다.

그때

낙엽을 쓸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작은 동자승이었다.

아이의 키는

빗자루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나는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도 나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피곤해 보여요.”

나는 잠깐 웃었다.

“그래 보여?”

동자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요즘 잠을 잘 못 자.”

동자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잠깐 바라보았다.

나는 마당 옆 돌계단에 앉았다.

아이의 빗자루가

낙엽을 천천히 쓸고 있었다.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나는 잠깐 그 소리를 듣다가

문득 물었다.

“잠이 안 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해?”

동자승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코끼리를 씻어 줘야 해요.”

나는 웃었다.

“코끼리?”

아이도 웃었다.

“네.”

나는 말했다.

“여기 코끼리 없잖아.”

동자승은 낙엽을 한쪽으로 모으며 말했다.

“코끼리는 기억을 잘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얼굴은 아주 평온했다.

“그래서 가끔

씻어 줘야 해요.”

나는 그 말의 뜻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 말을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나는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당에는 여전히

낙엽이 천천히 쓸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절을 내려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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