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괜찮아?

by 사막나비

그 일을 말한 뒤에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갔고

여전히 원고를 읽었다.

문장을 고치고

맞춤법을 확인하고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다만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았다.

며칠이 그렇게 지나갔다.

어느 날 저녁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나는 잠깐 멈췄다.

대학 동창이었다.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가끔 동창 모임에서 보는 사이였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잠깐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괜찮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가?”

나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잠깐 말을 고르더니 말했다.

“아니… 그냥.”

그리고 다시 말했다.

“힘들겠다 싶어서.”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 괜찮아.”

“그래?”

“응.”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래도…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는 그 말이

어디에서 시작된 말인지 알고 있었다.

“응.”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

나는 한동안

그 검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이미 퍼졌다는 걸

그때 알았다.

누가 말했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한 번 더 열어 보았다.

동창 단톡방은

평소와 똑같았다.

누군가는 여행 사진을 올렸고

누군가는 아이 사진을 올렸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사람들을 마주 보는 것이

조금 어려워졌다는 생각.

나는 그날 밤에도

거의 잠들지 못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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