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죽여주세요!
-경력자 살인자를 찾습니다-

6. 살인자 사신님?

by 이야기소녀

6. 살인자 사신님?



“휴~ 이래서야 죽을 수나 있을까? 구리 라면도 맛있단 말이야. 편의점 아줌마 아니었으면 먹어보지도 못했을 구리 라면이지만, 맛은 일품이지. 후루룩~”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라면을 끓였지만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여 불려서 먹는 중이다. 구리라면의 면발이 두꺼워서 불리면 일반 라면보다는 배가 좀 더 차긴 한다.


“후후~ 쩝쩝.”


‘그런데 말이지, ’그럼 이만’이라고 한 건 의사 선생님의 말투였던 것 같은데, 형이란 사람이 동생을 그렇게 관찰한 거라면 정작 동생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잖아. 이상하단 말이야~‘


이제 라면 2개와 삼각김밥 7개가 남았다. 금빛대학교 축제 때는 축제 음식을 먹었으니 건너뛰었다지만, 하루에 한 끼만 먹었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은 두 끼를 챙겨 먹었네. 그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아저씨 덕분에 한 끼는 공짜로 먹어서 고맙긴 해. 에휴. 죽지 말고 살아서 죄 값이나 받지. 앵?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주인공!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야. 얼른 라면이나 먹어!


이른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다가 두 끼를 먹으려니까 속이 좀 부대끼는 것 같았다.


“음…, 자려고 했는데 누울 수도 없고. 에잇~ 살인자 행방을 알려주는 꿈은 물 건너갔네. 뭐 병원에서 그렇게 잤는데도 꿈을 못 꿨으니 내 힘으로 찾으라는 건가. 아! 모르겠다! 오랜만에 산책이나 가자고!”


잠은 이미 충분히 잤긴 잤다. 꿈 없이도 살인자를 만났으니 현실이 꿈이었던가?




***


“보고 드립니다.”


“그래 신 형사~ 시작해 봐~”


“사망한 남자의 이름은 박의사, 나이는 58세. 사인은 정신분열로 인한 자살 사건입니다. 사건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의사의 동생 박의상의 아내분의 진술에 의하면 어떤 청년이 박의사에게 잡혀 감금되었고 박의사의 살인공간에서 살해당하려고 할 때 이 아내분이 구해냈다고 합니다. 참고로 박의사와 박의상은 쌍둥이 형제로 형 박의사는 사업을 하다가 IMF때 망해서 박의상에게 도움을 받았었고, 동생 박의상이 실제 의사로 개인병원을 세워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런데 동생의 아내분이 어떻게 청년이 그곳에 있는지 알고 구해냈지?”


“저희도 그 점이 의심되어 여쭤보니, 청년이 박의사를 만났다고 하면서 이상한 말을 했었다고 했었습니다.”


“어떤 말이지?”


“의사 선생님을 닮은 노숙자가 식칼을 들고 자기를 찌르려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내분이 이 청년의 말을 통해 정신이 돌아버린 노숙자 같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고, 자신의 남편을 죽인 원수가 형 박의사라는 사실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형 박의사가 일인이역 해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셨던 모양입니다. 그리 아내노릇을 하면서 그동안 병원에서 사라진 환자들의 행방을 쫓고 있었는데, 이 청년도 위험해질 것을 대비해 관찰하고 있던 중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본래 동생 박의상의 아내분이니, 자신을 속이고 남편을 죽게 만든 원수의 아내노릇을 하느라 고역이셨겠어. 살해목적은 뭐지?”


“아마도 잘 나가는 동생 박의상을 질투한 것 같습니다. 시신의 행방은 죽은 형 박의사만이 알겠지만요.”


“그렇군. 형이 동생인척 하면서 동생의 재산을 다 탈취하고 그 아내까지 속이려 한 파렴치한 사람이야. 그나저나 동생 박의상의 아내분이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렸다고 했는데, 아내분에게는 흉기가 있는지 확인했나?”


“없었습니다. 단지 죽을 결심이었다고 합니다.”


“음…. 그래. 그럼 사건 종결짓지.”


“넵! 과장님!”


신 형사는 브리핑이 끝났는지 형사과장에게 경례를 했다. 형사과장은 신 형사가 건넨 파일철을 열어 서류를 훑어보더니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신 형사! 이 청년 말이야!”


“넵! 과장님!”


“이름은 물어봤나?”


“아~ 동생 박의상의 아내분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신 형사는 급히 바지 뒷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종이를 뒤적거렸다.


“아!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39세 정도 라고 하고요. 청년이 병원 앞에서 쓰러졌을 때 신원확인을 하려고 박의상 그러니까 형 박의사와 함께 옮길 때 지갑에 있는 신분증을 봤다고 합니다.”


“주인공? 주인공…엇! 주인공! 혹시 지난주 목요일에 조폭을 잡은 그 청년과 동일인물인가?”


“과장님~ 그러고 보니 금빛대학교에서 ‘777번 주인공‘ 추첨번호와 이름, 살인미수 이아율을 잡은 청년과도 같아 보입니다!”


“그럼 혹시 66세 장자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다던 청년도 이 청년일까요? 동네 어르신들 중에 김 씨 할머니라는 분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경찰과 형사들은 모두 형사과장님과 신 형사의 대화에 주목하면서 한 명씩 끼어들었다.


“자자~ 다 확실하지 않으니 확실해질 때까지 심중에만 묻어두라고. 다들 각자 위치로!”


“넵~”


“네~”


“음~ 육각형 살인사건 맞은 팀은 10분 후에 브리핑 준비해서 회의실로!”


이때 이 대화를 들은 누군가가 신난 듯 몰래 경찰서 밖을 빠져나가더니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국장님! 특종입니다! 66세 장자철, 23세 이아율, 58세 박의사까지 잡은 사람이 다 ‘주인공’이라는 청년이랍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분위기를 봤을 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번 조폭사건 기억나시죠? 그 조폭대장을 잡은 사람도요. 네? 주인공이 드라마 주인공이냐고요? 아니요. 이름입니다. 네네~ 주. 인. 공. 이요~ 네? 야호! 넵! 얼른 복귀해서 기사 쓰겠습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한 남자는 경찰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려다 말고 뒤돌아 빈택시를 잡아타고 유유히 경찰서를 떠났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경찰서에서 물어온 따끈따끈한 인터넷 프리토크 뉴스입니다.

여러분,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최근 시청자분들께서 살인자들 뉴스를 많이 접하고 계시죠? 미제사건이 될 뻔했던 장자철과 살인미수 이아율, 어제 잡힌 박의사까지. 글쎄 이 인물들을 어떤 한 청년이 잡았다고 합니다. 대체 그는 누구일까요?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희는 이 영웅 중의 영웅, 주인공 중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떠나려고 합니다. 프리토크 시청자 여러분! 함께 해주실 거죠?’


이 영상이 올라온 지 삼십 분도 안 되어 대한민국 SNS들을 꽉 메웠다.


“됐어! 우리 프리토크가 떴다고!”


“‘정말 이런 청년이 있어?’, ‘살인자 사신도 아니고, 말도 안 돼. 뜨려고 거짓기사를 내보내는군.’, ‘진짜면 어떻게 할래?’, ‘그럼 나 정말 열심히 살 거야. 영화 같은 일이지만 이런 정의로운 사람도 있다니, 세상 살만 하잖아.’ 기타 등등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어요! 엄청납니다!”


“살인자 사신? 이 표현 꼭 적어! 자자!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이 주인공이라는 청년 누군지 찾아봐! 얼른! 우리 회사의 운명이 달렸다고!”


“살인자 사신! 우리의 영웅! 우리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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