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훔은 세 쟁반 째 먹다말고 가격을 듣다가 손에 힘이 빠져 쟁반을 떨어뜨렸고, 요나는 두 쟁반 째를 먹으려다 말고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살포시 쟁반에서 떼었다. 엘리 또한 천사로봇을 향해 영혼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 삼인방에게 구매를 권했던 천사로봇은 거절을 당해도 환하게 웃으며 다른 구매자를 위해 이리저리 부지런히 날아다녔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천사로봇이다.
“요나! 너는 왜 그래~ 돈 많잖아!”
“야! 내가 돈이 많냐? 부모가 돈이 많은 거지! 그리고 그거 내 돈 아니거든!”
“참 개념 박힌 친구일세! 어짜피 우리는 살 필요 없지만~ 그치! 나훔?”
“그…그렇지…. 우리는 부모님이 만들어주시니까~.”
DF는 음식판매 브랜드로 전 세계적인 기업이다. DF에서 나오는 모든 요리는 친환경적, 건강을 생각해서 만든 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비싸도 사 먹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중소기업 제품은 한 제품 당 보통 십 만원이고, 시간이 지나면 만 원 대로 뚝 떨어지만 DF 음식은 자체적으로 할인을 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음식을 구매한다면 그 즉시 구입한 경로를 따라 집에 있는 음식로봇에게 연동이 된다. 집에 따로 음식로봇이 없다면 구매한 칩을 가지고 근처 편의점이나 지인의 음식로봇에게 넣고 음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칩이 있는데, 음식로봇이 없는 건 어불성설이다. 고아원만 빼고~
보통 하나의 요리칩 안에는 십 인분의 재료들이 점 형태로 내장되어 있다. 또한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어 칩과 음식로봇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나 먹는 건 걱정이 없다.
“DF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자신 있으니까요! 내일이라도 당장 생각나신다면 DF 잊지 말고 구입해주세요. 참고로 저희 DF 칩은 세계적인 친환경 기업 ON과 합작하여 만든 친환경 칩입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만남이죠! 호호~ 다 쓰시고 나서 길거리에 버려도 땅으로 스며들죠~ 뭐 버리지 않고 백 개를 모아서 주신다면 DF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핑크뮬리가닥라면’칩을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성에 차지 않으시는 분들을 위해 저희가 따로 먹을거리를 준비해두었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신제품을 기대하세요! 안녕~”
하늘광고판에 DF 대표가 직접 나와 광고를 했다. 50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스타일을 한 여자 사업가였다. 요리업계임에도 관리를 열심히 했는지 날씬했지만 표정은 아무리 웃어도 날카로움이 묻어있었다.
“저 인상 익숙한데 말이야~”
엘리는 DF 대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내 손바닥을 탁 쳤다.
“바보~ 너가 지금 깨달은 게 맞아.”
“요나! 알고 있었어?”
“우리 집에 오고가는 사람인데 내가 왜 모르겠냐! 생각 좀 해!”
“내가 너희 집에 사는 게 아닌데 어떻게 알아~ 누군데?”
나훔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엘리와 요나를 쳐다보았다.
“그 뜻이 아니라! 아오~ 강가인네 엄마잖아.”
“헉~ 닮았다! 닮았어!”
“오오오~~”
엘리와 나훔은 신기한 눈빛으로 광고판의 강가인 엄마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화면이 강가인 엄마 얼굴과 DF의 로고와 신제품들의 모습으로 멈춰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얘들아! 튀어!”
엘리는 지금 한창 하늘광장 중앙에서 땅 위로 솟아오르고 있는 나무들과 꽃들. 분수를 가르켰다. 배가 차지 않은 삼인방은 본능적으로 푹신푹신한 땅을 딛으며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빠른 속도로 뛰었다. 사람들이 많기에 빨리 가지 않으면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무는 총 다섯 그루가 올라왔다. 나무에 달린 것은 구름처럼 생긴 구름크림빵이었다. 카네이션처럼 생긴 잎을 가진 꽃들이 대략 오십 송이 정도가 함께 올라왔다. 바로 이 꽃잎들이 바삭바삭한 매운참치꽃과자였다. 마지막으로 올라온 분수 하나는 형광색이 솟구치고 있었는데, 이는 음료수 분수였다.
광장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광고를 지켜봤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음식이 있는 중앙으로 몰려드는 통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삼인방은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빨랐다. 엘리는 구름빵나무에서 구름빵 이십 개를 따서 교복 주머니에 구비해뒀던 작은 가방을 꺼내 넣었고, 바로 민첩하게 꽃을 통째로 다섯 송이는 땄다. 나훔과 요나도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겼다. 곧 삼인방은 여유를 가지고 천사로봇에게 친환경 컵을 받아 음료수 분수에서 음료수를 받았다.
챙길 만큼 챙긴 이들은 사람들 속에서 벗어나 한 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호~ 이거 좀 먹고 세벨이도 주고 애들도 나눠줘야지! 너희도 많이 챙겼어?”
“나는 우리 부모님 드려야지!”
“에혀~ 난 내가 다 먹을래~.”
구름빵 안에 있는 크림은 입 안에서 그냥 살살 녹지만은 않았다. 씹는 맛이 있었다.
“오~ 이 맛은 흑임자가 씹히는 맛 같아~~~ 너무 맛있다~.”
나훔은 감탄에 감탄을 하며 입을 계속 오물거렸다.
“냠냠냠~ 이럴 때 많이 먹어야 해. 저 칩은 엄청 비싸! DF가 웬일로 베푼다냐~.”
“아 짜증나! 너무 맛있어. 우리집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야~ DF 신제품 진열대에서 보질 못했는데!”
요나의 말에 때마침 하늘광고에서 멈춰있었던 강가인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죠! 지금 드시고 있는 구름빵과 매운참치꽃과자, 형광음료는 DF에서 다음 주에 출시할 제품들입니다~ 한정 판매 선착순이라 얼른 예약하셔야 할 거예요. 호호호~ 이 맛 잊지 마세요!”
광고에서 구름빵과 매운참치꽃과자, 형광음료 그림이 떠다니다가 바로 하늘에서 광장으로 떨어질 것처럼 우수수 비처럼 홀로그램이 내려왔다.
“DF 강가인 엄마가 그러면 그렇지. 강가인을 봐라~ 베풀 앤가~.”
요나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투덜거리지 않으면 요나가 아니다.
곧이어 DF가 베푸는 축제와 광고가 끝나자 다음 광고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전 광고와는 그 규모가 달랐다. DF의 광고는 광장 위에 있는 하늘지면만 썼다면, 이번 광고는 광장을 덮는 사방에서 시작되는 스케일이 큰 광고였다.
“우와~~~ 아래를 봐!”
하늘에서 거대하고 큰 손이 나타났다. 이 손은 마치 사람들이 서 있는 하늘광장의 땅을 위로 드는 것 같이 움직였다. 홀로그램이었지만 사람들은 자신도 같이 들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섬세한 기술이었다.
이어서 천지가 개벽하듯 땅이 공중으로 들리는 것처럼 ‘구구구’하는 소리와 함께 동그란 땅이 넓은 땅에서 분리되고 있었다. 지구가 다시 시작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면서, 공중으로 들린 땅이 조심스럽게 위로 위로 올라가자 놀랍도록 생생한 판타지가 연출 되는 듯 했다.
“엘리~~!”
“엘리! 정신 차려!”
엘리도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만 같았다. 벌떡 일어서서 갑자기 뜬금없이 양팔을 날개 치듯 뻗으니, 나훔과 요나가 익숙하다는 듯이 천천히 일어나 엘리를 다시금 앉쳤다.
그렇게 홀로그램이 만든 땅이 어느 정도 하늘로 올라갔을 때, 사방에서 오케스트라의 음악소리가 웅장하게 퍼져 나왔고 천사로봇들은 공중에서 일자로 정렬한 채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이에 거대한 큰 손이 땅을 다 올렸는지, 손이 줄어들다가 그 손의 정체가 나타났다.
“마도시?”
그리스 신전에서 입을 법한 하얀 옷을 입고 머리에는 월계관을 쓴 50대의 남자였다. 창세기 역사시간에 집중하지 않았던 엘리지만 지하벙커에서의 영상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마도시는 눈을 크게 부라리며 양 손으로 그 땅을 감싸듯 제스처를 취하다가, 이내 경건하게 웃으며 그 공중으로 들린 땅을 향해 검지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그와 동시에 검지손가락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그 땅 위로 쏟아졌는데, 하얀 빛이 그 땅을 십자가 모양인 네 구획으로 나누었고, 구획마다 지어질 건물들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하얀 빛은 십자가 중앙에 아주 호화롭고 아름다운 분수를 만들어내다가 그 분수 안으로 숨으며 사라졌다.
그러자 바톤을 이어받은 듯,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수에서는 무지개색을 담은 물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뿜어지면서, 공중에 들린 땅과 모든 것을 모두 촉촉히 적시면서 모든 길과 건물들이 금색으로 물들였다. 아주 찬란하게 반짝반짝 빛났다.
이 눈부시게 빛나는 공중에 떠 있는 땅이 제 할일을 다 하고 있을 때, ‘공중도시의 역사가 시작되는 12월 10일’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뒤이어 의미심장하게 출연했다.
“오오오~~ 멋있어~~~~ 영화야?”
“저거 무슨 광고야?”
엘리는 이 광고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나훔이 의외로 차분하게 요나에게 물었다.
“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보면 알 거야.”
“왠지 너는 ‘낸들 아니~’ 이럴 것 같았는데, 역시 부잣집 도련님이라 아는구나!”
“나훔! 이제 너도 나를 놀리냐?”
요나와 나훔, 평소 티격태격 하지도 않는 친구들이 티격태격 하고 있을 때였다.
마도시의 홀로그램이 거대해지며 자신이 만든 금빛의 땅을 조심스럽게 양쪽으로 잡은 채로 신처럼 웅장한 소리를 냈다.
“이제 이 땅을 ‘공중도시’라 명명한다~”
이 말을 끝으로 꿈에서 깬 것처럼 마도시 홀로그램과 공중도시 홀로그램은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는 음식광고를 했던 것처럼 하늘광고판에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마도시가 바로 나타났다.
“여러분! 방금 어떠셨나요? 에덴 STD에서 새로운 도전을 알리는 전 세계 최초로 진행한 광고였습니다.”
“영화 같았어요! 너무 멋져요!”
엘리는 모든 걸 다 잊었는지 마도시의 말에 극성팬처럼 일일이 대답했다.
“공중도시~ 대한민국 위를 날아다니는 도시이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 에덴 STD는 지구종말을 이겨내고 여러분들의 삶과 편의를 위해 고군분투 해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프로젝트로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도시계획입니다. 사람은 중력에 의해 땅에서 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저희가 해냈습니다. 수년 간 연구와 개발 끝에 공중에 떠 있는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마도시, 제가 혼자 설계하고 계획했습니다!”
광고 속 마도시는 대한민국 공중을 떠다니는 공중도시를 보여주었다. 소돔 마을이나 가나안 마을 위로 천천히 떠다니는 구름 같이 흘러가지만 공중도시 안에 있는 건물들과 도시 정비가 마치 천국처럼 아름다워보였다.
“각 집에서는 매일 신선한 공기가 나오는 것은 물론 무지개 분수에서 공중도시 거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면역력이 담긴 물을 도시 전체에 뿌려드리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들은 다 무료죠! 더 좋은 공기를 쐬시려면 사셔야겠죠! 하하하 이 외에도 특혜는 많으니 집중 또 집중해주세요!”
“오오오~ 개척자의 정신! 건강을 생각하는 공중도시! 저요!!! 저 살고 싶어요!”
엘리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공중도시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다만 거주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선착순입니다~ 이제는 하늘에서도 살아보셔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오늘부터 예약을 받습니다. 모집기간은 약 오늘부터 9일까지입니다. 오픈식이자 그 위대한 입성은 12월 10일 금요일이고요. 자세한 내용은 에덴 STD 공중도시팀으로 연락바랍니다. 111110.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기업 에덴 STD 대표 마도시였습니다.”
마도시는 전 세계 1위 기업의 대표답게 똑부러지게 할 말을 마치고 퇴장했다. 하지만 공중도시 발표에 열기가 식지 않은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나훔이 트랜스포머폰을 여는 순간, 공중도시 홀로그램이 올라와 광고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헬퍼에서도 폭죽이 터져 나오며 공중을 떠다니는 도시 홀로그램이 나와 광고를 하고 있었다.
“하늘광장 광고가 끝나니까 여기저기서 광고를 해~ 진짜 엄청난 프로젝트인가보다….”
“저요! 저요!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나요!”
엘리는 여전히 방방 뛰며 하늘 광고판을 향해 소리쳤다.
“엘리~ 팔을 내려~ 너는 안 돼~.”
요나의 쓴소리가 또 시작되었다.
“내가 왜! 나도 살 수 있어!”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저런 곳이면 완전 재벌 중의 재벌들만 들어가지 않을까?”
“아… 그러게….”
엘리의 팔이 자동적으로 스르륵 내려왔다. 그러고 보니 요나의 말도 맞았다. 저 천국같이 빛나는 공중에 떠다니는 도시에서 살려면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로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순간 섬광같이 스치는 어떠한 생각이 엘리의 머리 속을 훑고 스쳐 간 듯 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린 엘리는 다시 흥분하며 두 팔을 하늘 위로 번쩍 올렸다.
“아냐! 나 꼭 들어 갈 거야! 공중도시!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