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는 이엘리(1)

by 이야기소녀

2241년 12월 2일 목요일


“요나!!!!!!!!!”

“따로 가면 될 것을~ 왜 또 만나자 그래!”


요나는 소돔 마을 입구에서 엘리와 나훔을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서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나훔, 요나! 이 나나 형제들! 피가 섞인 건 아니지만 마음이 섞인 형제들아~~~ 하하하!”

“얘가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냐?”


사고뭉치 삼인방은 경찰서의 여파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처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지 않고 평범하게 남들처럼 이자에 몸을 맡기고 레일 위에서 밀리면 밀리는 대로 학교에 가고 있었다. 이들은 수업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있는 직업 상담을 위해 가는 중이었다.

“그냥 너희들을 보면 내 마음이 좋다~ 미래가 없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얼마나 안심 돼!”

“이엘리! 나는 꿈이 있어!”


항상 상대를 배려해 주며 말하던 나훔이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나훔의 단호함은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한 광경이었다.

“오~~ 뭔데?”

“나는! 고아원을 물려받을 거야!”

“아…하!”

“…”

요나와 엘리는 엄청 궁금해서 나훔을 뚫어지게 보았다. 둘은 나훔이 그 통통한 볼따구니를 한껏 치켜올리며 하는 말을 귀담아듣다가 1초 정적이 흐르면서 얼음이 됐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지! 그렇지~ 가문 대대로 이어받는 정신 참 대단해! 암암~ 그렇고 말고! 요나는 당연히 없겠지? 너도 아버지 일 물려받냐? 없으면 나훔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함께 먹고 자고 하자고~ 돈이 필요하면 우리들 머리로 가나안에서 무슨 일이든 하지 않겠어? 소돔 학교까지 떡하니 다니고 있는데 뭐라도 시켜주겠지~”

“야~ 이엘리!”

“넌 또 왜? 너도 꿈이 있는 거야? 정말 왜들 그래!”

“나는 해커! 나쁜 해커 말고 좋은 해커! 침략해 오는 해커들을 역으로 해킹하는 거지.”


요나는 웬일로 투덜거리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평소 투덜이의 태도와는 달랐다.


“너희 아버지는 친환경 사업의 1인자시잖아. 요나도 그쪽으로 가야 하지 않아?”


나훔은 웬일로 요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먹보 나훔이 언제 우리 아빠까지 알았지?”

“이 바보탱아~ 너희 아버지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잖아. 너랑 똑같이 생겼더만! 모르면 우리가 더 바보지.”

그렇다. 요나의 아버지는 지구종말 전 극도로 더럽혀진 환경과 인간을 분리해서 살아가는 생존방식을 반대하고 환경과 인간을 섞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첫 번째 운동가이셨다. 또한 집이나 로봇, 건물, 도로 등등 사람 손으로 짓는 모든 것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조화가 돼야 한다며 ‘Our Nature’ 줄여서 ON을 만든 대표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요나 아버지는 이공중과 마도시가 만든 초기의 진흙젤리를 넘겨받아 가공한 인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초기에 개발된 진흙젤리로 집을 지으면 보통은 질감이 물렁물렁했다가 금세 굳어지며 틀을 잡지만 진짜 진흙이 아니라 진흙을 닮은 화학소재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짓기는 쉽지만 무너뜨릴 때에는 환경을 해치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기 때문에 후에 요나 아버지가 가공한 99퍼센트 추출된 진흙의 성분인 진흙젤리로 지어진 집에서는, 바닥에서 바로 꽃을 심어 키울 수도 있고 공기에 영향을 주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며 전 세계의 국민들 건강 증진이 이바지하셨다.

참고로 보통 초기 진흙젤리는 값이 저렴해져서 가나안 마을 건물들에 많이 쓰이고 있고, 요나 아버지의 진흙젤리는 현재 소돔 마을에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ON의 회사에서는 친환경적 기계 소재들을 만들었다. 지구종말 전에는 로봇이나 기계를 만드는 쇠, 왁스, 폼 등등의 물질들이 여러 화학물질들을 배출하는 동시에 녹이 스는 소재였다면, 현재는 나무껍질과 돌 성분을 계발하여 기계 여러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로봇을 폐기할 때 유해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요나의 아버지는 에덴 STD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물급의 재벌에 속한다.

“에혀~ 그럼 뭐 하냐~ 일 년에 열 번 볼까 말까 한다. 말하지 마! 괜히 기분 안 좋아~.”

“요나야 미안해! 어쨌든 너는 똑똑하니까 멋진 해커가 될 수 있을 거야. 좋은 해커가 된다고 했으니 꼭 그럴 거야!”


나훔은 울 것 같은 눈망울로 요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멋쩍어진 요나는 나훔의 시선을 피해 엘리를 바라보았다.


“음~ 이엘리! 너도 지하벙커 때 보니까 기술개발실에 ‘좋아라’ 하고 들어가더구먼 꿈이 없긴 뭐가 없어!”

“나? 이제 나에게 화살이 온 건가~ 나는 말이지….”

“엇! 다 왔다.”


요나가 물었는데 본인이 엘리의 말을 끊었다. 자기주장이 확실한 요나는 소돔학교 1층 상담실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상담로봇과 상담을 시작했다. 나훔이 엘리에게 그다음 상담로봇에게 하라고 손짓했다.

“나훔! 네가 해. 나는 여기서 할게!”


엘리는 세 번째 상담로봇 앞으로 이동했다. 다 같은 상담로봇이어서 상관은 없었지만 배려와 인정이 많은 나훔의 마음을 알기에 엘리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그 옆으로 이동했다.

엘리가 세 번째 상담로봇 앞에 앉으니, 상담로봇이 눈을 뜨며 엘리의 얼굴을 스캔했다.


“소돔학교 19살 1반 이엘리, 맞습니까?”

“네네~.”

“상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자료부터 검토하겠습니다.”


상담로봇은 수업로봇과 달리 그 자리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었다. 이동할 일이 없어 팔과 다리도 없다. 상담로봇은 엘리의 자료를 분석하는지 두 눈을 계속 깜박깜박하다가 1분 만에 입을 열었다.

“가나안 중학교 꼴찌. 오로지 IQ 검사로만 소돔학교에 입학. 소돔학교 전교에서 꼴찌. 수업 태도 나쁨. 무단조퇴 수십 번. 최근 경찰서에도 다녀온 흔적이 있습니다. 성적을 토대로 직업을 추리해봐야 하는데 데이터가 없고, 수업 태도가 좋으면 소돔 내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데도 현재 이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대로는 취업은 불가능합니다. 이엘리 학생의 성격과 적성을 토대로 다시 분석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상담로봇은 머리 위에 있는 작은 구멍들을 열었다. 그곳에서 로봇머리의 선과 연결된 얇고 투명한 비닐 같은 것이 나와 엘리의 머리 위에 살포시 놓였고, 곧바로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분석에 들어갔다. 엘리가 보기에 상담로봇은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로봇인데도 자신 때문에 많이 애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힘들면 굳이 할 필요 없어요. 저는 어차피 꿈이 없거든요~! 하하하!”


상담로봇의 눈이 팍 떠지는 순간 엘리 위의 비닐이 사라졌고, 상담로봇 머리의 선이 자동적으로 상담로봇 머릿속으로 회수되었다.


“긍정적인 멘탈,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 그리고 잠재되어 있는 능력. 아직도 높은 IQ. 무언가 한다고 마음만 가지기만 하면 언제든 우뚝 설 수 있는 리더유형입니다. 마치 리더 중 마도시님과 비슷하군요.”

“네? 마도시요?”


상담로봇의 두 번째 말에 엘리는 굉장히 놀랐다.

"지금은 이엘리 학생의 직업을 정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엘리 학생은 직업이 정해질 때까지 매주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전까지 데이터가 필요하니 공부를 추천합니다. 이엘리 학생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방법은 공부뿐입니다.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이엘리 학생의 직업은 없습니다. 오늘 상담 끝!”

엘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일을 마친 상담로봇은 눈을 감았고 줄 서 있던 다음 학생이 들어갔다.

“뭐야~”

“왜? 무슨 일 있어?”


상담이 일찍이 끝내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요나와 나훔이 막 나오고 있는 엘리에게 모여들었다.


“무슨 나보고 마도시 유형이래. 말이 돼?”

“푸하하하하~ 진짜 말이 돼? 하하하하하!”


요나는 듣자마자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그러니깐~ 나도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그리고 나보고 공부하래. 무슨 데이터가 있어야 분석이 되나 봐. 안 그러면 직업이 없다나 뭐래나. 너희는 뭐래?”


요나는 데이터를 다루는 관련 직종으로 나왔고, 나훔은 사람을 돌보거나 요리하는 직종이 나왔다.


“요나는 아버지를 따라 환경으로 갈 줄 알았는데!”

“아 싫어~ ON회사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추천해 주길래 다른 곳 추천해 달라 그랬어!”

“어쨌든 둘 다 딱 맞네! 상담로봇 대단해~~ 오오! 뇌를 꿰뚫어 보는 건가! 그런데 왜 너희는 나오고 나는….”

항상 함께 했던 삼인방인데 요나와 나훔은 왜 자신과 다른지 이해를 하지 못한 엘리였다. 이에 요나와 나훔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화를 나눴다.

“시험 때 제일 먼저 나가는 사람이 누구야?”

“엘리.”

“공부시간에 조퇴하거나 조는 사람이 누구야?”

“엘리.”

“그러니 상담로봇이 뭐 분석할 게 있겠냐?”


요나의 쓴소리에 항상 당당하고 밝은 엘리의 표정이 잠시 시무룩해졌다.


“괜찮아! 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 아까 들으니까 매주 상담받으러 오라며! 그전까지 수업에 집중하고 공부도 해보면 되지! 안 그래?”

“…그렇긴 하지~ 아 몰라! 일단 오늘도 놀러 가자!”

“엘리~ 오늘도 경찰서 가면 안 돼. 우리 엄마 쓰러져….”

“나훔! 누가 달리재? 차분하게 이자타고 하늘광장에 가자는 거지! 오늘 축제가 있대! 그럼 음식 홍보하려고 무료로 나눠주니까 얼른 가자!”

“에혀~ 누가 이엘리 아니랄까 봐~ 가자 가~~.”

“야호~!”


엘리의 멈출 수 없는 쾌활함에 걱정했던 나훔과 피식 웃는 요나는 이자의 좌표를 ‘하늘광장’으로 찍고는 다 함께 나란히 이동했다.



****


소돔마을에 있는 하늘광장의 주이장은 이자들로 빽빽했다. 삼인방은 한쪽 구석에 겨우 주이 즉, '이자를 주차'하고 광장 중간으로 사람들을 헤치며 걸어갔다. 바닥에는 하늘광장답게 푹신푹신하고 보송보송한 구름소재가 깔려 있었고, 하얀 날개를 착용한 손만 한 길이의 천사로봇들이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향해 환영하는 금빛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오오오~ 벌써 시작한 건가! 광고하고 있네! 엇!”


하늘광장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러 광고들이 나오고 있었다. 삼인방이 도착했을 때는 이동의자인 이자에 대한 광고를 연예인 아유가 나와서 홍보하고 있었다.


“이자에 개혁이 오겠군.”

“나의 뮤즈 아유~ 너무 이쁘다~~ 축제에 직접 왔으면 좋겠어~~.”

“나훔! 침 그만 흘려. 이쁜 내가 있으니까 안심해!”

“푸하하하~ 엘리 너 너무 웃겨. 정말 고맙다. 하하하하!”


광고를 보며 익숙하게 서로가 서로를 놀렸다. 그러다가 어떤 광고나 나오자 셋은 갑자기 서로 짠 듯이 침묵하며 집중했다. 바로 음식 광고였다. 음식로봇 안에 내장돼 있는 칩에 음식들을 추가하거나 혹은 음식로봇 자체를 교체하는 광고였다.

보통 하늘광장에서 하는 광고는 대부분 광고의 물건들을 맛보기로 제공하므로 사람들이 먹고 즐기며 축제처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제품을 맛보기로 제공하지 않는 광고들도 있지만 음식광고는 백 퍼센트 제공한다. 하늘광장에서 하는 음식광고는 영향이 제일 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고,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작은 천사로봇들은 광고가 나오는 동시에 광장에 있는 대략 천여 명의 사람들에게 이번에 출시될 음식을 나눠주러 부지런히 날아다녔다. 쟁반 위에는 두 가지의 음식이 있었다. 천사로봇이 사람들 위를 천천히 지나가자 엘리는 쟁반 째로 집어서 음식들을 입에 한꺼번에 넣었다.

“여러분, 지금 시식하고 계시는 음식은 천국에 있는 맛을 재현한 ‘복숭아천국크림파스타’와 비타민으로 만든 새콤 달콤 매콤 ‘비타꿩불타볶음’입니다. 넉넉히 드시고 꼭 ‘맛있는 음식 DF’를 애용해 주세요.”

하늘광장의 광고에서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DF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오~ 이거 진짜 맛있다. 얼마야?”

“구매하시겠어요?”


천사로봇이 지나가다가 엘리의 말을 듣고 구매의사를 물었다. 하늘광장에서 이렇게 홍보가 있을 때면 천사로봇들을 동원해 시식을 권유해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구매도 진행한다.

“아… 아니 뭐… 구매할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 들어나보자! 얼마야?”

“네! 두 제품 합쳐서 이백만 원입니다. 스캔할까요?”

“앵? 하나당 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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