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루 다른 시선(1) - 목표로 향하는 이엘리2
“우와~~~ 저번보다 규모가 장난 아닌데!”
저녁 6시, 겨울이라 어두울 법한 대도 하늘광장은 오후 2~3시처럼 밝았다. 그리고 조금의 쌀쌀함도 없이 따스한 온기가 구름바닥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구름빵 있냐? 배고파~.”
“아까 점심을 죽으로 때워서 그렇지~ 기다려봐~ 여기 있다!”
나훔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수건에 감싼 동그란 딸기색 빵과 음료를 꺼냈다. 빨간색이어서 일명 '피빵과 피물'이라고 부른다.
“나의 사랑 피빵과 피물!!! 엄마가 언제 만드셨대?”
“오늘 아침에 가져가라 하셨어~ 공부에 빠져있는 친구대신 내가 챙겼지~."
“오~ 나훔! 사랑스러운 내 친구우우우!!! 앗! 언니는 배고프지 않아?”
엘리는 나훔의 볼따구니를 막 잡아당기며 고마움을 표현하다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세벨에게 내밀었다.
“아니.”
이세벨은 열이 떨어지고 나서 말수가 급격히 줄었다. 평소에도 말수가 없긴 했지만 더 줄은 것 같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세계적인 기업 에덴 STD 대표 마도시입니다!”
시간이 되자, 하늘 광고에서 마도시가 홀로그램 모양으로 튀어나와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그리스식 옷이 아니라 하얗고 빛나는 과학자 옷을 입고 나왔다. 옷이 하얗게 빛나는 통에 마도시의 은색 머리칼이 더 빛나는 듯했다.
“이 하늘광장에서 역사적인 첫날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역사의 산증인이 되시는 거고요. 곧 공중도시에서 거주하실 분들의 입장이 있을 겁니다. 제가 그날 선착순으로 진행한다고 했었죠! 역시나 그날 바로 마감됐습니다. 이분들과는 천 년 만 년 공중도시에서 함께 살 게 되겠네요. 하하하!”
마도시는 저번의 진중한 콘셉트와는 달리 오늘은 유쾌한 진행을 했다.
“이제 보여드릴 영상은 공중도시로 입장하는 분들의 영상입니다. 혹여나 신청하지 않으신 분들이 불법으로 들어갈 상황을 대비해 장소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입장이 끝나고 공중도시가 떠올라 이동할 때에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다 알게 되겠지만요! 하하하!”
마도시의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대신 어떤 땅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헐~~~ 저거 진짜야?”
“소돔마을과는 달라~ 더 좋은데?”
“…”
동그랗게 경계가 쳐진 땅이었는데, 저번 광고 때의 모습과 흡사했다. 엘리와 나훔은 입이 벌어지면서 영상에 집중했고, 이세벨은 여전히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우와~~~~~~~~ 공중도시 전체가 금으로 덮여 있어. 광고할 때랑 똑같아!”
“중간에 무지개물이 나오는 분수? 장난 아니다!”
“저기는 천국일 거야~ 정말 살고 싶다~.”
“나도 신청했었는데~ 너무 아까워! 저기서 살면 매일매일 행복하겠지?”
공중도시를 보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다들 눈에서 빛이 나는 듯 우러러 올려다보았다. 동그란 원형 모양인 공중도시는 구획이 십자가 모양으로 나뉘어 있어, 1 지구는 기업지구, 2 지구는 쇼핑과 문화지구, 3 지구는 거주지고, 4 지구는 식물원과 동물원, 환경보전센터로 구분되었다. 각 지구마다 건물형태가 달랐고, 소돔 마을처럼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은 무빙워크로 되어 있으며, 창세기 마을을 하나로 잇는 고무전선은 찾을 수 없었다. 아주 깔끔하고 빛이 나서 세련돼 보였다. 천국이라면 딱 이곳이었다.
“지금 보고 계시는 건 공중도시입니다. 소돔 마을보다 천 배 만 배는 편리하고 안락한 도시죠. 에너지는 공중도시에 깔린 금에서 나옵니다. 이 금은 햇빛과 바람, 물을 자동으로 저장하여 공중도시 전체에 에너지를 주죠. 놀랍지 않습니까? 다 이 마도시의 작품입니다!”
마도시의 목소리에 따라 공중도시 홀로그램이 확대되었다.
“여러분! 이제 역사에 남을, 공중도시를 처음 밟는, 첫 번째 분 입장하시겠습니다!”
이제는 마도시의 음성이 아닌 연예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창 뜨고 있는 연예인 아유인 것 같았다. 영상에서 동그란 경계를 넘어 입장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마도시였다.
“첫 번째 분, 마도시님. 두 번째 분, DF 창업자 가족. 세 번째 분 ON의 창업자 가족. 네 번째 분 미래옷의 창업자 가족……백 번째 분 AIR의 창업자 가족……오백 번째 분……천 번째 분…. 이상 입장 완료입니다! 짝짝짝짝!”
“엇! 강가인!”
나훔이 자동적으로 외쳤다.
“요나다 요나! 요나야아아아아!!! 기다려!!!”
엘리는 공중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요나의 모습을 보고 방방 뛰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천 번째까지 모두 다 입장했다.
“이제 공중도시민 마지막 분까지 거주지에 들어가시면 공중도시의 하이라이트이죠! 공중으로 뜨는 장면을 보시겠습니다~ 여러분!!!”
사람들은 헬퍼로 이 영상을 담아두기 위해 팔을 내리지 않고 열심히 찍고 있었다. 나훔과 엘리는 트랜스포머폰으로 찍었지만 이세벨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여전히 보고만 있었다.
천 번째 가족들까지 3 지구인 거주지에 들어가자 공중도시는 광고에서처럼 ‘구구구’ 웅장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중도시가 될 동그란 경계의 땅이 지상의 땅에서 벗어나려 천천히 중력을 거스르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쿠쿵~’
“지진이다!”
완전히 땅이 분리되기까지 실제 땅에서는 계속해서 가벼운 지진이 있었다. 하늘광장의 사람들도 다 느낄만한 지진이었다. 하지만 곧 공중으로 떠오른 동그란 땅은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한 30분이 흐른 듯했다.
“대체 어떻게 떠오르는 거지? 어느 땅에서 분리되는 거야? 어떤 매커니즘이 있는 거야?”
엘리는 신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기술이 있다는 자체가 심장을 뛰게 했다.
“여러분! 이제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공중도시가 완벽한 공중도시가 되었습니다!”
곧 영상은 꺼지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더니 그곳에 폭죽이 마구 터졌다. 폭죽 뒤에는 영상으로만 보던 공중도시가 진짜 실물로 떠 있었다.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들은 이 마법 같은 상황에 환호성을 지르며 놀라워했다.
“여러분! 이 공중도시는 창세기 도시를 돌며 여러분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낙하할 일은 없으니까요! 끝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에는 공중도시의 일상을 알리는 공중도시TV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엄마! 공중도시 떠오르는 거 봤어? 나 진짜 반했잖아. 사람들도 다 놀라더라니까!”
“봤지. 지금 전 세계로 중계하는 것 같더라~ 맞다! 엘리, 세벨, 나훔! 오늘 시험 봤니?”
엘리는 고아원으로 돌아오자마자 나훔엄마에게 공중도시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하려 하다가 나훔엄마의 말에 엘리는 갑자기 조용해지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고, 나훔도 마찬가지였다.
“어딜 가~ 이 녀석들! 성적표 나왔단다~.”
“아~ 엄마 잘못했어! 나 공부하고 있으니까 다음 시험 잘 볼게!”
“나도!!!”
“잘했다! 내 새끼들!!! 칭찬해!!! 세벨이도 이리 오고~.”
예상외로 나훔엄마는 엘리와 나훔, 세벨이를 두 팔에 안으며 칭찬해 주셨다. 엘리와 나훔은 갸우뚱하며 안겼고, 세벨이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나훔엄마의 팔에 마지못해 안겼다.
“성적이 올랐어! 잘했어! 엘리는 엄청 오르고 나훔이도 엘리가 공부하니까 같이 했구나! 세벨이는 여전히 잘하고!”
“헤헤헤~ 뭐 내가 하면 잘하지~!”
엘리는 멋쩍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나훔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이세벨은 이들의 품에서 어느샌가 벗어나 방에 올라가려고 발판을 타고 있었다.
“나훔엄마! 나훔엄마! 큰일 났어!”
그때 나훔아빠가 헉헉 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고아원 문 닫아야 한대! 더 이상 지원이 힘들대!”
“헉… 우리 어떻게 해… 흑.”
“네?”
엘리는 놀라 나훔아빠에게 바로 물었고, 나훔은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발판을 타고 올라가던 세벨이도 놀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거 아니었어?”
엘리가 물었다. 이 질문에 나훔 아빠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나훔엄마를 바라보다가 입을 무겁게 열었다. 나훔엄마도 궁금한 눈치였다.
“그런 줄 알았지. 오늘 구청에 갔다가 들었다. 지원금이 ‘정부’라고 나와서 정부인 줄 알았는데….”
“말해봐! 나훔아빠.”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하아~ 에덴 STD라는구나….”
나훔엄마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다들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아! 내가 열심히 해서 고아원 먹여 살릴게! 그래도 당분간 살아갈 여력은 되는 거지?”
엘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나훔엄마와 나훔 아빠에게 말했다.
“그… 그렇지….”
“엘… 엘리….”
”나 곧 20세 되고 직업 얻으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
엘리의 말에 나훔엄마와 나훔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나도 직업 얻을게! 나도 자식이니까!”
나훔이도 엘리의 용기에 울음을 그치고 담대하게 말했다. 방 앞에서 몰래 듣고 있던 세벨이는 놀란 눈을 하고 있다가 아랜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이엘리! 반에서 3등! 전교에서는 7등!”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날 학교를 가니 시험 등수가 나왔다. 모든 과목에서 엘리가 전교에서 7등을 했다. 엘리는 입이 귀까지 걸리며 매우 기뻐했다.
“이세벨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그리고 공중도시로 전학 간 아이들 시험등수까지 다 나왔지만 교실에 남은 몇 명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졸업까지는 두어 달 남았지만, 미리 일을 구해야 했다. 그래서 엘리는 수업 후 바로 상담로봇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소돔학교 19살 1반 이엘리, 맞습니까?”
“네네네! 저 일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생겼어요! 참작해 주나요? 빨리 일해야 하긴 해요!”
“분석에 들어갑니다. 점수가 많이 올랐네요. 이 정도면 이엘리 학생의 의지를 믿고 당연히 반영합니다! 기록하겠습니다. 말해주십시오.”
“에덴 STD의 공중도시! 기술개발팀이나 데이터팀 아무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