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루 다른 시선(1) - 목표로 향하는 이엘리1
2241년 12월 10일 금요일
“음… 이자의 작동원리… 이동레일에 깔려 있는 부력으로 인한 작용. 부력레일이라고도… 그렇지. 그렇지.” “오늘 이자들이 고급인데? 듣고 있어? 이엘리!”
“창세기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원은 바람과 물, 햇빛,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를 개량하여 창세기 도시를 하나로 잇는 고무 전선의 에너지로 채워지면, 창세기 도시의 모든 건물에 주입되어 건물 안에만 있어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원리이다. 이 원리는 마도시가 개발한 것으로….”
“엘리야~ 일주일 동안 왜 그러는 거야~~.”
“그러면 쟤 못 들어~ 나를 봐~ 야!!!!!”
“아이코! 깜짝이야!!! 왜!!!”
엘리는 이자를 타고 소돔학교로 등교하는 중에, 나훔이 거는 말을 듣지 못했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듣지 못하다가 요나가 소리를 질러 다행히도 귀가 트이게 되었다.
“너 지금 뭐 해? 어디 아파? 인생의 마지막이야? 갑자기 안 하는 공부질이야?”
요나가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귀청이 찢어질 뻔하다가 감사하게도 찢어지지 않은 엘리가 자신의 트랜스포머폰을 보여주며 화내면서 말했다.
“나 공부 중이야!!! 건들지 마!!!!”
“아~ 네네네네.”
“오~ 엘리! 엄마가 정말 좋아하시겠다!”
나훔은 엘리의 공부소식에 기뻐서 씩 웃었고, 요나는 ‘네가 언제까지 하나 보자’는 표정으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수업시간이 시작되자 교실 앞 구석에 있던 수업로봇의 전원이 들어와 교실을 시험모드로 배치했다.
“자! 오늘은 시험의 날입니다.”
“뭐야~ 시험이 왜 이리 자주 있어? 미리 알려줘야 공부를 하지!”
“그만 좀 해요. 본지 얼마 안 됐잖아요!”
다들 갑자기 벌어지는 시험 안내에 투덜거렸다. 수업로봇은 로봇이라 이에 개의치 않고 학생들의 의자를 각 자리에 고정시킨 뒤 수업판을 배치시켰다. 이세벨과 피유다, 강가인은 앞에 줄줄이 앉고, 요나와 나훔, 엘리는 맨 뒤에 줄줄이 앉았다.
“첫 번째 과학시험입니다. 문제는 총 30문제. 시간은 40분.”
‘수업판’에 과학기술개발시험 문제들이 나타났다. 매학년 갑자기 치르는 시험날이 있다. 거의 연말에 이뤄지는데, 개개인의 평소 역량이 어떤지 테스트해보는 시험으로 각 회사들은 이 시험을 중요하게 다루며 입사에 반영한다.
평소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낸 엘리는 난생처음으로 집중이라는 걸 하며 하나씩 풀어나갔다. 계속 이어지는 두 번째 시험인 역사시험에도, 세 번째 시험인 수학시험에도, 네 번째 시험인 인성시험에도 집중하면서 풀긴 다 풀었다.
“엘리! 지금쯤이면 나가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안 나가?”
“이엘리가 아닌 것 같아. 이엘리 행세하는 로봇이지?”
나훔과 요나는 이미 시험을 때려치우고 나갔어야 할 엘리가 나가지 않고 끝까지 다 푸는 모습에 의아해하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엘리는 이를 듣지 못했는지 마지막까지 문제를 검토하며 난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훔, 요나! 조용하세요! 학생 여러분, 점심 후에 국어시험과 영어시험, 상상력시험을 치른 뒤 채점 후 바로 성적표를 각 집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수업로봇이 점심을 알리자 교실의 시험모드 배치가 원상태로 돌아오자 학생들은 이자를 타고 학교 내 2층 식당으로 향했다. 교실에서 먹어도 되지만 청결유지를 위해 학교에서 식당을 따로 만들었다. 모든 전교생이 한꺼번에 수용되는 공간이다. 학생들의 이자가 식당에 도착하는 대로 줄줄이 기다리고 있던 식판책상들이 하나씩 그 앞에 붙었다.
사고뭉치 삼인방이 창가 쪽으로 이동하자, 대기하고 있던 식판책상 세 개가 자연스레 따라와서 붙었다. 혼자 앉은 학생도 있고 두 명, 세 명, 네 명 등등 제각각 자리를 잡았다. 이동이 멈추면 식판책상 위에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질문지가 화면에 뜬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그리고 이 카테고리 안에서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양식이라면 ‘스테이크, 돈가스, 스파게티, 샐러드 등등’ 마실 것까지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식판책상 안에서 조리가 되는데, 조리가 끝나면 식판책상의 뚜껑이 열리면서 막 요리된 음식이 그릇에 담아 올라온다.
이렇게 자유롭고 메뉴선택이 많은 학생 식당은 창세기 도시에서는 소돔 학교밖에 없다. 특권층들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학교의 식당들은 메뉴가 하나로만 정해져 있거나 메뉴가 있어도 두세 개 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학교에서 지출하는 모든 비용은 교복이나 이자를 제외하고 모두 에덴 STD의 부담이다.
“나는 스테이크~.”
“나는 김치볶음밥 먹을래~ 오늘 매콤 새콤한 게 당긴다. 엘리 너는?”
“…”
엘리는 말없이 트랜스포머폰으로 국어교과서를 보면서 식판책상 위에 뜬 메뉴를 아무거나 누르고 있었다.
“에휴~ 말 건 내가 잘못이지~.”
요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한숨을 푹 쉬었다.
5분 후 나훔의 스테이크와 요나의 김치볶음밥이 나오고 엘리가 주문한 음식이 올라왔다.
“악~ 이거 뭐야!”
“크크크~ 꼬시다~.”
“그러게 주문할 때 제대로 봤어야지!”
엘리의 음식은 옥수수죽이었다.
“아니야! 난 괜찮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공부공부!”
엘리는 옥수수죽을 후다닥 마시고 혼자 교실로 돌아가 버렸다. 나훔과 요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교실에서는 학교 관리실에서 나왔는지 이세벨의 자리를 수리하고 나간 모양이었다. 다시 시험이 바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세 과목의 시험을 다 친 후에야 오늘의 학교 일정이 끝이 났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그래도 계속 공부해야 돼. 언제 또 시험 칠 수 있으니까!”
“야! 이엘리! 그만 좀 해!!!!”
엘리가 기지개를 켜며 쉬는 듯하다가 다시 트랜스포머폰을 꺼내 공부하려 하자 요나가 엘리의 폰을 뺏으며 화를 냈다.
“얘가 왜 그래~ 내놔~.”
“안 돼! 나 오늘 마지막이라고!”
“응? 요나야! 무슨 소리야?”
“마지막? 무슨 마지막?”
요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나훔과 엘리는 놀라서 물었다.
“나도 어젯밤에 알았어. 이사 간다. 학교도 전학 가고~.”
“말도 안 돼!!!!! 우리 삼인방은 계속 함께 해야 하는데… 흑.”
“앵? 뭐? 진짜? 어디로?”
나훔은 큰 눈망울을 글썽거리며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고 있었고, 엘리는 요나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 하아 공중도시로….”
“뭐????????”
한숨을 쉬며 말하는 요나를 보며 엘리는 너무 놀라 이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놀래? 가나안 사람들은 당연히 모르겠다~ 들어가지도 못하니 관심도 없겠지~.”
“풉!”
피유다와 강가인이 교실 밖을 나가려고 지나가다가 사고뭉치 삼인방에게 무개념으로 참견했다.
“야!!!!!!!”
“참어~~.”
비꼬는 말투에 주먹을 쥔 엘리가 피유다와 강가인에게 날리려 하자 나훔이 엘리의 팔을 잡고 말렸다.
“이 소돔학교 90프로의 학생이 이제 공중도시로 이사 가서 공중도시 학교로 전학 가는 거야. 그럼 이 학교는 폐교돼서 너희는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가야 될걸! 뭐 이제 곧 졸업하니까 전학 갈 필요가 없으려나?”
“마지막 인사는 해두지~ 잘 있어라? 하하하!”
피유다와 강가인은 서로 키득키득 웃으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오~ 진짜! 마지막이니까 한 대 쳤어야 했는데!”
“차라리 공부를 해~ 그게 살 길이야!”
요나가 엘리의 트랜스포머폰을 돌려주며 진정시켰다.
“나는 내일이 오픈식인 줄 알았는데… 오늘이었다니….”
“난 공부하느라 속세와 인연을 끊었었지…. 어떻게 공중도시 오픈식인 걸 몰랐을까…. 내 이상향 공중도시이이~~~ 그래도 공부는 잘했어! 암암~.”
나훔의 말에 엘리는 자책모드로 들어가다가도 다시 긍정모드로 빠져나왔다.
“크크 너희답다!”
“엘리! 우리 하늘광장가자! 요나의 마지막 길은 봐야지~ 흡.”
“나훔! 또 울라 그래~ 당연히 가야지!”
“무슨 마지막 길이야! 내가 죽냐?”
나훔은 울다가 그쳤다가 요나의 손을 잡고 또 울려고 했다. 요나는 나훔의 반응에 바로 투덜거렸지만 나훔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엘리와 나훔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가도 연락해야 돼! 알았지?”
“으휴~ 말이라고~.”
“몇 시까지 가야 돼?”
엘리가 아쉬운 마음으로 요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가야지! 너희들 잘 지내고 있어라. 우리 또 만나자!”
“권요나! 나 공중도시에 꼭 가니까 거기서 딱 기다려! 나훔은 못 볼 테니 내가 많이 봐주지! 하하하하.”
“역시 이엘리야~ 푸하하하!”
사고뭉치 삼인방은 자신들의 유쾌함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인사를 했다. 요나는 먼저 돌아가고 엘리와 나훔은 오픈식 시간에 맞춰 가려고 잠시 기다렸다.
“나도 같이 가~.”
“언니도?”
“응!”
이세벨은 엘리와 항상 따로 다녔기 때문에 텅 빈 교실 안에 둘만 덩그러니 있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말을 걸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이세벨이 언제부턴가 엘리에게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엘리도 그때 어색함을 느꼈는지 그 이후로 언니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자신은 자신만의 생활을 해왔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그랬었고 지금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렇게 이세벨이 엘리에게 어딜 먼저 같이 가자고 한 일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좋아! 언니!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