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시에게 심판을 - 멈추지 않는 심판(1)

-네 부모를 공경하라 1-

by 이야기소녀

2241년 12월 28일 화요일


엘리는 데이터실에서 어제부터 노란 여인이 벌였던 영상들을 보고 또 보면서 나름 분석을 시도했다.


“에덴 STD는 물러가라!”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라!”


하지만 에덴 STD 건물 앞에서 공중도시 거주민들의 홀로그램 피켓 시위의 소란스러움에 창문밖을 내다보다가 파나도 치료하지 못해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집과 가게들이 랜덤으로 무너졌어. 그 이후에 동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왔지. 음, 동물들의 움직임도 수상하지만, 집과 가게들은 어떻게 무너진 거지?’


그때 엘리의 트랜스포머 폰에 요나의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뜨며 전화가 걸려왔다.


“요나! 응응! 진짜? 수상한 걸 발견했다고? 역시 내 친구! 내 폰으로 보내줘! 다시 전화할게!”


엘리는 요나가 보내준 데이터를 자신의 트랜스포머폰과 연동된 회사의 컴퓨터로 띄웠다. 요나가 준 자료들은 ON을 해킹한 자료였다.


‘이것부터 봐야겠네. 음… 사료를 주는 자동화 기기에서…… 앵? 갑자기 사료가 달라졌잖아. 이 사료가 동물의 유전자를 바꿔서 노란 액체를 생성하게 해주는 건가……? 대체 이 사료는 누가 바꾼 거지? 오잉? ON의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고 쓰여 있네. 그럼 그전에는 사료 바꾼 적이 또 있는 걸까…?’


엘리는 데이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다 보니 저번 주 즈음에 바뀐 기록이 있었다.


“이거야! 영상이 있군. 누가 동물들을 풀어서 무지개 분수대까지 오게 한 거지? 음… 운반로봇들? 이거 진짜 이상하네.”


첫 번째 빨간 여인이 등장해 공중도시 거주민들 몇몇이 눈멀고 입 닫힌 일도 그렇고, 어제 일도 그렇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어서 그 어떠한 추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엘리는 요나의 도움으로 약간의 단서를 잡아 집과 가게가 무너진 영상을 다시 천천히 재생해 보았다. 그때 엘리의 눈에 확 잡히는 모습이 있었다.


“확대 확대!!!!! 헉~ 이곳에 정말 작은 생쥐로봇이! 여기! 여기! 여기 숨어있다가 폭발하면서 건물이 무너진 거야. 헐~ 이거 저장!”


엘리는 단서들이 담긴 자료들을 차곡차곡 이자 제어판에 모아놓았다.


“얼른 언니에게 알려줘야겠어.”


엘리는 흥분을 가라앉치지 못하고 곧바로 기술개발실로 내려갔다.


“언니! 언니! 잠깐 이야기 좀!”


다행히 노현재 팀장이 자리를 비웠는지 다른 팀원들과 이세벨만 있었다. 이세벨을 부르자 정신없는 와중에 엘리가 불러서 그런지 화가 난 표정으로 엘리에게 왔다.


“엘리! 지금 여러 사건들 때문에 바쁜데 왜 부르고 그래? 아무리 같은 회사에서 일해도 그렇지. 공은 공이고 사는 사야. 할 말이 뭐야?”

“언니 미안해~ 그런데 내가 조사해 본다고 했었잖아~.”

“엘리! 그런 건 우리가 조사해. 너는 데이터팀에서 주는 일이나 해. 나 그럼 간다.”


이세벨은 단호하고 냉정하게 끊고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언니! 이것 봐바~ 건물들이 무너진 건 이 작은 생쥐로봇 때문이었어. 그리고 동물들이 튀어나온 것도 운반로봇이 옮긴 거고, 노란 액체도 갑자기 사료를 바꿔서 그랬던 거였어. 이번 일은 배후자가 있는 듯 해. 조금만 더 조사하면 누군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세벨은 엘리의 말에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다가 엘리가 트렌드포머폰으로 보여주는 단서가 담긴 영상에 시선을 옮겼다. 이세벨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엘리! 대단해~ 이거 내 폰으로 보내줄래? 그리고 엘리!”

“응?”


이세벨은 엘리의 두 손을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나는 너의 언니야~ 내 피붙이는 너뿐이라고. 진심으로 걱정되니까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게다가 넌 인턴이라 잘못 관련되면 오해받아서 잘릴 수도 있어. 그러니 이 영상은 지우고 나와 우리 팀에 맡겨줘~ 부탁이야~.”

“언니~~~.”


엘리는 이세벨이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는지 몰랐다. 그래도 며칠 전 에덴 STD에서 비상상황일 때 언니의 모습은 정말 처음으로 ‘언니답다’는 듬직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날과 오늘을 뺀 나머지 모든 날들은 다 남보다 더 못하게 지냈었는데 말이다.


‘가족이 힘들 땐 하나가 되는구나~ 언니~~.’


엘리는 이세벨의 진심 어린 부탁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폰에 있는 영상을 지웠다.


“다른 곳에 있는 영상들도 꼭 삭제하고~ 널 위해서야~.”

“응응! 알지~ 나 진정됐어! 언니 고마워! 바쁜데 방해해서 미안해~ 이제 돌아가볼게!”

“그래~ 엘리! 믿는다~.”


데이터실로 돌아온 엘리는 방금 전 언니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자신만 보면 냉정하게 대하던 언니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언니는 츤데레 스타일이었구나~ 헤헤.’


엘리는 언니 이세벨의 말을 믿고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단서 영상들도 지웠다.

퇴근시간이 되어 숙직실로 내려갔다. 저녁이나 먹으러 갈까 하며 메뉴를 검색해보고 있는데, 엘리의 앞에 날개로봇이 등장하더니 무언가를 전달해 주고 떠났다. 막대기 편지였다.


“뭐지? 여기서 나에게 뭘 보낼 사람도 있나? 요나인가?”


엘리는 막대기 양쪽을 눌렀다. 그러자 홀로그램 화면이 뜨며 짧은 글이 올라왔다.


‘나는 금빛 여인이기도 하고 빨간 여인이기도 하고 노란 여인이기도 한 심판자~ 나를 찾는다면서? 너에게 나를 만날 기회를 줄게. 네가 공중도시에 처음 발을 디뎠던 곳으로 와~ 너 혼자. 혼자가 아니면 난 사라질 거야~ 이런 기회는 그 누구에게도 다시는 오지 않으니 잘 생각해서 행동하라고~ 호호호~ 시간은 밤 10시~.’


엘리는 이 홀로그램 편지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언니한테 알려야겠다! 언니에게 전화를….”


바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혼자가 아니면 난 사라질 거야~’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려서 바로 멈췄다.


“그래~ 밤 10시 가주지~ 언니가 또 핀잔을 주겠지만, 이 심판자의 정체를 알아내면 언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엘리는 숙직실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는, 밤 9시 30분에 회사를 나섰다. 공중도시의 밤거리는 바닥과 공중에 설치된 불빛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어 그리 어둡지 않았다. 바람도 차가웠지만 이자 안에 있어서 그리 춥지 않았다.


‘처음 발을 디뎠던 곳. 공중도시 귀퉁이 땅.’


엘리는 그곳으로 부지런히 갔다. 그동안의 사건들 때문인지 거리에 산책하는 사람들은 없고 오직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만 한두 명씩 있을 뿐이었다. 귀퉁이 땅에 다다르자 고장 난 보안로봇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판자가 보안로봇도 처리한 걸까?’


엘리는 괜히 긴장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저 앞에서 하늘하늘한 실루엣이 보였다. 다리가 매우 길고 군살 하나 없는 금빛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이자를 타지 않은 채 금빛 구두를 뽐내며 서 있었다. 걸어오는 모습이 홀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사람인 것 같았다.


“심판자!”


엘리는 유리덮개를 걷지 않고 이자를 타고 급히 다가갔다. 그러자 금빛 여인은 연기처럼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야!!! 어디 갔어?”


갑자기 사라진 금빛 여인에 어리둥절해서 두리번거리는 엘리는 당황했다. 그런데 그때 엘리 이자의 버튼을 유리 덮개가 스르륵 열리는 것이었다.


“엇! 뭐야! 내가 누르지 않았는데!”


엘리가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활짝 열린 이자 유리!


“호호호~~ 내가 너를 멈춰줄게~~~.”


금빛 여인이 어느샌가 엘리의 이자 뒤에 서 있다가 엘리 앞에 빨간 콩들을 터뜨렸다.


“엇! 이거는 내 초록콩………음냐음냐~”


터지자마자 엘리는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고, 금빛 여인은 기분 나쁜 웃음을 멈추고 그저 무표정으로 엘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2241년 12월 29일 수요일


“헉! 내 초록콩이랑 비슷하잖아! 이게 왜!!!! 악!!!! 여기는!!!!!!!”

“엘리~ 엘리 정신이 좀 들어?”

“우리 엘리~~~.”

“엘리!!! 아파서 온 거야? 그런데 왜 집 안으로 안 들어오고~.”


눈앞에 매일 보고 싶던 얼굴들이 있었다. 나훔 엄마와 나훔 아빠였다. 방금 전까지 공중도시에 있던 자신이 왜 갑자기 고향집인 가나안 고아원으로 돌아왔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엘리는 순간 벌떡 일어났다.


“헉! 나 분명히 공중도시에 있었어! 그 심판자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볼 뻔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지금 꿈꿔? 너도 그 드라마에 빠졌구나~ 엘리야~ 우선 이것 좀 먹고 기운 좀 차리렴.”


나훔 엄마는 엘리에게 방금 만든 전복죽을 한 숟갈 내밀며 먹여주셨다.


“아니야~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상황이야! 지금 공중도시는 난리가 났다고~~.”

“그래! 그래~ 오늘 공중도시 TV 하는 날이니까 같이 보자! 그나저나 우리 엘리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다. 잠시 휴가차 온 거야?”


엘리가 아무리 침을 사방으로 튀기며 설명을 해도 나훔 엄마와 나훔 아빠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다들 정말 공중도시 TV가 공중도시에서 벌어지는 추리, 스릴러 드라마인 줄 알고 있었다.


“하아~ 답답해!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와있어?”

“너 이자가 고아원 앞에 서 있던데? 어젯밤에 나훔 아빠가 안 나가봤으면 어쩔 뻔했어. 엘리가 이자에 탄 채로 밖에서 잘 뻔했잖아.”

“맞아~ 내일 아침에 애들 먹을 채소가 부족해서 사러 나갔다가 우리 보고 싶은 엘리를 봤네~ 하하하!”


나훔 아빠는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엘리는 답답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나훔 엄마와 나훔 아빠와 이야기하기보다는 통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나훔이는? 나훔이는 어디 갔어?”

“나훔이 출근했지. 아침에 너 온 거 보고 오늘 일찍 온다고 했으니까 걱정 마~ 일단 쉬면서 좀 있으면 공중도시 TV 드라마 하니까 보고 있어~.”


나훔 엄마와 나훔 아빠는 웃으시면서 일하러 방을 나가셨다. 엘리는 나훔 엄마와 나훔 아빠의 방에 놓인 옛날 버전의 종이두께의 티브이를 켰다.


“티브이! 공중도시 TV 틀어줘~.”


엘리는 공중도시 상황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창세기 도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금기사항이 현재 공중도시에서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엘리는 침을 꿀꺽 삼키며 티브이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있었고, 길거리와 건물 표면에 유혈이 낭자했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여러 로봇들 또한 무참히 짓밟혀 있었다. 엊그제 무너졌던 건물은 양반이었다. 오늘은 마구 찢긴 종이처럼 건물이 난도질당한 수준으로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공중도시 TV 속에는 휘날리는 하얀색 원피스에 하얀 머리색의 여인이 하얀 립스틱을 칠하고 하얀 가면을 쓰고 흰 토끼를 들고 이자에 앉아있었다. 이자는 공중을 높이 날고 있었다. 하얀 여인은 홀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등장한 것 같았다.


“진짜 등장한 거야? 그런데 이자에 날개가?”


에덴 STD에서 만든 이자는 공중에 높이 뜨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부력에 의해 공중에 얕게만 뜰 수 있는 기능이었다. 공중에 잠깐이지만 높이 뜰 수 있는 날개 달린 이자는 자신이 개조한 자신의 이자와 나훔, 요나의 이자뿐이었다. 지금은 요나는 이자를 신형으로 바꿨으니 나훔과 엘리 자신 것 밖에 없었다.


“나훔과 내 이자는 지금 가나안 마을에 있는데, 공중에 뜬 이자가 또 있다니……. 설마….”


엘리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티브이에서의 하얀 심판자는 큰 소리를 지르며 인간을 표방한 거인 로봇들을 제어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협약했던 금기사항은 ‘인간모습을 한 로봇을 만들지 말라’는 사항과 ‘로봇이 스스로 배워 성장하는 인공지능 기능을 넣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거대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사람이 있는 건물을 집중 공략하는 치밀함과 잔인성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하얀 심판자는 공중에 둥둥 떠서 공중도시를 마구 휘젓는 이 거대한 인간로봇을 바라보며 꽤 흐뭇해하고 있었다.


“… 이번 추첨 이벤트는 ‘부모를 공경하라’야~ 네 부모란 너희 부모만 말하는 게 아니라 어른을 공경하라는 뜻이지~ 그런데 너희들은 너보다 돈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했니? 응? 어떻게 했어? 아주 무시에 무시를 했지! 뭐~ 너희들 다 그랬던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야~ 음~~ 봐줄까? 음….”


하얀 심판자는 토끼의 부드러운 털을 자신의 볼에 비볐다. 시선은 거대한 인간로봇이 아니라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안타까운 눈빛을 하며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며 고민했다. 하얀 심판자는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주먹 쥔 오른손을 왼손 바닥에 ‘탁’ 치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더라? 연대책임! 호호호~ 내가 너희들을 교육시켜 줄 아주 큰 어른을 불러줄게. 정말 큰 어른이야! 이미 인사했겠지만 호호호~ 예절교육 똑바로 받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빨간 여인을 오늘 하는 건대~ 호호호~ 난 바보인가 봐~ 귀여운 바. 보. 다시 심판할래!”


하얀 심판자의 귀에는 거대인간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마이크가 있었다. 다시 시작된 하얀 심판자의 명령에 거대인간로봇은 다시금 난폭하게 날 뛰었다.


"으악! 살려줘!"

"으흡… 제발…."


대책 없는 살인풍경에 하얀 심판자의 하얀 원피스에는 빨간 줄들과 점들이 튀어 마치 추상주의를 표방한 예술작품 같이 되었다.


“어머! 공중도시 TV 벌써 하니? 너 잘 쉬고 있나 걱정이 돼서 피빵이랑 피물 가지고 왔어! 엘리! 뒤에서 봐! 눈 나빠진다~ 엘리!!!!”

“……응? 응….”


엘리는 어떠한 깨달음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넋이 나가있다가 나훔 엄마가 엘리를 톡톡 치며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나훔 엄마는 엘리를 위해 평소 고아원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는 종이에 싸인 일명 피빵과 두꺼운 팩에 든 피물을 가져오셨다가 엘리의 상태를 보고 엘리의 양쪽 볼과 이마를 만지더니 안아주었다.


“공중도시에서 많이 힘들었어서 그랬구나. 엘리 괜찮니?”

“……엄마!!!!!!!!!!!!”

“응?”


엘리는 갑자기 엄마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으흑흑흑~ 엄마! 저 사람이 언니 같아. 언니가 공중도시 사람들을 해치고 있어. 도대체 왜 저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거야? 언니가 왜?”

“저 사람이 세벨이라니~ 말도 안……….”


나훔 엄마는 엘리의 말에 공중도시 TV를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그러다가 진지해지며 우는 엘리를 품에서 떼어내고 말을 꺼내셨다.


“엘리! 내가 너한테 중대하게 할 말이 있어!”

“…”


엘리는 울다 말고 물끄러미 나훔엄마를 바라보았다.


“나 엘리 말 믿어. 그러니 엘리도 내 말 믿어야 해.”

“으응~.”

“너희 아버지는 이공 중이라는 사람이야. 너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마도시고. 세벨이한테는 이미 말했어. 세벨이에게는 너희 엄마가 쓴 일기장을 줬었는데 그때부터 세벨이가 달라지기 시작했지. 하아~ 다 내 잘못이야. 저 사람이 정말 세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리가 세벨이라고 하니까 믿을게.”

“뭐? 이공중이 내 아버지? 마도시가 우리 아버지를 죽여?”


엘리는 나훔 엄마의 말을 듣고 엄청난 사실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나는 엄마가 돼가지고… 세벨이의 마음도 모르고… 에휴!”


나훔엄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셨다. 엘리는 그동안 자신이 이공중이라는 인물에게 끌렸던 추억들이 마치 영화 속 필름 같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친구들과 놀다가 우연찮게 들어간 지하벙커 에덴 STD 건물에서 본 이공중의 영상, 공중도시 에덴 STD에서 본 이공중의 사진. 까무잡잡한 피부와 눈 모양, 그리고 은색 십자가 반지.


“은색 십자가 반지? 나는 은색 십자가 목걸이! 아! 크로스 오락실!!!!!!!!!!”


엘리는 이 생각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걸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움켜쥐고는, 오락실에서 과학자 옷을 입고 까만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서 있던 게임화면을 기억해 냈다.


“엘리! 갑자기 오락실은 왜? 너 정말 괜찮니?”


엘리는 나훔 엄마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 나에게 사랑을 줘서~~ 나 결심했어.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나 언니 마음을 알 것 같아. 나도 언니 같았으면 마도시한테 복수한다고 했을 거야. 하지만 저 방법은 옳지 않아. 사람들이 죽어가잖아. 이공중이라는 우리 아버지를 위해 언니를 멈추고 마도시에게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복수할게!”

“엘리! 위험해! 가지 마~.”

“엄마! 언니는 나를 지키려고 여기로 보낸 거야. 난 언니를 믿어. 위험해도 언니를 구하러 가야지.”

“오락실에 가서 뭐 할 건데~ 그리고 공중도시를 간다 해도 무슨 수로 세벨이를 멈출 거야?”

“음… 엄마!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꼭 언니를 데려올게! 엄마~ 피물이랑 피빵 가져간다!!!”


엘리는 나훔 엄마 볼에 뽀뽀를 한 뒤, 자신의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을 닦으며 뛰어나갔다. 그때 막 고아원에 들어오는 나훔과 마주쳤다. 나훔의 이자에는 물건들이 바리바리 가득 차 있었다.


“엘리! 어디 가는 거야?”

“크로스 오락실!!!!!! 간다!”

“야아아! 같이 가!!!”


엘리가 이자를 타고 달리자 나훔은 그 상태 그대로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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