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부모를 공경하라 2-
엘리는 크로스 오락실에 도착하자마자 철제문에 손바닥을 댔다. 전에 열리던 대로 엘리의 손에 반응하며 열렸다. 엘리는 그동안 이 점에 대해서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늘 비로소 이 비밀을 깨달았다. 자신의 아버지 이공중과 혈연관계여서 그렇다는 것을.
엘리는 들어가자마자 그 게임화면으로 직행했다. 나훔도 후다닥 뒤따라 들어왔다. 엘리가 그 게임화면 앞에 서자 이공중의 캐릭터가 뜬 화면은 그때처럼 물었다.
“나의 이름은?”
엘리는 아주 신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을 꺼냈다.
“이. 공. 중.”
그때 게임화면에서 아주 커다란 빛이 엘리를 감싸더니 공중으로 서서히 들어 올렸다. 엘리는 그 빛 안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 빛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창세기 도시, 공중 도시, 그리고 내 딸. 내가 다 사랑하는 자녀란다. 그래서 너는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야~ 너의 힘으로 악을 멈출 수 있단다~ 나를 찾아주어 고맙구나~.’
그 빛이 뿜어져 나오는 화면 속에서 작고 동그란 무엇이 흘러나왔다. 이공중이 살았을 적 끼고 있었던 은색 십자가반지였다. 엘리 손에 그 은색 십자가 반지가 끼워진 후에 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 십자가 반지 중앙에는 무지개색깔의 별이 박혀 있었다.
엘리의 발이 땅을 닿자마자 엘리는 곧바로 이자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우와~~~~ 완전 최첨단 게임이었어! V.R.A.R.one 오락실보다 엄청 대박 좋잖아!!! 같이 가! 엘리!!!!”
나훔은 그 모습을 감탄하며 보고 있다가 엘리의 재빠른 움직임에 뒤늦게 따라갔다. 엘리는 이동하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훔! 공중도시 어디 있나 찾아봐 봐!”
“왜? 공중도시 TV로 보면 더 잘 보이잖아~.”
“나 다시 올라가야겠어!”
“앵? 왜!! 거길 어떻게 올라가!!!”
나훔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하늘을 유심히 보다가, 트랜스포머폰으로 가나안 마을 인터넷으로 들어가 정보를 구했다.
“하아~ 꼭 가야 하는데!”
“엘리! 1시간 후에 소돔 음식의 거리를 지난대. 공중도시가 만들어진 이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중도시 알람 사이트야.”
“오케이~ 가자!”
엘리와 나훔은 이자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빠른 속도를 내어 달렸다.
“그런데 어떻게 올라가지?”
“저번에 어떻게 올라갔어?”
“그때는 보안로봇이 올려다 줬지. 지금은… 날개 달린 내 이자로는 불가능해…. 그만큼의 거리는 안 나오거든.”
“음, 장담은 못하지만 가능성이 조금 아주 조금은 있어.”
“아무래도 좋아! 어떤 방법이야?”
나훔은 진지모드인 엘리의 위급사항에 머리를 짜내고 짜내다가 자신의 이자에 가득 담긴 물건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고아원 아이들을 주려고 잔뜩 사 온 DF소돔점 테스트 중인 '순간 질긴 풍선껌'과 신제품인 제자리에서 통통 튀며 놀 수 있는 '퐁퐁바닥'들이었다.
“DF 소돔점에서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사업을 추진한다고 싼 값에 팔아서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 사 왔지. 아무튼 퐁퐁바닥들을 겹겹이 포개면 탄성이 커진대. 그리고 이 순간 질긴 풍선껌은 씹으면 풍선을 부는데, 처음에 넣고 싶은 물건을 앞에 놓고 불면 그 물건이 안에 들어가면서 크기가 순간적으로 커져! 신기하지? 그런데 이게 질겨서 잘 안 터진다는 게 단점이야. 테스트용이라 따로 파는 게 아니라서, 애들 가지고 놀라고 가지고 몰래 가져왔지.”
“나훔이 언제 이렇게 똑 부러졌지? 나훔 맞아? 아무튼! 그런데 이 순간 질긴 풍선껌으로 어떻게 하려는 거야?”
"이 정도 양이면 거대 사이즈로 불 수 있으니까! 이 안에 너와 너의 이자가 들어가는 거야. 이 퐁퐁바닥 위에 올려서 튕겨 주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도 같기도 하고~ 그런데 너무 동화 같긴 하지? 현실성 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흠.”
나훔은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해 끝말을 흐렸다. 친구를 돕는답시고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늘어놓다니 말할수록 민망해졌다.
“아니! 완전 마음에 들어! 나훔! 가능성 있겠어! 우리 해보자!”
“정말? 진심이야?”
“응! 지금 나는 뭐라도 해야 해! 이 방법 밖에 없어!”
둘은 방법을 논의하다가 소돔사거리에 거의 다 도착해 갔다. 그런데 갑자기 나훔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어.”
“뭔데? 얼른 말해봐~.”
“네가 탈 거대 풍선껌 아래 놓인 퐁퐁바닥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줘서 튕겨줘야 하는데 그럴 도구가 없어….”
“악! 어떻게 해에….”
하늘 저 멀리서 슬슬 공중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훔은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손에 뽑힌 머리카락들이 수두룩했다.
“으아악~ 생각이 안 나!!!!”
“야~ 뽑지 마! 대머리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 장가도 못… 아니! 있어! 생각났어!!!!!!!! 오~~ 내 친구!!! 따라와!!!”
“엘리~ 어디가!!!”
“가면서 준비해 줘! 얼른!!!”
엘리는 급히 소돔 음식의 거리로 향했다. 나훔은 엘리의 말에 순간 질긴 풍선껌들을 꺼내 입으로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고, 퐁퐁바닥들의 포장지를 뜯어 하나씩 쌓기 시작했다. 퐁퐁바닥들은 이자보다 두 배 넓이로 나훔이 열 개 정도를 쌓고 있었다.
“엘리~~ 우물우물~ 지금 하고 있는데 우물우물~~ 어떻게 하려고?”
“내가 나오면 바로 내 이자에 풍선껌을 불고 퐁퐁바닥을 붙여줘! 알았지? 한 번에 가야 돼!”
엘리는 나훔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은 바로 V.R.A.R.one 오락실이었다. 엘리는 대상을 발견하자 씩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 미안해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우주전쟁 게임을 하고 있는 대머리 아저씨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 대머리 아저씨는 ‘누가 건드리냐’는 표정으로 험악하게 돌아봤다가 사고뭉치 엘리를 발견하고는 씩씩 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오늘 제삿날이 되려고 나를 찾아왔구나. 호랑이 굴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이 날을 기다렸다!!!!”
대머리 아저씨는 엘리를 잡으려고 브이알 헬멧을 집어던지더니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엘리를 잡으려고 그 두꺼운 팔을 내밀었다. 그때 엘리는 아저씨의 손을 피해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오자 대머리 아저씨도 놓칠세라 같이 튀어나왔다. 엘리가 주머니에 남아있는 초록콩 몇 개를 저번처럼 대머리 아저씨 얼굴에 터뜨리고는 자신의 이자에 빨리 탑승했다. 그리고는 바로 나훔에게 사인을 보냈다.
“지금이야!!!”
나훔은 엘리의 이자에 대고 순간 질긴 풍선껌을 불었다. 불자마자 풍선껌은 엘리의 이자를 감싸며 순식간에 커졌고, 바로 이자를 감쌌다. 이어서 나훔은 인생 처음으로 가장 빠른 동작을 선보였는데, 이자바닥 밑에 겹겹이 쌓은 퐁퐁바닥들을 재빨리 붙였다. 마침 하늘에서 천천히 돌고 있던 공중도시가 소돔의 음식거리에 다다르고 있었다. 대머리 아저씨는 초록콩 안에 있는 후춧가루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역시나 주위에 있는 것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이 자식이!!!!!”
엘리는 대머리 아저씨에게 외치면서 나훔에게 눈짓을 했다. 나훔은 엘리의 이자를 감싼 순간 질긴 풍선껌이 붙은 퐁퐁바닥들을 힘껏 들었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들면서도, 공중도시가 다가오는 쪽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았다.
대머리 아저씨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던지다가 나훔이 들이민 퐁퐁바닥들을 잡게 되었다. 그러자 대머리 아저씨는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주 강한 분노의 힘으로 그 퐁퐁바닥을 잡고 아주 세게 날려버렸다.
“우와~~~~~~~~.”
얼굴 하나 빨개지지도 않고 저 멀리 던져버리는 대머리 아저씨의 힘에 감탄한 나훔은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그 순간 엘리가 탄 이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공중도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공중도시 끝에 닿기도 전에 날아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안 돼! 더 가야 한다고!”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되었다. 바로 50미터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여기서 다시 내려갈 순 없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했다. 이자 날개를 펼쳐서 잠시 동안 떠 있을 순 있지만, 대략 50미터까지는 턱도 없는 부력의 힘이었다.
‘대체 언니는 이자 날개로 어떻게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는 거지? 하아~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어떻게 해….’
그 와중에도 궁금해하다가 이제 떨어질 일만 남은 엘리에게는 절망뿐이 남지 않았다. 엘리는 두 눈을 꾹 감았다. 이제 상승은 끝났다. 하락이다.
“으악!!!!!!!!!!!! 응?”
떨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엘리의 이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공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엘리는 놀란 마음에 눈을 와락 떴다. 이게 웬일! 엘리의 이자에는 앞뒤위아래를 불문하고 수많은 날개로봇들이 붙어, 열심히 날개를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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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공중도시 재입성 축하해!”
“요나!!!!!!! 내 친구!!!!!”
엘리의 이자가 무사히 공중도시 땅 위에 안착했다. 거주지 땅이었다. 엘리는 이자에서 내리자마자 요나를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크크크~ 내가 좀 대단하지~~.”
“요나! 어떻게 알았어? 진짜 너 아니었으면 나 떨어졌어!”
“나훔이 알려주더라. 혹시 모르니까 도와달라고. 네가 어디서 올라올지 몰라서 보고 있다가 운 좋게 딱 걸린 거지! 날개로봇들 사십 대쯤 해킹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존경할 필요는 없고~ 훗~.”
“오오오~~ 요나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나훔님도요!!!! 아! 맞다! 그나저나 너는 안 다쳤어?”
엘리는 기쁨에 젖어 있다가 요나의 위아래를 살폈다. 다행히 요나는 멀쩡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가족들은 식물원에 대피해 있어서 살 수 있었어. 너 덕분에 몰래 해킹한 자료들을 아버지께 보여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사료를 다시 수정하시더라고. 정말 고맙다.”
“너무 다행이야. 다른 곳은 상황이 어때?”
“에휴~ 말도 마~ 그동안의 사건들보다 더 끔찍해. 공중도시병원도 무너질 뻔했어. 그곳이 무너지면 치료를 못 받으니까 에덴 STD 사람들이 모든 로봇을 총동원해서 공중도시병원은 지켜내더라.”
요나는 머리를 휘휘 저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요나야! 걱정 마! 이제는 내가 막을 거야!”
“네가 무슨 수로?”
“너에게 지금 말할 수 없지만, 나 비밀을 알아버렸거든. 이제는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
엘리는 단호한 눈빛으로 두 주먹을 쥐며 굳은 결심을 표현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오빠의 해킹실력이 필요하면 말해.”
“풉~ 네네~ 요나오빠님~ 나 이제 에덴 STD로 가야겠어.”
“같이 가~ 로봇 몇 대 해킹해서 가면 안전할 거야.”
엘리는 풍선껌으로 범벅이 된 이자를 쓸 수 없어서, 우선 요나가 해킹한 운반로봇에 타서 이동했다. 거주지 지역을 지나면 지날수록 산산조각 난 집들이 줄을 이루었다. 폐허가 따로 없었다.
“요나야~ 이제 위험하니까 너는 가족에게로 돌아가!”
“안 돼! 이자라도 타고 가야지. 운반로봇으로는 부족해.”
요나는 폐허 속 집들을 유심히 보다가 한쪽에 주인을 잃은 이자를 발견했다. 요나는 자신의 헬퍼로 그 이자에 접속하더니 엘리가 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유리덮개가 고장 났지만 이거라도 타고 가! 위험하면 내가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됐든지 간에 꼭 연락해!”
“응! 요나야! 정말 고맙다. 연락할게!”
요나는 한껏 성숙해진 모습으로 가족들을 돌보러 돌아갔고, 엘리는 새로 생긴 이자를 타고 무지개 분수대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은 거주지만큼이나 많이 망가져 있었다.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너도 나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다들 개인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다가 거대인간로봇이 언제 해할지 모르는 그럴듯한 핑계가 있었긴 했다.
이처럼 어지러운 상황들 속에 공중도시 TV에서 보던 하얀 가면을 쓴 여인이 공중도시 중심부 땅에서 하얀 레이스 장갑을 낀 손으로 하얀 찻잔을 들고 하얀 테이블 위에서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고 있었다. 거대인간로봇이 1 지구에서 쿵쾅 대고 있고 사람들은 나 살려라 도망치고 있을 때였다.
엘리는 망설임 없이 이 심판자에게 다가갔다. 이 심판자 또한 엘리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이 눈은 악인이건 의인이건 상관없이 그 위로 착지하였다. 하얀 눈은 하얀 원피스의 하얀 머리 심판자 머리 위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아~ 짜증 나~ 왜 좋은 날에 눈이 내리는 거야? 나는 그냥 세상이 어두웠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들 조용히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아? 이엘리 나의 동생?”
심판자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다가오는 엘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엘리는 순간 심장이 서늘해졌다. 그동안 언니의 차가운 표정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눈이 까맣고 잔인하고도 즐거운 미소를 지은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언… 언니…?”
엘리는 목소리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호기롭게 공중도시에 재입성했어도,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사람은 보이는 것에 갇힐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내가 좋게, 아~~ 주 좋게 내려 보내줬으면 가만히 있어야지~ 동생아?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 내가 지키지 누가 지켜? 도대체 왜! 왜! 올라온 거야!”
이세벨은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째지는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찻잔이 깨지면서 조각난 날카로운 부분이 엘리의 손에 박혔다. 피가 주르륵 흘러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언니! 언니! 우리 다시 가나안 마을 내려가서 살자. 우리 아버지 원수 갚으려고 온 건 알겠는데, 아버지는 이렇게 하는 거 좋아하시지 않을 거야. 언니가 올바르고 사랑하며 사시길 원하실 거야. 응? 언니!!!”
엘리는 이세벨이 불쌍해 보였다.
“닥쳐!”
“무엇이 언니를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곁에 있는데도 언니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건 미안해~~ 이제부터라도 언니 혼자 다 짊어지게 하지 않을게. 언니, 나를 용서해 줘. 아버지 원수 마도시는 정당한 방법으로 복수할 수 있어. 사람들 그만 다치게 하고 여기서 그만두자. 응?”
엘리는 이자에 내려 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세벨의 눈동자가 약간은 흔들렸다. 하지만 혼자 살겠다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곧 헛웃음을 지었다.
“이미 늦었어. 늦었다고!!! 나는 끊임없이 죄를 생산해 내는 것들을 이 세상에서 다 말살시키고 말 거야. 우리 아버지를 죽인 마도시 같은 인간들을 다 제거해 버릴 거라고. 여기 이 욕심 많은 악마들이 만든 공중도시, 바벨탑 같지 않아? 누가 그러더라? 공중도시 위에 공중도시를 만들자고~ 하. 하. 참 웃겨서 말도 안 나와. 창세기 도시 사는 인간들은 두 번째야. 공중도시 사는 인간들이 먼저고. 아무도 심판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지. 안 그래? 이 좋은 머리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
“언니!!!!!!!!”
“이제 넌 꺼져~~ 다음에 내 눈앞에 띄면 죽여 버릴 거야. 너 때문에 내가 왜 그런 추한 감정들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이세벨은 거칠게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엘리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자신의 날개 달린 이자를 타고 공중으로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언니!!! 언니!!! 가지 마!!! 엄마한테 언니 데리고 간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흑흑흑.”
“누가 내 엄마야~ 그 사람은 나훔엄마고 아줌마야! 내 엄마는 이 세상에 없어!”
엘리가 울면서 이세벨이 유일하게 마음을 풀어놓는 나훔 엄마를 언급했지만, 이세벨은 냉담하게 대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대거 살아있는 공중도시병원으로 향하려고 했다.
“하~ 정말 성가셔. 귀찮으니까 내일로 미룰까? 그러자! 어차피 다음이 마지막 날이 될 테니~ 공중도시의 종말의 날.”
그 자리에 서서 공중도시 하늘 전체에 폭죽이 터지도록 수십 발을 쏘아 올려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공지를 했다.
‘2241년 12월 31일 금요일. 공중도시에게 심판을. 너희들을 위한 마지막 심판. 죄인 중의 죄인 마도시와 너희들 지옥으로 보내주지.’
'24시간 폭죽'이어서 그런지 공지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하늘에 떠 있었다.
엘리는 멀어져만 가는 흑화 된 언니의 모습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눈물을 멈추고 입술을 꾹 다물며 다리에 묻은 재들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담담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세벨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언니~ 나는 언니를 포기하지 않아~ 내 언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