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시에게 심판을 - 본격적인 심판(2)

-도둑질하지 마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2-

by 이야기소녀

온몸을 노란색으로 휘감은 여인은 부끄러워하며, 한 박자 뜸을 들였다.


“궁금하지? 호호호~ 내 이름은 ‘심판자’.”


심판자라는 여인은 혼자 웃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말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늘의 심판은 ‘도둑질하지 마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였어. 어때? 물건이 없어지거나 집이 무너졌지? 다 너희 죄야. 자꾸 네 죄에서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다 받아! 이 죄인들!!!!”


노란색의 심판자는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사람들은 로봇들이 또 전류를 내며 압박할까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늘은 별거 아니네. 나는 아무 일도 없으니 됐어.”

“나도~ 밥 먹으러 가자!”


아무 일도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느껴지는 허기에 무너지지 않은 음식점이라도 가려고 다시 2 지구로 들어갔다.


“지금 2 지구에 다친 사람들도 있을 텐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까….”


엘리는 저 사람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물론 너무 놀라서 음식점 거리에 다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거나 보금자리로 돌아갔지만, 마음이 굳어진 사람들은 자기가 행하고 싶은 대로 하였다.

“악!!!!”


그런데 방금 2 지구로 갔던 두 남자가 혼이 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엄청나게 빨리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이 두 남자뿐만 아니라 음식거리를 갔던 사람들 모두가 돌아오고 있었다.


“또 왜 그러지?”


엘리가 서서 그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악!!!!”


엘리는 자신이 본 게 맞나 싶어 눈을 비비고 보다가, 깜짝 놀라 황급히 다른 사람들처럼 도망쳤다. 공중도시에 온 첫날 동물원에서 다시는 보기 싫었던 끔찍하게 생긴 동물들이, 사람들 뒤를 바짝 쫓으면서 입에서 노란 액체를 뱉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고 자시고도 없이, 그 액체에 닿으면 무엇이라도 녹아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봤던 동물들이… 사슴뿔이 있는 토끼가 있었고, 오리입인 사자가 있었는데…! 악!!! 염소 뿔이 다린 하이에나에 날개 달린 곰, 악어이빨을 가진 원숭이… 악!!!! 원숭이 얼굴을 한 코끼리? 녹는다~ 녹아! 튀어!!!!”


순간 누군가 자신의 이자를 재빠르게 지나쳐갔다. 엘리는 차마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얼음 상태로 오른쪽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따라오던 오리입이 달린 사자가 엘리에게 노란 액체를 뱉으려 하는 순간이었다. 엘리는 깜짝 놀라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면서 가까운 왼쪽 골목길로 틀었다. 다행히 오리입이 달린 사자는 엘리를 따라오지 않았고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자를 노렸다.

많은 수의 동물들이 사람들의 이자를 따라다니며 노란 액체를 뱉기도 하고 여기저기로 흩어진 듯했다. 엘리는 그 골목길에 바로 인접해 있는 건물 뒤에 숨어 숨을 고루 쉬었다.


“휴우~~ 이자 상태는 괜찮을까?”


이자를 체크해 보니 뒷부분이 녹아있었다. 직접 내려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이자에서 내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가만히 있었다.

이때, 공중도시에 있는 모든 이자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다들 어때? 스릴감 넘치지? 야호~~ 내가 너무 빨리 사라져서 아쉬울까 봐 준비했지~ 호호호~ 오늘은 나도 피곤하니까 이쯤에서 마칠게~ 다음 심판은 말이야. 29일이야! 알았어? 29일! 심판자는 이만 퇴장합니다. 오늘 시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 호호호.’


엘리는 어이가 없었다. 욕지기가 나오는 걸 참지 않고 조용하게 읊조리다가 동물들이 다 사라졌는지 확인하며 조심히 회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여러 동물들이 타깃을 향해 노란 액체를 뱉고 있었고, 엘리의 이자에도 다가와 노란 액체를 뱉었다. 이렇게 몇 번 맞은 후에야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회사 안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아무도 이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사람이 없었다. 차빈 팀장이 노현재 팀장과 함께 대표실에 다녀와서 하는 말을 들으니 마도시 대표 역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들었다.


‘천재 마도시님이 모를 리가~ 공중도시를 만들었고 거의 모든 기기들을 개발했는데~ 특히 홀로그램 쪽은! 말도 안 돼~’


엘리는 의아함이 들었다. 자신이 직접 대표님을 만나 독대하고 싶었지만 그럴 권한이 없었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엘리! 전화했는데 전화가 안 돼서 문자로 해~ 방금 전에 무지개 분수에서 너 봤어! 공중도시의 삶은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내 성격에 무서워했겠지만 말이야. 헤헤~ 엘리야! 나는 DF소돔점에서 일 잘하고 있어! 이번 DF 신제품 많이 나왔는데 먹어봤어? 정말 맛있다! 나는 인턴이지만 직원가로 살 수 있다! 좋겠지? 휴가 때 집에 꼭 와!’


나훔은 본인 성격답게 장문의 글을 썼다. 엘리는 마음이 조급해진 상태라, 나훔이 반응에 맞춰줄 여유가 없었다.


‘나훔! 그거 진짜야. 믿어줘!’

‘공중도시 TV? 진짜 맞지! 믿어!’

‘아니~ 건물들이 무너져서 사람들의 생사확인도 안 되고, 이상한 동물들이 노란 액체를 뱉어서 녹는 거!’

‘그거 사람들이 쓰러질 건물들 만들어 놓고 하는 거라던데. 공중도시 TV 시청률 늘리려고 에덴 STD에서 만든 드라마 같은 거래. 그리고 그런 동물들이 세상에 어디 있어~~.’

‘아니야!!!!! 진짜야! 내 이자가 녹았다고!’


“나훔 제발~~ 믿어줘!”


엘리는 창세기 도시에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제발 이 상황을 믿어주길 바랐다. 그래야 도움을 청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참 뜸 들인 뒤에야 나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엘리~ 나는 널 믿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말해줘!’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훔! 역시 넌 내 친구다!”


그때 에덴 STD 사내 방송이 들렸다.


‘여러분~ 대표님께서 이 상황들에 대해 성명서를 공중도시 에덴방송에서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모두들 시청 바랍니다.’


엘리는 데이터실 자신의 방에서 공중도시 에덴방송을 켰다. 이 방송은 공중도시 내에서만 방송되며 창세기 마을에는 전파되지 않는 고급채널이었다. 방송이 시작되었다. 마도시가 대표실 책상에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공중도시 거주민 여러분! 크리스마스와 오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공중도시가 에덴 STD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무지개 분수대의 홀로그램도 저희가 설치한 것이지만, 예정하지도 않은 홀로그램이 실행된 일과 여러분들의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일에 대해서는 저희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황당할 따름입니다.

저희 에덴 STD는 현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시련을 겪는 중입니다. 저희 일류 직원들과 함께 반드시 문제점을 알아내어 복구하겠습니다. 그러니 공중도시 거주민 여러분들! 노여움을 푸시고 조금만 더 저희를 믿어주셔서 안전한 곳에 대피하여 기다려주세요.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차후에 이에 대한 보상은 뭐든 다 하겠습니다. 이만 에덴 STD 대표 마도시였습니다.”


전에 마도시 대표 홀로그램을 볼 때는 티 없이 하얀 피부에 통통한 느낌이 조금 있었지만, 요즘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수척해진 느낌이었다. 큰 눈도 조금 작아진 것 같았다.

마도시를 비췄던 카메라는 바로 음식 거리에 있는 다른 카메라 영상으로 넘어갔다. 에덴 STD 명찰을 달고, 이자에 앉아 마이크를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공중도시 에덴방송 에덴 STD 소속 기자 전천무입니다. 이곳은 점심시간 즈음에 무너졌던 음식 거리의 음식점들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에덴 STD의 로봇들이 모두 파견되어 무너진 음식점들의 잔해를 치우고 다시 짓고 있습니다. 또한 부상당한 사람들을 공중도시병원으로 옮겨 파나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터라 음식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럼 3 지구 거주지에 있는 장모연 기자에게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중도시 에덴방송 에덴 STD 소속 기자 장모연입니다. 이곳은 3 지구 거주지입니다. 보다시피 집들이 군데군데 무너져 있어 에덴 STD의 건축로봇들이 총 출동해 다시 짓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완공되니 걱정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속해서 여러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에덴 STD가 되겠습니다.”


공중도시 에덴방송이 짧게 끝났다.


‘음… 결론은 에덴 STD에서는 이번 일들은 관련이 없다. 하지만 공중도시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으로써 도움은 주겠다는 뜻이네. 아무튼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집들도 다시 지어지고 있고. 그런데 에덴 STD에서는 그 홀로그램 여자를 왜 언급하지 않는 거지? 범인을 찾아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엘리는 살면서 처음으로 생사를 오가는 사건들을 접했다. 그동안은 되는대로 살았는데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나에겐 언니와 요나가 있으니까…. 요나는 일단 가족이 있으니 안심이고, 언니는 회사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어. 그리고 같은 에덴 STD 소속이니, 범인 잡는 건 다 한 마음이지 않을까!’


엘리는 이세벨에게 전화를 하려 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지금, 기술개발팀이 제일 바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 전화 대신 메시지를 보내 놓았다.


‘언니! 에덴 STD가 수상해. 범인을 특정하지 않았어~ 왠지 범인은 에덴 STD 안에 있는 것 같아! 우리 함께 잡자! 언니도 알아보고 있겠지만 나도 조사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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