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테러로 인한 공포와 불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테러에 있어서 예외적인 지역은 이제 지구 상 어디에도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구 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내 나라의 일처럼 볼 수 있게 되었고, 교통수단의 발달과 대중화로 24시간 안에 세계 어느 나라든지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교육적으로 많은 유익을 안겨주었으나, 반면에 부정적인 영향력 또한 급속도로 퍼트릴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2002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테러사건은 전 세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큰 사건이 되었다. 세계는 급진적 무슬림들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갖게 되었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깨어졌으며, 인종과 종교에 대한 극심한 편견을 초래했다. 현재는 ISIS 세력으로 인해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9.11 사건 이후 2003년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이민자인 '할레드 호세이니'에 의해 발표되었다. 소설의 발표 시기는 참 시기적절했다. 따라서 2000년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을 토대로 본 소설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본 론
I. 줄거리 요약
2001년 12월 주인공 아미르는 고향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라힘 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과거를 회상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유한 파쉬툰인 가정의 외아들이었고, 아버지 바바는 그 지역에서 존경받는 전형적인 아프간 남자였다. 그 가정에는 하자라인인 알리와 그의 아들 하산이라는 하인이 있었다. 아프간에서는 하자라인은 상종을 하지 않는 천한 사람들이었으나, 바바와 아미르는 알리와 하산과 함께 가족처럼 살고 있었다. 하산은 아미르에게 숭고하고 한결같은 충성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아미르 역시 그를 사랑했으나,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그를 질투했다. 이유는 아버지 바바는 자신에게는 애정을 표하지 않았지만, 하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미르는 몸이 약했고, 아프간 남성의 표상인 강한 남성성 역시 부족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1975년 연날리기 대회. 백여 개의 연들이 팽팽하게 연싸움을 하던 중, 아미르는 마지막 승자가 되었고, 떨어진 연을 잡아오는 것으로 연싸움의 클라이맥스는 끝나게 되어 있었다. 하산은 아미르를 위해,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를 외치며 연을 쫓아 달려갔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를 찾아 나선 아미르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을 목격한다. 그 지역의 악당 같은 친구(?)인 아세프, 왈리, 카말이 하산을 폭력적으로 강간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아미르는 하산이 자신을 위해 늘 그랬던 것처럼 그를 위해 싸웠어야 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며 돌아선다. 하산은 연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들의 관계는 깨어졌다. 아미르는 자신의 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오히려 그에게 누명을 씌워 알리와 하산을 집에서 내쫓는다. 이후 아프간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바바와 아미르는 파키스탄을 통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지극히 아프간적 사고를 가지고 있던 아버지는 미국 적응에 어려워하는 반면, 아미르는 빠르게 미국 생활에 적응하여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고 아내 소라야를 만나고,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2001년 12월 라힘 칸의 전화로 아프간을 방문한 아미르는 하산의 죽음 소식과 그가 사실은 이복형제였으며, 그의 조카가 지금 잡혀간 사실을 들으며 큰 충격을 받는다. 조카인 소랍은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과거의 악당 친구인 아세프에게 붙잡혀 있었다. 두려움으로 주저하던 아미르는 목숨을 걸고 소랍을 찾으러 탈레반 소굴에 들어가서 죽을 고비를 맞았다가 소랍의 새총으로 도움을 얻어 탈출한다.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오려던 계획은 이민 비자의 문제에 걸려 고비를 맞고, 소랍은 자살을 시도한다. 마침내 그들은 미국으로 함께 들어가며, 소랍은 어둡지만, 서서히 미국 생활에 적응할 것을 은연히 암시하며 소설은 마친다.
II. 2000년대 미국적 상황
9.11 테러와 미국의 대테러 정책
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수장으로 있던 알 카에다는 미국 뉴욕 World Trade Center를 두 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폭파시킴으로 세계를 경악시켰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소탕하고 테러조직을 돕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알 카에다의 훈련 거점이자, 그들을 돕고 있는 탈레반이 집권하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까지는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리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테러조직을 돕는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선언하고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을 발발했다.
9.11 테러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사회적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미국은 미국 본토 밖에서의 전쟁에 대한 경험은 있었으나, 본토에서 민간인들이 테러의 대상이 되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었다. 미국은 공항 및 모든 관공서의 Security Check 가 크게 강화되었고, 그것은 일상생활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주위에 그 당시 자녀를 잃은 사람도 알고 있고, 감사하게도 그날 근무가 비번이어서 생명을 건진 사람들도 알고 있다. 국가 전체가 테러 대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무슬림 출신들이기에, 인종의 Melting Pot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그들은 경계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도 머리에 터번을 쓴 사람들은 특별히 더 엄격한 관찰대상이 된다. 사회적 불만을 품은 젊은 무슬림 청년들 중 일부는 급진적 이슬라믹 세력과 연결하여 제2의 테러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 폭파사건과 플로리다 올랜도 게이바 테러사건도 비슷하게 반복되는 테러사건이다.
이민국가 안에서의 인종혐오 문제
미국은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이민을 받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다. 미국 안에서 신분문제는 늘 큰 이슈이다. 이민을 와서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백인 상류계층은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피해 계속 도시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돈을 번 유색인종의 이민자들은 백인동네로 찾아들어간다. 중하층 백인들은 유색인종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빼앗고 있다는 불안감과 불만으로 인종혐오 범죄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또한 유색인종 범죄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 문제도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난민 문제
미국이나 유럽은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를 피해 도망 온 Boat People과 중남미에서 미국 국경을 목숨 걸고 넘어온 범죄자 나 사회 하류 계층의 유입으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은 국민들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걷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아무 세금도 내지 않은 그들에게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말이 있다. 아주 부자가 되거나, 극빈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극빈자들은 모든 의료혜택 및 Food Stamp 혜택을 받지만, 대부분 세금을 내는 일반인들은 오히려 돈을 더 내야만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민과 함께 섞여 들어온 급진적 무슬림들은 잠재적 테러 의심자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범죄와 불안은 가중된다.
III. 소설 속 배경: 1975년~1990년대의 아프가니스탄
소련, 북부 연합, 탈레반의 침공
1973년 쿠데타로 왕정(王政)을 타도하고 공화국을 수립한 이래 아프가니스탄은 쿠데타의 연속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1978년 5월 쿠데타로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되자, 1979년 초부터 이란의 '이슬람 혁명'에 영향을 받은 저항 세력을 중심으로 '무신(無神)의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정권 타도를 위한 무장 항쟁이 시작되었다. 소련의 침공 이후 수도 카불에서는 국민적 항전이 거세지고, 수많은 국민들이 인접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탈출, 난민이 되었고 이들 국가들은 피난민 처리에 고심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1989년 소련 붕괴 직전 모스크바는 아프간에서 군대를 철수시켰다. 아프간에선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정전 불안이 계속됐고 정부의 공백을 틈타 군벌들이 내전을 벌였다.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등 냉혹한 군벌들은 카불 시내를 폭격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등장한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규율로 무장하고 전국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갔다. 정국은 잠시나마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곧 본색을 드러내고 아프간의 서민들을 대량 학살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삶의 터전과 가정을 잃어버리고 전쟁고아들은 넘치게 되었다.
죽음 앞에 선 전쟁고아들 그리고 탈출
그들에게 삶은 무엇일까? 그들은 날마다 생존의 문제와 씨름한다. 소설에서 언급하듯이, 그들은 유년시절을 빼앗겼다. 부모와의 추억도 없다. 그들이 날마다 보는 것은 널린 시체들과 오늘은 무엇으로 이 배고픔을 달랠 수 있을까 의 문제이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나라를 탈출하여, 안전하게 살고자 한다. 인권이 없는 사회는 잔혹하다. 잔혹함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무디어진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병든 채 자라나게 될 것이다. 마치 아미르의 조카 소랍처럼.
IV. 소설 『연을 쫓는 아이』 와 2000년대 미국의 시대상과의 관계
위의 문제들과 맞물려서 사회적 거절감을 맛보는 무슬림들, 인종들은 위축감을 맛보며 살아간다. 특별히 이 책을 쓴 저자인 할레드 호세이니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나서 소련 침공 이후 미국으로 망명을 온 이민자이다. 주인공 아미르의 모습이 저자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가 느낀 경험들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는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성공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소설이 쓰여지던 당시 9.11 사건으로 인해 테러리스트를 향한 사회적 분노는 그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음에 분명하다. 수년 전 버지니아 텍의 조승희 총기사건 당시, 한국교포 사회는 침통했다. 많은 교포들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사죄했다. 마찬가지로 테러 후, 테러조직을 돕는다고 여겨지는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시작했을 때, 미국에 거주하는 아프간 출신 이민자들에게 있었을 심적인 고통과 부담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 시민이 될 때, 미국 시민으로서 지킬 맹세를 하는데 국가에 대한 충성서약이다. 떠나온 조국은 이민자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고향이다. 그러나 어머니 나라가 현재 충성을 서약한 나라와 전쟁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과 불안이 될지 짐작이 간다. 저자는 미국 사회에 자신의 나라의 참상과 대부분의 국민은 얼마나 선량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인지 알리고 싶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국인 아프간이나, 다른 무슬림들에 대한 난민 수용의 문이 막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들도 급진적 테러리스트들의 피해자들임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결 론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1970년대~90년대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대학살로 인해 큰 아픔을 겪은 서민들의 모습을 보게 해 준다. 또한 이러한 끔찍한 폭력을 피해 난민으로 미국과 유럽으로 들어온 이주민들이 미국 사회에 적응해 가는 모습도 짧게 보여준다. 그리고 9.11 테러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테러국가로 지정하고, 그 나라 국민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보는 서방국가에게 그들 모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며, 자신들도 선량한 피해자이자 숭고한 국민임을 알리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비록 외부에서 저들을 보면 미개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오히려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의 숭고한 가치들을 보게 만든다. 아버지 바바가 목숨이 위태로울지라도 옳은 것을 선택하려 했던 모습을 통해, 하산의 죽음을 무릅쓴 충성심을 통해, 아미르의 속죄를 위한 살아있는 양심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