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며

by 마리안

널 사랑했어

종잇조각처럼 부스러지는 꽃잎을 보며 말했다.


투명 유리병 속

양파 알처럼 담겨

내게 오던 날

창문 옆 자리 잡으며

너는 좋아 떨었지


우리 집은 볕이 잘 들어

식물이 잘 자라


너는 속으로 그랬을거야

나 참 잘 왔다

여기 뿌리 내려야지


우리 집은 볕이 너무 잘 들어

너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

어느새 연두 빛 긴 잎사귀 사이

붉은 입술을 드러내던 날

사정없이 사진 찍히고

나의 사진첩에 고이 남았다


우리 집은 볕이 너무 잘 들어

마침내 꽃봉오리를 터트려

네 은밀한 속살을 모조리 보여주더니

끝내 몸을 닫지 못했다


우리 집은 볕이 너무 잘 들어

조금만 더 추웠더라면

오래 몸을 추스를 수 있었을까


부스러지는 꽃잎 모가지를 붙잡혀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가던 날

말라 비틀어진 네가 말을 건넨다

나를 사랑한다며.


응. 너를 사랑했어

네가 찬란하게 얼굴을 드러내던 그 날을

잊지 못할 거야

네 얼굴을 밀어 넣으며

검은 비닐봉지를 묶었다.


창가에 남은 보랏빛 카틀레야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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