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자기 쥐들 얘기는 왜 안 써주냐고 아이가 항의를 해서 쓴 글임을 밝힌다. 남도 아니고, 애가 이렇게 치고 들어오면 안 쓰고 버티기도 어렵다.
까망이와 골디(위). 까망이의 까만 눈과 골디의 잠긴 눈(가운데)! (하양이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는데 골디와 자는 모습 포착(아래/ 오른쪽).
우리 아이가 입양한 쥐들 세 마리는 라따뚜이를 닮았다. 두 발로 서서 앞발을 들고 까만 눈으로 우리를 바라볼 때. 두 발로 선 채로 두 손으로는 사과나 바나나를 먹을 때. 가장 귀여울 때는 당연히 잠잘 때. 애들이나 쥐들이나 똑같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잘 때는 셋이 같이 잔다. 콩 만한 코코넛 집에서. 아이 말로는 셋이 나란히가 아니라 삼층집을 짓고 잔다고. 맨 아래에 있는 애기가 코를 문 밖에 내놓는다. 드물게는 둘이 나란히 코를 내놓고 잘 때도 있다. 아이가 손을 넣어 자는 애기들의 콧등을 쓸어주면 좋아한단다. (나도 따라 해 봤는데 너무 세게 쓸어 올렸는지 쥐들 눈이 반쯤 떠졌다. 아이가 다시 아래로 쓸어주자 잠에 취한 눈을 살포시 감았다.)
서양인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은데 독일 사람들의 쥐에 대한 감정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미국산 <미키 마우스>나 프랑스산 <라따뚜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중세의 페스트까지 겪어놓고 왜 그러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우리로 치면 강아지쯤 된다.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부를 때의 애칭 말이다. 한국은 강아지, 독일은 쥐 Maus. 산책을 갈 때도 종종 듣는다. 어떤 아빠가 애기랑 산책 중. 3살가량의 애기가 땅바닥에 앉아 자꾸 꾸물거릴 때 아빠가 말한다. 'Komm, Maus! 콤, 마우스. 이제 가자, 애기야!' 어제 우리 카타리나 어머니도 그러셨다. 우리가 떠날 때. 'Tschüß, Mäuse! 츄스, 모이제. 잘 가거라, 얘들아!'
언니와 나의 실내화.
노동절인 토요일 아침. 남편은 이른 아침에 빵과 라테 한 잔을 사놓고 일찌감치 일하러 갔다. 공휴일이라 한글학교 온라인 수업이 없으니 늦게까지 자라고 했는데도 아이는 슬그머니 내 침대로 건너온다. 이모야 물 한 잔! 이모야 사과도! 이모야는 아침부터 바쁘다. 물과 사과가 침대로 오고 다시 키친으로 총총 사라져 아침을 준비한다. 나는 폰을 들고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고, 아이는 보다 만 한국 드라마 시청을 한다. 뭘 보는지 제목도 모르면서. 덕분에 한국말이 더욱 유창해진 것 같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유명가수전>을 같이 보자니까 싫단다. 노래가 싫다고? 부르라는 것도 아니고 듣기만 하는 건데.
며칠 전 산책을 가는 길에는 언니와 나의 실내화도 샀다. 언니가 독일 집이 너무 춥다고 해서. 특히 방바닥이 차서 발바닥이 시리단다. 맞다. 외출하면 집 밖의 공기가 더 따뜻할 때가 있다. 거실의 가스 난방도 다시 켰다. 이모야의 건강은 소중하니까. 언니는 우리 거실의 가죽 소파에 솜이불을 깔고 잔다. 소파가 배처럼 나선형이고 바닥은 단단해서 침대 역할로도 훌륭하다. 추울 것 같았는데 하나도 안 춥고 잠도 잘 온다고 언니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언니는 자기 실내화를 사면서 내 것도 같이 샀다. 발이 추우면 절대로 안 된다고. 바바라도 추위를 타는 것 같다며 바바라한테도 사 주고 싶어한다. 조카한테도.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족욕도 한다. 둘이 같이 하는데 나보다 언니가 더 좋아한다. 벌써 오월인데 기온이 높지가 않다. 오월의 첫날은 12도. 오늘은 9도. 다음 주는 며칠 동안 비 소식이 있고, 주말부터는 20도를 회복한다고.
2021.5.1 주말 아침의 게으름. 아침에는 플레인 요구르트에 견과류와 과일, 분말 비타민 C를 뿌려먹는다(위/가운데).
이틀째 오른쪽 어깨에 심은 항암 카테터(항암포트)는 무탈하다. 밤 사이 열이 나거나 붓거나 통증도 없다. 어깨 전체에 묵직한 느낌과 오른손에 붓기가 조금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 주말 동안 안정을 하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카타리나 어머니가 주말 방문을 고대하고 계신다고. 남편은 어머니께 내 전이까지 말씀드릴 계획이다. 충격을 받으실 텐데. 그럼에도 남편의 의사는 확고하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핑크빛 희망만 가지고 계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남편이 아이는 데리고 가지 말자고 했다. 행여나 오가다 아이가 듣고 충격을 받지 않도록. 토요일 오후 한나가 오고 둘이 집에서 노는 사이 어머니댁을 다녀오기로 했다.
카타리나 어머니 댁에 가는 날은 흐렸다. 체감 온도도 낮아서 추웠다. 다행히 바닥 난방을 해놓으셔서 실내화를 신지 않고도 발이 시리지 않았다. 두 달이나 한국에 다녀온다고 두 분을 오래 뵙지 못했다. 2월 말에 뵙고 5월 초에 다시 뵈었다. 연로하신 두 분께는 긴 시간이었나 보다. 카타리나 어머니도 오토 아버지도 기뻐하셨다. 어머니께는 꽃을 사들고 갔다. 작약. 봉오리만 있는 꽃을 샀는데 화병에 꽂자마자 꽃이 피었다. 어머니가 준비하신 애플 쿠헨은 남편도 바바라도 아이도 좋아한다. 어머니가 나와 아이를 위해 남은 파파야와 쿠헨 두 조각을 싸주셨다. 언니와 바바라는 영어와 이태리어를 넘나들며 대화를 나누었다. 두 분도 언니를 반가워하셨다. 안심도 되시겠지. 언니가 나를 돌봐주는 것이. 산책은 쉬었다. 돌아오는 길에 좀 걸어보려고 했는데 날도 춥고 몸도 으슬으슬 해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오후의 티타임. 카타리나 어머니의 애플 쿠헨과 나를 위해 준비하신 과일은 망고와 파파야. 어머니를 위해 산 작약.
P.S. 첫 댓글에 han 작가님이 물으셨다. 쥐에 대한 글이 없는 걸 아이가 어떻게 아냐고. (당연히 알지요. 사진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