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센터에서 휴식하는 시간

뮌헨의 자연치유센터 Naturheilweisen

by 뮌헨의 마리


휴양차 같은 병원의 자연치유센터로 입원을 했다. 열흘 동안 머물 예정. 테라피도 받으며 휴식이 목적이다. '엄마의 자리'는 당분간 비워두고.


첫날 입원실에는 햇살이 가득했다(위). 늦은 오후 건물 뒤편 숲 산책길에서 바라본 자연치유센터(아래).



내가 다니는 뮌헨의 종합병원 안에는 자연치유센터가 있다. 별도의 독립적인 건물로 병원과는 출입구도 다르다. 내가 타고 다니는 트람역과도 가깝고, 종합병원 암병동과의 동선도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건물 내에 병원으로 가는 통로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병원을 새로 짓는 중이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종합병원의 정문으로 가려면 큰길로 나와 돌고 돌아야 하지만, 자연치유센터 건물 숲길로 가면 암병동의 뒤쪽 출입구가 나온다. 항암 때부터 두 곳을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던 내게는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자연치유센터에 다닌 지도 반년이 지났다. 이곳에서 항암 치료와 병행해서 여러 가지 대안 치료를 받았다. (주 1회 고주파 열치료. 주 2회 고용량 비타민C 정맥 주사. 주 3회 미슬토 앰플 주사. 열치료는 전이가 온 가슴뼈 부분만 받고, 미슬토는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앰플을 사서 집에서 맞았다.) 자주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여행 가방을 들고 입원하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노르딕 워킹 그룹도. 재활 프로그램이 있나 보다 생각만 했지, 내가 여기 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항암이 끝나고 자연치유센터 담당 의사의 권고로 전신 열치료를 받을 때 입원한 사람들로부터 그 프로그램에 대해 듣고 알게었다.



둘째날 아침 동트는 아침에 잠깐 맑음. 이후 종일 흐렸다.



항암이 끝나고 두 달. 항암을 하던 5개월 중 4개월 반 동안 언니가 와서 도와주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 언니의 헌신 덕분에 부작용 없이 항암을 끝낼 수 있었다. 짧게 밀었던 머리는 빠지지 않았고 지금은 많이 자랐다. 그래도 가발은 계속 쓰고 다닌다. 짧은 머리가 적응이 되지 않아서. 항암 중 잘 먹고 잘 자고 잘 걸으니 항암 다섯 달 만에 몸무게가 5킬로가 늘어서 몸무게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입맛이 좋아 빼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운동으로 돌아온 살들이 근육으로 변신하는 그날만을 바라고 있다.) 항암이 끝났다고 상황 끝, 그럴 리가 있나. 항암을 하나 안 하나 삶은 계속된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밤 10시경 자러 갔더니 왼쪽 목이 붓고, 목에 있던 결절도 2cm로 커졌다.


그래서 왔다 자연치유센터에. 재활 겸 휴식 겸. 들어온 지는 오늘로 사흘째. 주치의에게 처방전을 받으면 건강보험에서 보조를 한다. 독일은 수술이나 항암을 마치면 3주 정도 휴양차 재활 클리닉에 간다. 음식도 좋고, 시설도 좋고, 운동 프로그램도 좋다고 다. 거의 무료. 나 역시 암센터 담당 의사가 적극 권했는데 3주가 너무 길어서 망설였다. 내가 아니라 아이에게. 지금 이곳은 열흘에서 최대 2주까지 있을 수 있다. 무료는 아니다. 병실비를 내야 한다. 코로나로 3인실에는 2명만 머물 수 있다. 1인실은 100유로, 2인실은 60유로. 가격만 보자면 호텔 수준이다(1박 기준/3식 제공). 다양한 테라피도 있다. 숙박료는 힐더가드 어머니가 내주시기로 했다. 어머니 덕분에 1인실로 들어왔다.



첫째날 점심/저녁(위). 둘째날과 셋째날의 아침/점심/저녁 메뉴.



음식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세 종류가 있는데, 나는 야채와 생선 위주의 바이탈 메뉴 Vital Menü 를 골랐다. 아침과 점심은 빵 위주로 나온다. 독일은 조리하지 않은 요리를 차가운 요리로 분류한다. 따뜻한 요리는 점심에만 제공. 점심때마다 따끈한 수프가 나와서 좋다. 한국식 밥과 국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이런 시국에 이런 럭셔리한 휴양이라니. 코로나 때문에 식사는 입원실로 배달. 다른 입원 환자와 교류는 금지. 서로의 입원실을 방문해서도 안 된다.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그룹 테라피를 받을 때 인사 정도만 가능. 센터 뒤편 산책은 혼자서만 허용된다. 방문은 금지. 힐더가드 어머니는 외롭더라도 잘 참고 견디라 하시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 책도 있고 폰도 있고, 침대 위에 난방 매트까지 챙겨 왔다. 편안하고 안락하다. 더 바랄 게 없다.


그런데 자꾸만 아이가 걸린다. 엄마가 챙겨주는 따뜻한 밥을 먹어야 할 나인데. 대단한 솜씨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남편은 엔지니어인데 음식 솜씨가 영 아니다. 기본기가 없는 데다 레시피를 배우거나 익힐 생각이 없다. 그런 사람이 창의력까지 발휘하면 맛보기가 두려워진다. 미각이 경험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맛이 나올 때도 있기에. 자신이 없는 분야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는 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분들의 마르지 않는 호기심과 넘치는 의욕만은 인정! 저녁에 아이와 통화를 했다. 언제 오냐고 물을 때 감이 왔다. 파파가 해주는 음식이 맛이 없구나. 오기 전에 파스타 미트 소스도 한 통 해놓고, 소고기와 돼지 목살도 재워놓고 왔는데. 오늘 아침엔 눈이 포근하게 내렸다. 이제 사흘. 언제 가나. 열흘은 아직 멀고. 몸은 편한데 아이를 생각하자 마음이 저린다. 아파서 미안하고, 옆에 없어서 미안하다. 오후에 산책을 하는데 꼭 껴안고 있는 나무 두 그루를 보았다. 가늘고 마른나무였다. 저렇게 견디는 방법도 있구나.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다.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만 있다면. 기다려, 곧 돌아갈게.



셋째날인 오늘 아침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