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 나란히 어딜 가시나?

자연치유센터 입원 첫날

by 뮌헨의 마리
두 마리 물고기가 새 되어 승천하셨나?



매년 12월 나만의 휴양과 휴식을 위해 뮌헨의 자연치유센터 KfN(Krankenhaus für Naturheilweisen)에 입원을 한다. 나의 겨울 호캉스.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작년 가을에 항암을 끝내고, 이번 가을에는 두 번째 항암과 방사선을 끝냈다. 작년에는 항암을 했다는 얘기를 미리 안 해서였는지 1인실 비용을 자비로 냈다. 12일이나 있었는데. 이번에는 3인실이 무료라는 말을 듣고 예약하려 하니 입원 사유가 항암이라 무조건 1인실로 가야 한단다.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내주고. 이번엔 성탄절 날 나가기로 해서 9일 정도. 오홋! 이렇게 또 배우네. 앞으로는 항암 사실꼭 밝히기로. 1인실은 1박에 123유로. 2인실은 절반. 나머지 치료는 전부 무료다. 대박! 내게는 엄청난 혜택이라 무조건 오고 볼 일.


독일 사람들은 항암이 끝나면 3주간 레하 Reha라고 부르는 재활 요양 시설에 간다. 종류는 많은데, 다녀온 사람에게 들으니 시설이 어마어마하게 좋다고. 재활 프로그램도 알차고, 특히 식사가 훌륭하다 들었다.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대주니 무료. 우리 카타리나 시어머니도 양쪽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 두 번이나 다녀오셨는데 첫 번째 재활 때 가보니 고급 호텔 같았다. 어머니는 사보험 납부자라 매달 비싼 보험비를 내시니 선택의 폭이 넓었던 듯.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병원 예약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나는 아이를 두고 2-3주나 갈 수가 있어야지(물론 가도 되지. 그런데 자꾸 눈에 밟히고 가련하고 애처로워서 못 가겠더라는). 지금 온 곳은 뮌헨이라 집에서도 가깝고, 매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곳이니 내 집처럼 편하고 좋다. 레하인 재활 요양 시설은 대부분 집에서 멀다.



호캉스 하러 가는 날 눈이 오고(위). 민들레 장아찌와 미역국(아래).



입원 첫날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아이는 7시 반에 학교에 갔다. 아이의 등교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설마 지각은 아니겠지? 학교 시작은 8시. 아이는 절친과 걸어서 간다. 10킬로 가까운 학교 가방을 메고 행군하듯이. 아이가 나가자마자 전날 밤 끓여놓은 미역국 한 사발을 뜨겁게 들이켰다. 다시는 미역국을 못 먹을 사람처럼. 매일 병원에서 저런 국을 먹는다면! 내가 끓인 국치고는 맛이 제법이었다. 알고 보면 다시다와 육수 스톡 덕분인데. 거기다 현미에 찹쌀에 콩을 섞은 찰진 잡곡밥을 말아먹으면 최곤데. 김치는 냄새 때문에 안 되겠더라. 그래서 챙겨 왔다. 민들레 피클 장아찌. 안 짜고 상큼하다. 입원실 발코니에 놓고 먹으려고. 작년에는 과일만 챙겨 왔는데. 짬밥이 이래서 중요하다는 거구나.


간밤에는 눈이 내려 아침에 일어나자 온 세상이 솜사탕 같았다. 남편이 30분 일찍 내려가 차 유리에 쌓인 눈과 얼음과 한판승을 치르고서야 차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첫눈 오고 며칠 사이에 또 눈이 온 것이다. 그 며칠은 또 얼마나 추웠게. 그대로 얼어 죽을 . 집 난방도 최고로 올렸다. 요양차 오니 마음이 편해서인지 집에서 느끼는 것과는 체감 온도가 달랐다. 한겨울 추위마저 로맨틱하게 느껴진달까. 오후에는 입원실에서 내다보이는 병원 뒷 숲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춥기는커녕 포근했다. 이번 주말에 다시 강추위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첫날이라 의사 상담과 간호사 주의 사항을 듣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도 없었다. 오전 11시 반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산책, 오후 4시 반에 저녁을 먹자 일과가 끝났다. 병원의 저녁은 한가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 아무 일도 없으니까. 긴긴 저녁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뭘 하냐구? 그래서 몇몇 소중히 챙겨 왔지. 커밍순! (아참, 이걸 빼먹을뻔 했네. 내 입원실은 108호. 이 방에서 108 번뇌를 내려놓고 가라는 뜻인가.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물고기 한 쌍이 하늘로 승천하기 전 몸을 부린 흔적이 선명했다. 새가 되어 날아가다.. 부럽다, 저렇게 떠날 수도 있다니. 흔적을 남겨주셔서 고맙기만. 이거야말로 남은 자에 대한 위로이자 위대한 이타심이 아니면 뭐겠냐면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1인실과 창밖에는 눈꽃 핀 나무들(위). 첫날 점심과 저녁. 점심은 따듯하고 저녁은 차갑다. 다행히 두 번 다 따듯한 수프가 나왔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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