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시라, 뛰지는 마시고

의사에게 물었다

by 뮌헨의 마리
나의 병실.



지난 월요일 수술을 했으니 수술한 지 만 1주일째다. 아침에 병원 복도를 걷다가 담당 의사를 만났다. 퇴원은 이번주 수요일로 정해졌다. 더 이상은 병원에 있을 수가 없다. 병실 부족으로. 물론 집에 간다고 회복이 끝난 건 아니서 조심할 일 투성이다. 의사에게 물으니 허리 수술 자국이 아무는 것은 열흘에서 2주가 걸리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은 6주(10/9-11/20) 정도라고. 목표는 병원에 있을 때 최대한 자주 그리고 많이 걸어서 집에 가서 몸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져놓는 것. 그래봐야 남은 건 이틀이지만.


어제저녁에도 복도에 나가 왕복 열다섯 바퀴를 걸었다. 소요 시간은 20분. 오늘 아침에도 배에 힘을 주고 다시 열다섯 바퀴를 걸었는데 확실히 등에 전해오는 느낌이 달랐다. 끈끈이 장갑으로 허리를 잡아당기는 듯했던 강도가 전날보다 약졌고, 등이 조각조각 나뉘며 삐걱거리는 느낌도 덜했다. 팔을 앞뒤로 흔들며 걸은 게 운동 효과가 컸던 것 같다. 병실로 돌아와서는 어제 수민 엄마가 보온병에 남기고 간 꼬리곰탕 반 먹었다. 경험상 수술 후나 항암 때는 무조건 잘 먹는 게 보약이었다. 기운이 없는데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이며, 체력은 또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생각나는 대로 의사에게 질문도 던졌다. 퇴원 후 추천 운동은? 산책과 자전거 타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눕거나 일어날 땐 반드시 몸을 옆으로 돌려서. 무거운 것도 들지 말 것.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꼭 구부려야 한다면 양쪽 무릎을 구부릴 것. 조깅은 금물! 병실에 돌아와서 잊지 않도록 메모를 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질문 리스트 만들어 보았다. 궁금한 건 물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게 미덕이 아니라 반대다. 독일에 살면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다. 반대로 독일 사람들이 날리는 전방위 질문에 답하기도 쉽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질문에 나중에는 지쳐서 화가 날 때가 기 때문에( 같은 사람은 독일에 살기 어렵다).



수민 엄마의 꼬리곰탕을 책임졌던 보온병과 두 번째 도시락 통들이 마르고 있는 월요일의 창가.



점심 전에 간호사가 와서 등허리의 밴드를 새로 붙여주었다. 등의 가려움증도 조금씩 낫는 중이다. 남은 꼬리곰탕을 마저 먹고 다시 복도를 걸었다. 목표는 20분에 왕복 열여섯 번 걷기. 미션을 훌륭하게 완수하고 돌아와 침대에 눕는다. 유리 통창으로 햇살도 병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 침대 위에 걸터앉는다. 살도 나도 바쁠 일이 없다. 한가하기 그지없다. 이 시간이 천국이다. 임신 기간으로 보자면 아이가 뱃속에 있는 기간이라 할까.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평화롭고 편안하고 평온했던 순간이었다. 집에 가는 순간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것도 받아들여야지. 아이가 있으니 이 기회에 집안일 좀 가르치고.


장보기와 요리와 설거지와 빨래와 청소. 이것이 집안일의 대명사다. 이것만 요령을 익히면 혼자 살 수 있다. 아이는 지금 열세 살이고 김나지움 8학년이다. 앞으로 5년 후면 대학에 간다. 아이도 나도 자유. 수민 엄마는 남은 5년이 하루하루가 아깝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난 남은 5년이 까마득한데. 그렇게 엄마들의 스코어는 1:1. 다음엔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너희들은? 둘 다 환호성을 지르며 자유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최종 스코어는 3:1. 그래도 5년이 있잖나. 올여름에는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수민이 가족과 만나 즐겁게 놀았다. 해마다 같이 한국에 나간다 면 아이들과 다섯 해나 같이 놀 수 있니 수민 엄마도 덜 서운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틀 후면 퇴원이다. 집에 가서부터가 중요하다. 잘 먹고 잘 걸어야 한다. 당연히 무리를 해서도 안 되겠고. 수술 이후의 치료 방법과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 역시 나름의 루틴이 필요하다. 오전과 오후 두 번 산책을 가기로 하자. 그 두 번의 산책 중 한 번은 맨발 걷기를 해야겠지.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산책 때는 힘차게 걷고, 맨발 걷기는 반대라는 것이다. 발마사지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접지가 중요한 테마라서. 지구가 나를 치료해 준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분간 산과는 이별이겠다. 등산은 무리다. 수술 자국이 아무는 대로 아쿠아 운동으로 대신할까 싶다. 벌써부터 마음은 의기충천하고 몸도 준비되었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2023.10.16 월요일 아침 7시 30분 동쪽과 서쪽 하늘. 매일 본다고 늘 같은 풍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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