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한인 식당에서 고기를 먹었다

뮌헨에 오픈하는 BBQ 식당 <한쌈>

by 뮌헨의 마리
2023.11.18 공식 오픈하는 한인 식당 <한쌈>.



드디어 뮌헨에도 한국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BBQ 식당이 문을 연다. 사실 뮌헨에서 불판에 한국식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다. 뮌헨에 문을 연 지 꽤 오래인 <유미라 Yumira>나 올봄에 문을 연 <기고 Gigo> 같은 곳들이다. 문제는 그런 식당들 주인과 종업원이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이다. Yumira는 가 본 적은 없지만 비싸다고 소문이 났고, 후기에 종업원들의 불친절함도 종종 언급되어 있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 (나중에 24년도 1월에 가봤는데 맛있었다! 종업원들의 친절도도 생각보다 높았음. 가격은 BBQ 식당들이 다 비슷비슷했고.)

Gigo는 몇 번 가 본 적이 있데 한국과 일본식 분위기가 섞여 있고 고기는 맛있었다. 딸려 나오는 음식과 반찬들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적당한 편. 우리 가족 3인이 가서 2인분 고기를 주문했는데 양이 충분했으니까. 가격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모둠 2인분에 95유로 정도. 독일 사람에게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가장 아쉬웠던 건 고기에 된장찌개 대신 갈비탕이 나온다는 것. 반찬은 기대 없이 으면 무난한 편이고, 반찬과 쌈채소는 추가 리필됨. 우리 남편은 고깃집으로써 분위기는 가장 완벽하다고 했다. 한국식 불판이 구비되어 있고 연기 안 남. 예약 필수. 여름에는 야외에도 불판 딸린 테이블이 있음.


올해 뮌헨에 새로 문을 연 한국 식당만 해도 꽤 된다.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이 주인이라는 게 만. 올 상반기에 뮌헨의 가장 핫한 한국식 레스토랑이자 바 bar는 <안주 89Anju>였다. 뮌헨 대학 근처라 위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치킨 등 핫한 메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녔는데 역시 주인이 베트남 사람이다. 예약은 의 항상 만석이라 오후 5시에 줄을 서서 먹어본 기억이 있다. 거나 맵지 않은 다양한 메뉴의 치킨이 좋았다. 역시 베트남 사람이 주인으로 하반기에 화제를 몰고 온 곳은 '한국식 포장마차'란 이름으로 뮌헨의 노른자인 마리엔 플라츠 근처에 문을 연 <킴부 Kimbu>. 같은 한국 식당이라도 한인 식당인지 아닌지는 이름만 봐도 감이 온다. 이곳의 특징은 세트 메뉴. 예를 들면 김밥/떡볶이/ 만두 혹은 비빔밥/잡채/어묵탕 등 다양한 3가지 메뉴를 25-28유로에 먹을 수 있다. 아이들과 시내 나갔을 때 혹은 한국 식당을 찾아가기 번거로울 때 간단하게 한 끼 먹기에 편리하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다.


11월에 한국식 BBQ 식당 <한쌈 Hanssam>이 새로 오픈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은 건 조카를 통해서였다. 물론 그전부터 지인을 통해 소문은 듣고 있었다. 뮌헨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지하철 U2를 타고 중앙역을 지나 25-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었다. 한국 사람이 직접 하는 고깃집이라는데 거리가 뭐가 문제인가. 정식 오픈을 1주일 앞두고 이틀 동안 가오픈(11/10-11/11)을 한다는 소식에 조카와 당장 달려가 보기로 했다. 나는 항암 후 4일째 잘 먹지 못하고 있어서 맛있는 한국 음식에 대한 간절 바람이 있던 참이었다. 베트남 사람이 하는 곳 말고 한국 사람이 하는 한국 식당에서 제대로 된 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족했다. 그날 나는 항암 후 처음으로 배부르게 먹었다. 너무 맛있게. 너무나 만족스럽게. 기는 먹고 힘내라고 조카가 사주었다.



새우 튀김 만두와 두툼한 김치전은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순삭!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는 미역국도..



오후 6시에 오픈을 한다는 말을 듣고 6시 40분에 갔다. 조카도 나도 설마 만석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런데 만석. (가오픈이라 예약을 안 받는다고 했다.) 홀은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곳과 일반석. 우리는 당연히 고기 쪽이었다. 홀은 생각보다 넓고 테이블 간격도 널찍했다. 젊은 한국 직원들 기대 이상으로 친절했, 웃는 낯으로 응대하며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자리 상황을 알려 주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남자 사장님도 친절하셨음.) 30분 후에 자리가 났고 드디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그날 우리는 총 5명. 고기는 2인분과 3인분으로 주문이 가능했다. 남편과 아이가 고기에 대한 큰 열망을 보이지 않길래 소고기와 돼지고기 포함 3인분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먹고 나니 양은 충분했다. 이 생각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가격은 125유로. (소고기만 주문할 경우 3인분은 130유로. 돼지고기만 주문하면 조금 더 싸다.)


고기가 차려지기 전에 아이가 추가 주문한 새우튀김 만두가 제일 먼저 나왔다.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꼭 다섯 개. 기다리느라 배가 고팠기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두 번째 추가 주문은 김치전. 그렇게 두툼할 줄은 몰랐다. 원래 두툼한 전은 싫어하는데 그런 게 어딨나. 맛있어서 전투적으로 젓가락이 오갔다. 김치전에 곁들인 맑은 간장 양념장도 돋보였다. 이런 디테일에서 한인 식당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는 만두 튀김 하나와 김치전을 먹고 벌써 배가 부르다고 했다. 고기는 아직 불판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고기가 나오고 상이 차려졌다. 금색 국그릇에 담긴 맑고 시원한 미역국을 두 그릇이나 마시자 비로소 4일 동안 정체되어 있던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첫 잡곡밥은 조금 딱딱했지만 추후 무료로 나온 밥들은 부드러웠다. 밥 대신 주문한 물냉면은 별하지는 않았지만 냉면 특유의 국물맛 시원했다.


밑반찬들도 입에 맞았다. 하나는 무생채와 어묵 볶음과 된장으로 버무린 오이였다. 무생채와 오이 모두 간이 세지 않아서 좋았다. 또 하나는 어른들이 좋아할 미역 줄기 볶음과 아이들이 좋아할 땅콩 멸치 볶음 그리고 진미채. 반찬은 리필해서 또 먹었다. 필요한 건 없는지 직원들이 친절하게 물어주어서 덜 미안한 마음으로 밥과 반찬, 채소를 리필할 수 있었다. 드디어 고기를 먹을 차례. 고기는 신선했고 바구니에 담긴 채소는 싱싱했다. 부지런한 조카가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어서 나는 먹기만 했다. 시작은 소고기였다. 잘 달구어진 불판에 앞뒤로 살짝 구워 쌈에 싸 먹는 그 맛! 쌈장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시중에 파는 기성 쌈장 맛 아니었다. 고기를 다 먹고 돼지고기가 오를 차례. 두툼한 삼겹과 목살이 두 덩이나 남았는데 배가 불러서 돼지고기는 한 점 밖에 못 먹었다. 만족! 며칠째 위 상태가 별로여서 과연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갔는데 기우였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고 나자 칠째 답답하던 속이 쑥 내려갔고 식당에 갈 때의 피로는 사라지고 집으로 올 때는 오히려 기운이 났다. 래, 이 기운으로 계속 가는 거다. 뮌헨에 이런 식당을 오픈해 주신 주인장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 아실는지. 항암 기간 중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몇 번이고 계속 가게 될 듯하다. (이런! 고기 먹으며 된장찌개 먹은 건 빼먹었네. 고기엔 당연히 된장이지. 두부가 송송 든 된장찌개가 안 짜고 개운했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 깔끔한 밑반찬과 특히 항아리에 담겨 나온 갓 담은 김치는 하나도 안 짜고 안 매우면서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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