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짬뽕이 먹고 싶을 때

뮌헨의 한인식당 <한식>

by 뮌헨의 마리
<한식>에서 먹은 짬뽕. 빨간 그릇이 짬뽕에 딱이었다!



요즘도 가끔씩 먹방을 본다. 먹고 싶은 게 딱히 없다가도 별생각 없이 보던 먹방 메뉴에 꽂혀서 한인 식당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난 토요일이 그랬다. 먹방 메뉴는 짬뽕이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짬뽕을 먹는 먹방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뜨겁고 매운 짬뽕을 먹는 유튜버의 입술이 빨갛게 부갔다. 립스틱의 빨강과는 결이 다른 붓기였다. 그럴 수 있지. 먹방 유튜버라고 모두 매운 걸 잘 먹지는 못할 테니까. 그들에게도 호불호 혹은 강하거나 약한 메뉴가 있을 수 있잖나. 그래야 인간적이지. AI도 아니고. 그러자 화면에서 보이는 쫄깃한 면발 하며 얼큰한 국물 하며가 그렇게 당길 수가 없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토요일까지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었다. 항암 사흘 죽단식은 일요일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그래서 달려갔다. 짬뽕을 먹으러. 뮌헨의 한인식당 <한식>으로.


<한식>은 뮌헨의 시내 이자토어 쪽에 있다. 마리엔 플라츠에서 걸어서 10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 시간이 없다면 마리엔 플라츠역에서 S반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이자토어역이다. 역에서는 걸어서 2-3분. 이곳은 코로나 때 오픈했다. 때 기억이 새롭다. 당시만 해도 마리엔 플라츠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을 먹을 곳은 <유유미> 뿐이었다. 유유미는 한국 유학생들과 독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메뉴도 많고 음식이 맛있긴 하지만 조금 달다는 게 단점이었다. 때마침 그때 <한식>이 오픈했다. 자장면도 있고 짬뽕도 있는 한국 사람이 하는 오리지널 한인식당이었다. 뮌헨에서 한국식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김치찌개도 있고 잡채와 김밥 등도 있다. 한글학교가 마치면 아이와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한인식당 <한식> 내부.



<한식>은 내부가 좁았다. 창가를 따라 앉을 수 있고 식당 내 테이블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 겨울에는 밖에 앉을 수가 없어서 오래 자리를 기다려야 했다. 여름은 바깥에 테이블이 있어서 조금 여유가 있다. 코로나가 끝난 후로는 자주 가지 못했다. 아이가 혼자 한글학교에 가기 시작했고, 토요일 빼고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저녁에는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요일은 휴무.) 거기다 항상 손님이 많아서 많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조금 망설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토요일 오후 2시였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말했듯이 짬뽕이 먹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갔다. 한글학교를 마친 아이가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하지 않을까 물어봤지만 배가 안 고프다고 해서 혼자 갔다. (아이에게 자장면을 사 가지고 갈까 물으니 그건 또 좋다고 반색했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 자장면 두 개를 포장해서 집으로 들고 갔다. 식어도 맛있다며 둘 다 맛있게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먹방 하는 기분으로 짬뽕과 자장면을 둘 다 시켜 먹고 싶었는데 짬뽕과 공깃밥만으로도 배가 불러서 포기했다. 그날은 오래 기다려도 상관없다는 각오를 하고 갔다. 뜨겁고 매콤한 짬뽕을 먹고 짬뽕 국물에 공깃밥을 말아먹고 싶었다. 오랜만에 들른 한식은 옛날보다 붐비지는 않았다. 실내 자리는 꽉 찼지만 조금 기다리니 창가에 자리가 났다. 드디어 짬뽕이 나왔다! 기름을 칠한 듯 매끄러운 중화면에 큰 왕새우 하나와 홍합이 몇 개나 들어있었다. 그 뜨끈하고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라니! 원하던 대로 공깃밥을 말아서 국물까지 깨끗하게 다 먹었다.


<한식>의 메뉴와 <한식>에서 팔고 있던 한국 배.


<한식>의 미덕은 맛과 더불어 분식집 같이 착한 가격에 있다. 코로나 이후 식자재 값이 올라 뮌헨의 모든 식당들 가격도 따라 올랐다. 어디를 가나 런치 메뉴 기본이 10-15유로인데 한국의 자장면과 짬뽕을 10유로에 먹을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자장면(10.40유로), 짬뽕(10.70유로). 예전에는 없던 메뉴도 있었다. 바로 도시락. 불고기나 제육볶음 혹은 닭강정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밥과 세 가지 반찬에 12.90유로. 밥맛이 없거나 집밥은 먹고 싶은데 차리기 귀찮을 때 한 번 와서 먹어보고 싶다. 간단한 국이 하나 추가되면 금상첨화일 듯. (국 가격은 따로 받아야겠지. 까지 넣고 저 가격은 무리일 테니까.)


주방에는 내가 아는 친구가 일하고 있어서 더더욱 맛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음식 솜씨가 좋은 친구라서. 갑자기 와서 짬뽕을 주문하는 내게 너무 맵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매운 고추를 많이 넣어주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그녀는 내게 사골 국물을 만들어 주었다. 기름기를 많이 걷어내서 맑을 거라면서. 정말 그랬다. 기름기 하나 없는 사골 국물을 뜨끈하게 데워서 밥을 말아 김치와 먹었더니 꿀맛이었다. 백혈구 수치도 쭉쭉 오를 것 같은 느낌. 음에는 호박죽도 끓여주었다. 내가 호박죽을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라도 주문하라는 말에 다시 한번 뭉클하며 그녀가 있는 <한식>은 나의 단골 한인식당이 될 듯하다. 겨울 내내 항암을 해야 하는 이번 겨울엔 더더욱.



<한식> 입구쪽 야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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