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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24. 2018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뮌헨의 축제


뮌헨의 날씨는 옥토버페스트를 전후로 기온차가 확연히 달라진다.


뮌헨의 가을 축제 옥토버페스트에 다녀왔다. 토요일인 어제는 공식적으로 옥토버페스트가 시작하는 날이었다. 올해는 9/22(토)~10/7(일)까지이고, 9월의 마지막 주와 10월의 첫 번째 주를 포함하여 2주 동안 열린다. 금요일 점심 무렵 마리엔 플라츠로 나가보니 거리마다 관광객들로 넘쳤다. 이런 북적거림이 2주 동안 계속된다니. 빅투알리엔 마켓 비어 가든에도 발 디딜 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옥토버페스트 전야제를 대낮부터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지난 한 주는 일기 예보의 예고대로 뮌헨의 마지막 가을 햇살이 얼마나 반짝거렸는지 모른다. 이번 주 내내 사람들은 마음의 각오를 하는 듯했다. 지난 수요일 저녁 퇴근 후 들른 바바라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이번 주에 햇살과 작별하면 반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고. 항상 그랬단다. 뮌헨의 날씨는 옥토버페스트를 전후로 온도차가 확 달라진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뮌헨에서 살아온 사람의 말이니 맞다고 봐야겠지. 

이번 주 기온은 25~26도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따뜻하고 심지어 덥기까지 한 9월은 드물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4월이 유례없이 더운 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주 율리아나 할머니는 오후에 율리아나 픽업 때 민소매를 입고 학교에 오셨다. 이틀 동안 낮 기온이 30도라고 강조하시면서. 뮌헨 생활 40년 내공을 가진 분의 확신에 찬 어조는 30도는 아닌 것 같다는 반박을 하기조차 어려웠다. 금요일 마리엔 플라츠 후겐두벨 서점에 들렀더니 에어컨을 너무 세게 트는 바람에 등이 시릴 정도였다.



토요일 오전에 아이를 한글학교에 넣어놓고 밖으로 나오자 거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옥토버페스트의 공식 드레스 코드인 던들 Dirndle의 물결로 넘쳤다. 여자들은 드레스 안쪽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드레스를 몸에 꼭 맞게 입고 앞쪽에만 앞치마를 둘렀다. 남자들은 가죽 바지와 쟈켓 혹은 쟈켓 없이 체크무늬 셔츠만 입었다. 남자들의 가죽 바지는 반바지가 기본이고, 무릎까지 오는 양말 혹은 종아리에만 양말두르기도 했다. 간혹 가죽 바지를 입은 여자들도 보였다. 던들 드레스에 맞는 소품을 갖춘 여자들도많았추다. 백과 구두, 그리고 카디건을 세트로 맞추어 입는다. 어깨의 숄이나 머리의 화관도 예쁘다.


아이 한글학교 후 집으로 돌아와 남편은 셔츠만 체크무늬로 갈아입고, 나와 아이는 던들 드레스로 갈아입은 후 옥토버페스트로 향했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과 그렇게 다양한 던들은 처음 보았다. 페스트가 열리는 테레지엔 비제 Theresien Wiese 쪽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행렬은 더 늘어났다.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두 번이나 미아 방지 주의를 받았다. 아이들이 반드시 엄마 아빠 연락처를 적은 메모를 몸에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만 듣고도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아이는 파파와 함께 무서운 줄도 모르고 360도로 빙글빙글 도는 온갖 종류의 놀이기구를 탔다. 나는 예전에 약한 거 몇 개 타 본 후 그 스케일과 속도에 질려서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파파에겐 멋진 파트너가 생겨 다행이다. 두 사람은 오늘도 점심때 살짝 가서 둘이 세트로 앉아 뮌헨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인다는 카로셀을 타고 돌아왔다. 거대한 천막 안에서 맥주를 마시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어디나 줄이 보통 길어야 말이지.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맥주는 집 앞 이태리 레스토랑 소피아에 가서 조용히 마시고 돌아왔다. 천막 안의 귀가 먹먹할 정도로 부어라 마셔라 거기다 노래까지 불러대는 소음을 견딜 자신도 없었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증거다.



p.s. 올해 옥토버페스트 시작은 대박이었다. 기온은 20도 아래로 떨어지고 밤새 간간이 비도 흩뿌렸으나 이틀 동안 날씨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이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닐 듯. 해마다 비교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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