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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Nov 15. 2018

독일의 성 마틴 축일에는 등불을

St. Martin Day


독일의 11월은 성 마틴 축일로 시작한다. 11월 11일. 한국의 빼빼로 데이.



독일의 11월은 성 마틴 축일로 시작한다. 11월 11일. 한국의 빼빼로 데이. 성 마틴 축일은 서울 독일학교에서도 행사를 했다. 그때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초롱 램프를 만들어 전기 양초를 넣은 등을 들고 저녁에 남산을 올랐다. 엄마와 아빠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하는 행사였다. 수능을 앞둔 때여서인지 해마다 그날만 되면 추웠다. 성 마틴은 로마의 병사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동사해가는 거지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의 반을 잘라주자 그의 꿈에 예수가 망토의 반을 두른 채 나타난 후 수도사가 되었고, 나중에는 뚜르의 주교가 된 성인이란다.


서울에서는 남산에서 초등학생들이 연기하는 성 마틴 연극을 감상했었다. 유치원생들은 그동안 연습한 성 마틴 노래를 쉬지도 않고 불렀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빵을 나눠 주었는데 평소라면 별 맛도 없을 평범한 빵인데 추운 밤 행사를 마치고 난 후라 누구나 맛있게 먹었다. 신기한 건 어느 해 빵이 모자란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제일 맛있었다는 것. 시장이 반찬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고 불변의 진리. 아쉬워야 귀한 줄 안다.


독일에서는 학교에서 11월 12일 월요일 아침 등교 시에 등을 들고 오라는 안내문이 왔다. 앗, 주말에 등을 만들어야 했는데. 우려대로 나도 남편도 아이도 깜쪽 같이 잊어버리고 말았다. 일요일 오후에 율리아나가 집에 와서 놀다 갔다. 저녁에 율리아나를 데리러 온 엄마 이사벨라가 물었다. 등은 준비했니? 악! 아니야, 깜빡했어, 어쩌지? 이사벨라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갔다. 집에 여분의 등이 있다고 해서. 율리아나 남동생이 유치원에서 해마다 만든 등을 엄마가 잘 보관하고 있었단다.



이사벨라가 월요일 저녁 율리아나 남동생 유치원에서 성 마틴 축일 등불 행사에 같이 가자고 하기에 따라갔다. 유치원이 마리아힐프 성당 바로 뒤란다. 마리아힐프 성당에서 행사를 하고 성당 밖 광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빵을 나누고 부모들이 담소하는 사이 아이들은 넓은 광장을 뛰어놀았다. 작년에는 무척 추웠는데도 참가자가 올해보다 두 배나 많았단다. 올해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성 마틴 행사는 초등 4년 내내 하는 모양이다. 알리시아는 내년에는 자기도 등을 직접 만들고 싶단다.


낮에 학교에서 성 마틴 행사를 했는데 시시했단다. 당연하지. 벌건 대낮에 등을 들고 뭘 한단 말인가. 땜질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체 미사를 드리는 성당까지 있는데 왜 저녁에 성 마틴 행사를 안 할까. 미사는 꼬박꼬박 참여하라고 독려하면서. 사실 학교 미사에 참여하는 일은 귀찮았다. 아이들이 신부님과 함께 제대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성경의 한 구절을 낭독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 부모들을 미사에 동참하게 하던데. 나도 2학년 때 한 번 갔는데 다소 지루했다.


다른 학부모에게 들으니 그날 저녁 마리엔 광장에서도 성 마틴 행사가 열린단다. 관심 있는 부모와 아이들은 일찍 저녁을 먹고 나가는 모양이다. 학교가 시내에 있으니 그런 식으로 시내 축제를 즐길 수도 있구나. 내년까지 율리아나 동생 유치원 행사에 따라갔다가 초등을 졸업하면 시내 행사도 구경해 봐야지. 그나저나 11월 마지막 주가 되면 곳곳에 성탄절 마켓이 오픈한다는데. 마리아힐프 광장에도 성탄 마켓이 선단다. 올해는 꼼꼼하게 즐겨볼 생각이다. 성 마틴 축일과 성탄 마켓은 독일의 겨울이 주는 선물!



p.s. 성 마틴 축일 다음날 학교 앞 가로수 잎이 다 졌다. 나무가 사철 내내 검은색이라니. 7개월 동안 푸르렀던 잎새들. 이 날을 기억해 두련다. 11/13(화) 아침 기온 4도. 낮 최고 기온 14. 해 뜨는 시각 07:17. 해 지는 시간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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