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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Nov 23. 2018

독일의 11월이 분주한 이유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평소에 한산하던 후겐두벨 책방도, 갤러리아 백화점도 사람들로 넘쳤다.



지난 주말에 시내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평소에 한산하던 후겐두벨 책방도, 갤러리아 백화점도 사람들로 넘쳤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뮌헨 와서 처음 봤다. 시내에서, 관광객 빼고. 아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구나.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후겐두벨 서점에서 생각해 둔 비디오를 3개 샀다. 시어머니, 새어머니 그리고 시누이 바바라. 비디오와 같이 세트로 책도 살 생각이다. 내가 산 비디오는 <리스본의 야간열차 Der Nachtzug nach Lisabon>. 내년 1월에 새어머니께서 리스본으로 가족 여행을 초대하셨기 때문이다.  


아이는 벌써 자기가 뭘 받고 싶은지 리스트가 이만저만 긴 게 아니다. 그 많은 걸 다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지 이건 누구에게, 저건 누구에게 사 달라고 할지 고민 중이다. 눈치를 보니 선물 목록이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올해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생략할 생각이다. 한 번도 제대로 된 트리를 장식해 본 적도 없지만. 해마다 아이는 새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다. 그걸로 아이가 만족했으면 좋겠다. 나무를 사는 것부터, 나무를 버리는 것까지 과정이 너무 많다. 장식은 또 어떻고.


대신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기저기 둘러볼 생각이다. 시어머니의 고향인 뉘른베르크가 아름답기로 가장 유명한데. 연로하신 배우자를 돌보시느라 바쁘신 시어머니께서 시간이 나실 지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때는 언니네가 살던 이태리 볼자노에서 언니 친구 마리아가 뮌헨에 한번 놀러 온댔는데. 마리아는 북유럽에 입양되었던 친구다. 대학은 뮌헨에서 다녔고, 이태리어와 독일어가 공용어인 이태리 북부 볼자노에서 살고 있다. 한국말은 못 하고 성격이 무척 밝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만나면 얼마 만에 보는 건가. 꼭 얼굴 만날 수 있기를.



그러고 보니 마리아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내가 아이를 가지려고 애쓸 때였다. 한 번은 언니를 만나러 볼자노를 방문했을 때 마리아가 나에게 말했다. 간밤에 내가 임신한 꿈을 꾸었단다. 그 자리에서 당장 내가 그 꿈을 사겠노라 하자 얼마나 신기해 하던지! 실랑이 끝에 그날 내가 마리아에게 준 건 한 10유로쯤 되었을 것이다. 돈을 준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는 마리아 때문에 더 이상 줄 수도 없었다. 한국의 풍습이라고 겨우 설득해서 돈을 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가졌다. 그러니 내게는 마리아의 공이 없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날 마리아에게 꿈을 사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신기하기도 하지. 난 기억력이 거의 없는 편인데. 언니와 마리아와 나 셋이 시내 쪽으로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언니 집 근처에 큰 마트가 있었다. 그 마트 앞 넓은 길가 서서 마리아가 꿈 얘기를 했다. 겨울이었다. 길가의 햇살이 무척 포근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날 내가 마리아에게 했던 말도 생각난다. 마리아! 내가 아이를 가지면 이건 다 니 꿈 덕분인 줄 알라구! 반신반의하면서도 함박 웃음을 짓던 마리아. 말에 누구보다 기뻐해주던 친구. 마리아의 이태리 남자 친구 알레산드로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마리아가 그런 남자를 만나서 기뻤다.           


아침에 카페로 출근해서 지정석에 앉아 카푸치노 잔을 드는데 창밖으로 반짝이는 색색의 포장지가 보였다. 길 건너편 건물 창마다 선물 박스들이 놓여져 있었다. 호텔측의 센스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었다. 아, 저러느라 지난 주말 시내가 그리 붐볐던 모양이로구나. 이해가 되었다. 저 깜찍함, 저 센스라니! 거리마다 골목마다 어떤 기발한 데코가 등장할 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그러나 아직은 11월이 저물어 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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