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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Dec 06. 2018

독일은 니콜라우스 데이!

독일의 12월 6일


"니콜라우스는 산타 할아버지야, 아니야?"



어젯밤의 일이다. 퇴근 무렵 남편이 독일 남부의 대표 슈퍼마켓인 알디 Aldi에 들렀다가,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까지 깎고 귀가한 건 저녁 7시 반. 그동안 아이는 벌써 두세 번이나 파파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파파, 언제 와? Papi, wann kommst du?"


남편은 상세한 귀가 시간을 몇 번이나 적어 보냈다.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남편이 식탁에 펼친 책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로빈슨 크루소. 30분 동안 책을 읽어준 후 남편이 나와 아이에게 사무실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뭐지? 다음날 일찍 베를린 출장도 가야 하는 사람이. 뭘 좀 가져와야 한단다. 파파가 현관문을 닫기도 전에 예상한 대로 아이가 '파피, 파피..' 하며 눈물을 찔끔거렸다.

어쩌면 저렇게 순순히 눈물이 나올까. 신기했다. 아이들의 영혼과 두 눈이 맑은 이유는 저 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눈물 탓이겠지. '넌 두 눈을 짜기만 하면 금방 물이 나오는구나?' 엄마가 놀리자 장난스럽게 눈을 크게 떴다가 질끈 감으며 눈물방울을 볼 위로 천천히 흐르도록 연출한다. 기분 맑음. 내친김에 한글책 한 권을 읽게 했다. 옛날이야기는 읽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둘 다 급 피곤해져서 엄마의 책 읽기는 다음날로 미루고, 파파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



새벽 5시. 아침 빵을 먹은 후 사과 하나와 샌드위치를 들고 현관문을 나서던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이웃집 현관 앞에 얌전히 놓인 니콜라우스 초콜릿을 가리켰다. 원래는 현관 밖에 신발을 내놓아야 하는데 세 살짜리 사무엘네도 그건 생략했다. 아침 등굣길에 보니 우리 집 1층 아기가 둘인 현관에도 니콜라우스가 세트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를 깨운 후 복도에 불을 켜자 뒤따라 나오던 아이가 눈을 비비며 방문 앞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엄마, 저게 뭐야?' 오 마이 갓! 나는 왜 못 봤지? 그제야 남편이 전날 저녁에 사무실을 다녀온 이유와 아침에 혼자 빙그레 웃던 이유를 알았다. 내가 못 본 것을 눈치챈 남편의 미소. 졌다! 저러니 날이면 날마다 파파를 부르며 울지. 나라도 그럴 것 같았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파파에게 인증샷 보내기로 이어졌다.


12월 독일의 아이들은 신난다. 12월 1일부터 매일 아침 날자별로 하나씩 먹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달력 초콜릿. 오늘부터 우리 아이는 공식적으로 두 개의 달력을 가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오전 간식 도시락엔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비스킷도 몇 개 넣어달란다. 샌드위치와 과일과 야채 스틱보다 더 인기가 많은 과자가 초콜릿 범벅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할 판이다. 이러니 유럽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구나.


학교에 늦을까 봐 총총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에서 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집집마다 니콜라우스 있는 거 봤어!' 그리고 진지하게 묻는다. '니콜라우스는 산타 할아버지야, 아니야?' 알아보니 맞다! 니콜라우스는 독일의 산타. 원래는 12월 6일 찾아오다가 12월 24일로 바뀌었는데, 중요한 건 지금도 계속 찾아온다는 것. 그러니 독일엔 산타가 두 명인 셈. 오늘 학교에도 니콜라우스가 올 것이다. 니콜라우스 모양의 초콜릿과 사과나 귤과 호두 등을 들고서.



p.s. 심지어 집으로 찾아오시는 니콜라우스도 있단다. 천사들과 함께. 방금 레아마리네에 찾아온 니콜라우스와 천사들 소식을 들었다!


신청하면서 아이들의 세 가지 잘하는 것과 한 가지 고쳤으면 하는 것을 이메일로 보내면 이렇게 직접 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신단다. 아이들은 니콜라우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짝 긴장한다나..


보내준 동영상 비디오도 봤는데, 오른쪽 천사는 얼어서 꼼짝 않고 있는데, 왼쪽 지팡이 든 천사가 잠시도 가만히 안 있고 사부작 거리는 거 다 봤어! 입술에 미소까지 띠고서.


레아마리 왈; "어, 저 천사, 우리 학교 4학년 언니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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