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 당신의 꽃자리

편지 24

by 뮌헨의 마리


신년 운수를 보듯 새해에 두툼한 별자리 책을 뒤적입니다. 독일에 오니 남는 게 시간이고, 상대적으로 만남은 적어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운 샘.


신년 운수를 보듯 독일에 와서 두툼한 별자리 책*을 뒤적입니다. 독일에 오니 남는 시간이 많고, 상대적으로 만남은 적어 가능한 일입니다. 가족 여행을 앞두고는 정색을 하고 펼쳐봤지요. 새어머니를 이해하는 새로운 코드를 발견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과연 도움이 되더군요. 새어머니의 성격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별자리라는 큰 틀에서 보니 많은 것이 이해되었어요. 놀라운 건 돌아가신 시아버지 하네스도 새어머니와 같은 게자리라는 사실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게자리에게도 장점이 많답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친절하고 창조적인 사람, 깊은 상상력의 샘에서 재미난 대화를 퍼 올리는 사람이라면 게자리일 확률이 높대요. 또한 비밀을 잘 지켜 주고 인내심도 많고요. 상대방의 감정을 잘 느껴서 친구가 필요할 때 게자리만 한 사람도 없다고 하니 새어머니와 다른 관계로 만났더라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재미있는 대목도 있어요. 속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향이라 제임스 본드와 셜록 홈스를 합친 것보다 더 비밀이 많다나요.



샘의 새해 별자리 운세도 봐 드릴게요. 흔히 말하는 운세는 아니고,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좋은 자료예요. 샘의 별자리는 물고기자리입니다. 제 주변에는 유독 물고기자리가 많은데 아마도 제 별자리인 물병자리와 잘 어울리는 별자리인가 봐요. 물고기자리는 세속적인 야망이 별로 없지요. 대부분 서열이나 권력 또는 리더십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부에도 거의 매력을 못 느낍니다.


물고기자리의 상징 기호는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입니다. 상반되는 두 마리 물고기는 물고기자리에게 주어진 선택을 상징하죠. 물고기자리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 공헌해야 하며 세속적 소유를 삼가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물고기자리에게 삶 자체는 마치 거대한 무대와 같지요. 천문 해석학에서 말하는 '올드 소울 old soul'은 물고기자리를 가리킬 때가 많습니다. 수많은 생을 경험하면서 지혜를 터득한 영혼을 말하지요. 열두 별자리 중에서 양자리가 탄생을 의미한다면, 물고기자리는 죽음과 영원을 의미합니다.


탁월한 상상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 그리고 해왕성의 미적 감각 덕분에 물고기자리는 영원히 남을 만한 매우 섬세한 산문이나 시를 쓰기도 합니다. 사실 이 세상은 물고기자리의 예술적 노력과 다정한 연민 없이는 한순간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물고기자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인하며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현명하지만, 해왕성은 물고기자리가 스스로 발견할 때까지 그 비밀을 지키고 있답니다. 물고기자리에 대한 제 찬양이 느껴지시지요?


사진(위) 선생님의 사진 (아래) 네이버 참조


샘.
며칠 전 보내주신 동백꽃은 잘 받았습니다. 사진 속의 동백은 제 생각 속의 빛깔보다 더 붉더군요. 꽃 속에 실려온 동백 아가씨도 잘 들었지요. 기타 반주가 어찌나 구슬픈지 스페인 기타의 쓸쓸함이랄까, 파두의 애절함과도 일맥상통하는구나 느꼈답니다. 새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파두에는 딱 두 종류만 있다고요. 슬프던지 더 슬프던지. 두 번 째는 눈물을 짜낼 만큼 강도가 높다나요. 새어머니다운 유머에 큰소리로 웃어드렸답니다. 새어머니가 선호하시는 장르는 분명 아닌가 봅니다.

이번 주 뮌헨은 눈폭풍이 몰아쳤고 10년 만에 폭설이 내렸어요. 10년 만이란 건 지나가던 학부형에게 들은 말이니 정확한 수치는 아닐지도 몰라요. 그만큼 여기도 이 정도의 눈이 내린 건 오랜만이란 뜻이겠죠. 그날 알리시아는 방과 후에 친구와 둘이서 운동장에서 눈사람을 만드느라 바빴답니다. 저녁에는 파파와 둘이서 집 앞에서 1시간 동안이나 눈사람을 만들며 또 놀았고요. 제가 같이 안 나간다고 파파는 대실망. 알리시아는 왜 크리스마스 때는 안 오고 이렇게 늦게 왔냐고 눈에게 단단히 심술이 났고요. 금요일 날 받은 학교 숙제는 눈사람 만들며 놀기랍니다.


얼마 전 슈퍼에서 올해의 첫 튤립을 보았답니다. 작년 1월에도 저를 감동시켰던 꽃, 튤립. 한국에 동백이 있다면 독일의 겨울은 튤립이라고 해야겠네요. 색색의 튤립 한 다발을 한국으로 보냅니다. 저희 발코니에서 혹한의 고통 속에서도 눈의 여왕처럼 품위를 잃지 않는 장미들과 함께요. 사계절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는 생각을 겨울마다 하게 됩니다. 언젠가 찾아올 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올봄엔 샘도 굳건하고 강건하게 일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물살을 거스르며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요. 그 자리가 꽃자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두고 보세요!



*<당신의 별자리> 린다 굿맨,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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