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인터뷰
세계일주를 두 번 했는데요. 최고의 교육은 세상을 보는 거예요. 세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요. 세상을 보세요.
짐 로저스라는 유명 투자가가 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대가로 손꼽힌다는 그의 인터뷰를 읽기 전에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가 말한다. 한국에도 희망이 있다고. 한국을 떠난 사람들은 다시 돌아가라고. 믿기지 않으면서도 반가웠다. 마치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세계일주를 두 번 했는데요. 최고의 교육은 세상을 보는 거예요. 세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요. 세상을 보세요. 처음 오토바이로 세계일주를 했을 때가 49살이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당신보다 나이가 많았죠. 두 번째는 59살이었고요. 제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는 60살이었어요.
마흔아홉에 첫 세계일주를, 두 번째는 오십 아홉이라. 이런 사람이 있나! 클라이맥스는 예순에 아빠가 되었다,였다. 내가 꼽는 그의 한 마디는 세상을 보라! 리스본에 갔을 때 아이가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2층짜리 버스를 타고 버스 투어를 할 때였다. 독일어도 영어도 오래 집중하고 듣기가 힘들어서 운전사가 나누어준 이어폰을 손에 들고 한눈을 파는 나와는 달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열심히 듣던 아이가 불쑥 선언했다. 나중에 크면 리스본에서 공부할래! 그때 알았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아야 할 이유. 며칠 뒤 귀국할 때 그 말을 상기시키자 시치미를 뚝 떼긴 하더라만.
그럼 어른들이 세상을 보아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휴식이 필요해서? 내 경험으로는 세상을 다르게 사는 방식을 배우고 마음의 충전을 위해서가 아닐까. 리스본의 첫날 시댁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먹는 일에는 관심들이 적어서 아무도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다. 내가 믿었던 형님네 조카는 인턴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고, 저녁 식사에 도움이 되는 팁은 얻지 못했다.
남편이 호텔 프런트에 물어서 간 곳은 한 눈에도 현지인들이 가는 핫한 레스토랑+바였다. 저녁 8시 반이 넘어 도착하니 당연히 만석이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바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날 저녁 내가 눈여겨본 건 웨이터들의 태도였다. 대부분 30대 남자들이었는데 빈 말을 던지지도 오버하지도 않았다. 침착함. 고요함. 지나치지 않은 미소와 친절이 눈길을 끌었다.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에 나오는 유서 깊은 저택의 젊은 집사들 같았다.
늦은 밤 레스토랑은 음악으로, 대화 소리로, 웨이터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주문을 받는 데는 오래 걸렸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데는 더 오래 걸렸다. 메뉴를 설명해주고, 와인을 골라오고, 잔을 채워주고, 빵 접시에 수시로 빵을 보충해 주고, 음식이 입에 맞는지 물어올 때 그들의 말과 표정과 몸짓에 피곤이나 짜증이나 서두르는 빛은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놀라웠다.
짐 로저스의 인터뷰 요지는 이렇다. 한 마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 말도 듣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럼 성공할 것이다. 만약 성공하지 못해도 신경 쓰지 마라.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 미국에 있는 한국 분들은 돌아가시라. 왜냐하면 한국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고 이것은 기회다. 통일하고 개방이 되면 앞으로 20년 동안 한반도가 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지금 30대인가요? 결혼했나요? 굉장히 행복하겠네요. (30대라는 나이는) 가정을 갖기엔 너무 어리고, 아이를 갖기엔 너무 젊어요.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는 가지셔야 해요. 아이들은 정말 축복이에요. 제 딸들은 제가 몰랐던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줬어요. 아이를 낳은 이후로 제 인생에서 울었던 것보다 더 많이 울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워요. 저는 지금 제일 행복해요.
본인은 성공했으니 저렇게 말할 수 있겠다. 성공하지 못해도 신경을 쓰지 말라니. 그러기가 말처럼 쉬운가. 하지만 뾰족한 방법도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누가 뭐래도 그 일로 행복을 느끼는 것. 이것이 누구나 바라는 삶일 테니까. 거기에 성공까지 따라 주면 금상첨화겠다.
오십이 되니 삶의 셈법이 단순해져서 성공과는 상관없이 나 역시 매 순간 만족한다. 20년 전부터 글을 쓰겠노라 큰소리친 후 마침내 글을 쓰고 있으므로. 지나간 시간을 만회하느라 매일 써는 것조차 불평할 시간이 없다. 행복한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불행하지 않으면 괜찮다. 만일 불행하다면? 그러면 써보라. 무엇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