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는 잘츠부르크를 다녀왔답니다. 이번엔 모차르트만 만나고 왔어요. 그날은 날씨가 덥고, 햇볕이 강했어요.
잘츠부르크 마카르트 다리 위 전경(아래)와 로맨틱한 열쇠들(위)
그리운 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부활절 주말에 알리시아와 잘츠부르크를 다녀왔답니다. 작년부터 벼르고 벼르던 곳이었어요. 잘츠부르크에 유별난 애정이 있어서는 아니고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만큼 쉽게 다녀올 만한 명소도 드물기 때문이에요. 부지런을 떨면 온전한 하루를, 욕심을 비우면 아이와 함께 반나절을 보낼 수 있는 곳이지요. 한 번에 다 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답니다.
뮌헨에서는 바이에른 티켓(왕복 25유로/잘츠부르크 시내 교통비 포함/어린이 무료) 하나로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어요.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로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답니다. 기차에서 앉아 가려면 뮌헨 중앙역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게 좋고요. 4월 중순을 지났을 뿐인데 잘츠부르크는 여름 날씨였어요. 이번에는 모차르트만 보고 오겠다 생각했죠. 알리시아가 음악 시간에 배운 세 작곡가 중 한 명이 모차르트였거든요.
잘츠부르크는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이 부자 동네고 남쪽이 가난했던가 봐요.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버스를 타고 강 근처까지 오자 다리 앞에 모차르트가 살던 집인 모짜르트 레지던스 Mozart-Wohnhaus 가 있었어요. 모짜르트가 17년 동안 살던 생가 Mozarts Geburtshaus는 다리 건너편 남쪽에 있고요.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곳은 구시가지랍니다. 시가지가 무척 아름답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었어요. 애 데리고 다니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잘츠부르크 트람(왼쪽) '사랑의 자물쇠' 마카르트 다리(오른쪽)
그날은 날씨가 덥고 햇볕이 강했어요. 더 피로했던 건 어딜 가나 넘치던 관광객들과 모차르트의 집에 빼곡하던 관람객들이었고요. 두 집의 동선이 가까운 게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일명 '사랑의 자물쇠 다리'로 불리는 마카르트 다리만 지나면 갈 수 있거든요. 입장료(어른 11/어린이 3.50유로)는 비쌌어요. 두 곳 방문시 콤비 티켓(어른 18/어린이 5유로)이 있다는 건 생가에 가서 알았죠. 매표소에 말했더니 콤비 가격으로 할인을 해주네요. 합리성의 나라 맞고요. 독일어를 사용하는 것도 마음 편했답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는 트람으로 이동했는데, 역 바로 앞이 정류장이라 이동이 쉬웠어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로도 유명한 미라벨 궁전 정원은 모차르트가 살던 집 맞은편에 있답니다. 출구 쪽에 서 있던 <사운드 오브 뮤직> 차량도 신기했어요. 그런데 미라벨 궁전의 화려한 정원보다 더 저의 시선을 끈 것은 핑크빛으로 만개한 미라벨 궁전 앞 도로의 왕겹벚꽃 나무들이었어요. 얼마나 황홀한지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죠. 마치 잘츠부르크에 봄꽃 구경을 온 것 같았어요.
저녁에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은 수월하지만은 않았어요.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오후 6시부터 뮌헨행 기차를 기다렸는데, 열차 사고가 나서 기차가 안 오는 거예요. 나중에는 기다리는 사람만 수십에서 수백 명으로 늘더군요. 독일과 가까운 프라이 라싱으로 가서 기차를 기다렸더니 밤 9시 직전에 기적처럼 뮌헨행 기차가 왔어요. 기다리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고요. 알리시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될 거 같네요.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역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이 차고 맑고 푸르렀답니다.
미라벨 궁전 입구(위) 사운드 오브 뮤직 차량과 벚꽃길(아래)
샘.
영어 공부 계속하고 계시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어요. 영어란 게 첫 입을 떼기만 하면 일상 회화는 무난히 극복할 수 있으실 거예요. 그동안 축적된 게 있으니까요. 외국인 울렁증 극복이 가장 큰 변수긴 하겠지만요. 그런데 왜 온 국민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지! 어쨌거나 시작이 반이란 말이 괜히 있는 소리는 아닐 테니 힘내시구요. 이번 봄에 프리 토킹으로 넘어가신 건 적절한 타이밍 같아요.
저 역시 외국어를 익히는 고충을 백번 이해한답니다. 독일어샘 린다가 뭘 물을지 뻔한데, 언제나 그 단어만 까맣게 타르를 칠한 것 같거든요. 지난 번까지 기억나던 단어가 이번엔 깜깜하기 예사고요.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포기하는 순간 남는 건 물거품뿐일 테니까요. 오십이 넘으면 성실과 인내와 끈기로 승부해야 하는데 여기엔 또 체력이 관건이지요. 이래저래 쉽지 않은 중년의 공부입니다. 샘의 건강이 염려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올봄엔 일도 공부도 모쪼록 건승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