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도 6.1일부터 정상화된다는 소식이다. 무료 점심도 없고, 일거리도 많아지겠지. 그래도 반갑고 기쁘다. 이런 게 그토록 바라던 일상 아닌가. 오월이 가기 전에 봄날이 오나 보다.
시어머니께 선물한 꽃과 어머니의 정원
주말에 슈탄베르크의 시부모님을 방문했다. 어머니날에 못 드린 작약꽃, 핑스트 로제 Pfingstrose 한 다발과 함께. 두 분을 못 뵌 지도 두 달이 넘었다. 그 사이 연로하신 시아버지 오토는 몸이 더 쇠약해지셨다. 휠체어가 그의 의자였다. 우리를 보시자 예전처럼 기뻐하셨지만, 코로나를 염두에 둔 거리두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손톱도 못 깎아드리고 왔다. 하필 오른쪽 손가락 끝이 계속 감각이 둔해서. 아이를보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친딸이 봤으면 기분이 안 좋았을 것이다. 시어머니 카타리나는 팔순의 나이가 믿기지 잃을 만큼 변함없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셨다. 새벽부터 일하러 다닌다고 두 분이 염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 게 부모님 마음이라 생각하니 감사했다.
부모님 댁에는 오후 3시에 도착. 쿠헨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6시 30분에 저녁을 그리고 8시에 뮌헨으로 돌아왔다.시누이 바바라 차로 뮌헨을 출발하자마자 슈탄베르크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레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다. 도착하니 어머니의 가든도 물기가 촉촉했다. 우박도 왔던가 보다. 골목에는 꽃잎과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졌다. 해가 나서 어머니의 정원에 앉아보기를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다. 모처럼 정원일을 해보려고 밀짚 모자까지 챙겼건만. 아이를위해 우편으로 보내주신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도 들고 가서 감사 인사를 했다.어머니께 집에 손 볼 건 없냐고 여쭈니 주방 후드에 기름때가 많아고민이라고 하셨다. 남편을 부엌으로 불러 바로 해결해 드렸다.해결사인 막내아들은 이럴 때 존재감이 빛나는 법.
부모님 댁에서도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아이와 바바라가 부모님과 같은 테이블에, 나와 남편은 출입문 앞에 작은 테이블을놓고 앉았다. 지하철로 매일 요양원으로 출근하는 나는 특히 주의가 필요했다. 볼키스나 손키스도 생략했다. 시아버지의 친딸 미하엘라에게 어머니가 잔소리를 듣지 않게 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인 미하엘라는저녁마다 자기 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데 요즘 들어 예민하다고 한다. 제 생각엔 갱년기 같은데요, 하자 어머니께서도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 어머니는 갱년기도 모르고 지나가신분이다.나는 그런 사람을 딱 두 사람 안다. 우리 카타리나 어머니와 뮌헨에서 일하는 우리 조카의 엄마다. 한 마디로 성격 좋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친척 언니다. 그날은 부모님 댁에서 평소라면 마시지 않을 오후의 커피를 마셨는데도 잠을 잘 잤다.
어머니 주방에서 보이는 파란 대문(위).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 쿠헨과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마모아 쿠헨(아래).
시부모님 댁을 다녀올 때마다 집에 오면 저녁이 편하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빵과 치즈와 햄과 살라미로 저녁밥을 해결하고오기 때문이다. 저녁 8시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와도 통화를 했다. 요즘 전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으셔서 걱정이다. 이번 주말에는 새어머니를 방문할 생각인데, 거의 석 달 만이라 1박 2일로 다녀올 예정이다. 세 달이라니, 고립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아무리 매일 저녁 우리와 통화를 한다지만 사람 온기가 그리우셨을 것이다. 요즘 우리 어머니를 바쁘게 만드는 일은 두 가지다. 아파트 삼면의 꽃밭에 물 주기와 TV로 축구 시청하기. 최근에는 장미가 피었다는 소식도전해주셨다.
새어머니와 통화가 끝나자마자 남편과 아이가 잽싸게 자리를 떴다. 안 봐도 뻔하다. 둘이서 영화를 보려는 거다.3월부터 침실을 남편 홈오피스로 쓰고 있다. 남편은 신나게 공구들을 나르고, 방의 2/3를 차지하는 작업 테이블을 설치하고, 방 입구에는 머릿 부분을 높게 조절할수 있는 매트리스까지 주문했다. 일명 홈무비. 저녁마다 그 방에서 아이와 영화를 보고, 휴식도 하고, 밤늦도록 일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 평짜리 글쓰기 방으로 간다. 남편의 늦은 취침과 나의 새벽 출근이 겹칠 때도그렇다.문제는 점점 더 내 방이 좋아진다는 것. 그래서 울프가 그리도 강조했나. 자기만의 방, 중년의 아내들에게도 꼭 필요한 방!
독일은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오래도록 잠자던 도시가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랄까. 지난주에 문을 연 카페와 레스토랑은 1주일 동안 시범 운영을 마쳤다. 코로나 때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는데, 지난주에는 가게 바깥야외 테이블에만 앉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주부터는 실내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는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우리 요양원도 6.1일부터 정상화된다는소식이다. 무료 점심도 없고, 일거리도 많아지겠지. 그래도 반갑고 기쁘다.이런 게 그토록 바라던 일상아닌가. 우리 아이도 학교가 끝나면 친구 율리아나 집에 가서 숙제도 하고 오후 내내 놀다가 온다. 매일 신났다. 오월이 가기 전에 봄날이 오나 보다.
땅에 떨어지기만 했는데도 예쁜 건?(위) 다시 문을 연 동네 이태리 레스토랑.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전책 선물. 혼자 만의 방!(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