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rarian Pia Jan 09. 2021

새해 업무 첫날의 고민과 질문

도서관장의 업무 일기

2021년 1월 4일.

  시무식도 없이 새해 업무가 시작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 19 상황을 예측할 수도 없었고, 그러니 우왕좌왕하며 임기응변식으로 겨우 버텨온 것 같다. 그러나 2021년은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 19 백신이니 치료제니, 집단면역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론은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겨울까지도 이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예측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가야할지 새해를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첫날이라고 한가하게 앉아있을 틈은 없다. 도서관 사서는 백조에 비유하는데, 물위를 유영하는 백조가 물 아래에서는 치열하게 헤엄을 치는 것처럼 도서관 업무 또한 이용자에게 보이는 부분보다 그를 준비하는 보이지 않는 업무가 더 많고 어렵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업무 운영보조금과 각종 사업 지원금 정산을 위해 자치구로 보낼 결재문서가 수없이 올라오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 2021년 시행계획 문서를 보내왔다.

 때마침 나는 '지식문화도시, 서울을 위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과제 이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2018년도에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으며, 국가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2019년에 수립하고 현재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시가 1년 먼저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였으나, 국가 계획과 비전이나 과제가 크게 어긋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다. 서울시의 경우 '내 삶을 바꾸는 지식문화도시, 서울'이라는 비전을 세웠는데, 국가 계획의 비전은 '우리 삶을 바꾸는 도서관'이다.  국가나 서울시나 도서관의 역할이 국민(시민)의 삶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종합발전계획이 얼마나 정책의 지향점과 과제의 통합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립시기가 제각각이고, 외부에 연구용역을 통해 수립하고 있는데 이렇게 제각각인 종합발전계획이 얼마나 국민의 삶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고민이 깃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매년 국가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시행계획 요청에 따라  광역 대표도서관은 해당 시.도의 실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도 서울시나 자치구는 자신들의 계획을 국가의 시행계획에 맞도록 재편성하여 제출할 것이다.


 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종합발전계획의 연계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계획 수립을 위한 체계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든 지방자치단체든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정책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정책 방향의 근거자료를 확보해야 하며  논의와 실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광역의 대표도서관이 기초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도서관과 상시적으로 정책 방향과 도서관 서비스에 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해당 시도에 맞는 정책을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학계, 단체, 시민사회 및 대표도서관 등 현장과 함께 발전종합계획을 논의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존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이행과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과정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 국민이 쉽게 이용하는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도서관 운영 인프라와 서비스 현황을 파악하고, 그의 개선을 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겠다. 국가와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며, 법. 제도의 개선 및 운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일사분란한 국가 도서관 정책추진과 함께 도서관의 지역사회 상황에 따라 '따로 또 같이'의 추진전략도 필요하다.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힘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현장의 참여도를 높이고 다양한 관점의 거버넌스 활동의 결과인만큼 정책의 효과성이나 실효성이 증대될 것이다.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서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긴 호흡의 실행계획서이다.  2018년 5월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런 저런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우리의 고민이 깊게 담겼고, 도서관계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들어 스스로 수립한 계획이다. 역량이 부족하고 내용이 미흡해도 현재보다 한 걸음 나가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이 계획을 수립하였기 때문에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연구 조사를 시행하였으며 시립도서관 건립 등 차근차근 정책사업을 실천할 수 있었다.  2021년은 서울시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수립 4년 차가 되는 해이다. 올해는 실행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며 다음 5년을 생각해 볼 때이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계획의 실천을 고민하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2018년 11월에 열린 시민대토론회에서 던진 질문.

"도서관은 정확히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언제쯤이면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도서관의 삶, 그 불멸의 역사가 가능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