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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밤과의 산책

1. 인생은 퀘스트

  

 늦은 밤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는 것이 참 좋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을 먹고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음악을 들으며, 어둠이 스르르 내려앉은 한적한 길과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불빛이 희미한 가로등 아래를 차분히 걷노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한 동네에서 15년 가까이를 살다 보니, 15년 전에도 걷던 그 길을 지금도 걷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산책의 변주를 주기 위해 종종 아파트 단지 내 사이사이로 가보지 않았던 길들을 걸으며 밤의 산책을 한다. 늘 있던 그곳이었음에도, 새로 발견한 길처럼 한발 한발 걸어갈 때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이 길을 통해 쭉 걸어가면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늘 산책하던 익숙한 길이 나온다. 

     

  늘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10여 년 전에는 대학입시를 걱정했었고, 7~8년 전에는 대학원 입시와 연애에 대해 고민했었고, 불과 1~2 년 전에는 시험에 합격하기를 고대했었다. 늘 그 시절마다의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 들을 가득 안고 그 길들을 매일 밤 걸었던 것 같다.


  걸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 인생은 단계마다 퀘스트가 있는 게임 같다는 생각을 했다. 1단계를 깨서 기뻐하는 것도 잠시, 바로 2단계에서 좀 더 어려워진 게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인생의 한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스테이지가 펼쳐지고 풀어야 할 새로운 인생의 과제가 나에게 던져지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큰 걱정거리였던 시절이 있다면, 연애와 취업이 주된 관심사인 시절이 있었고, 이젠 결혼, 앞으로는 일과 육아가 주된 이야깃거리가 되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지나가고 난 후에는 또 새로운 고민거리가 나에게 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살아가는 날들 내내 계속 내 인생의 고민들은 늘 나와 함께하고  나는 그렇게 또 밤과 산책하며 나의 고민들의 실타래를 찾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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