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다가 나는 작가가 되었을까! 수많은 답이 가능하겠지만, 그중에서 저는 제가 읽은 책들이, 또 그 책들을 질투하며 베껴 쓴 시간들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강의를 위해 다시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 손바닥으로 쓸어보았습니다.
삐뚤삐뚤 그어 놓은 많은 밑줄이 제 가슴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이 밑줄들이 만든 긴 흐름의 끝에 제가 서 있는 것이겠지요. 작가란 이렇듯 항상 밑줄 긋는 자이면서 밑줄 긋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는 족속일 겁니다.
-천년 습작, 김탁환-
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정확하게 기억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각종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상을 타면서 나름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입시에서 자유로워진,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막연하게 작가라는 꿈을 꾸어왔다.
작가의 꿈을 안고 허기에 주린 아이가 밥을 먹어 치우듯, 손에 잡히는 대로 도서관의 책을 읽어 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김탁환의 천년의 문장.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위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또 그었다. 나 역시 김탁환 작가님처럼 늘 책을 읽으며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들을 질투했었고, 부러운 마음을 담아 그들의 문장을 흰 종이 위에 펜으로 꾹꾹 눌러 담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책들을 질투하며 필사했던 시간들의 끝에 내가 서있는 듯했다. 내가 그었던 수 많은 밑줄들의 끝에 지금의 내가 있기에, 지금도 밑줄을 그으며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들을 내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밑줄 긋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토록 되고 싶은 작가란 어떤 사람인 것일까?
각종 현 악기를 조화롭게 지휘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작가는 고독을 벗 삼아 종이 위에 자음과 모음을 섞어 아름다운 문장들을 창조하기 위해 매일을 홀로 고군분투하는 문장의 지휘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자음과 모음이 만나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면, 누군가 그 문장 속에서 위로를 받고 그 문장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그런 문장을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