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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섹스 앤 더 시티-킬힐을 벗어던진 여자

1.


  이틀째 발목이 너무 아팠다. 발목뿐만 아니라, 다리 전체가 두드려 맞은 것처럼 저리고 무릎 마디마디가 욱신거리듯 아팠다. 아마 엊그제 대학생 시절 신던 무려 13cm 굽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외출한 탓인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매일 구두를 신었었는데, 어떻게 매일 이 높이의 구두를 신고 다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하이힐 하면 떠오르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있다. 드라마의 배경인 뉴욕 맨해튼에서 뉴요커의 화려한 일상을 엿볼 수 있고, 일상 영어가 많아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한 콘텐츠로도 인기가 많았다.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연애칼럼니스트로 엄청난 명품 구두 애호가이다. 그녀의 구두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신발장에 마놀로 블라닉 구두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이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높은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구두를 신으면 다리도 길어 보이고 키도 커 보이고, 일단 옷 태가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청바지를 입어도, 치마를 입어도 늘 구두를 신었다. 간혹 발목이 얇은 친구들은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목이 꺾이거나 해서 구두를 못 신는다고 하던데, 나는 발목이 튼튼해서 인지 그런 걱정은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4년 내내 10cm 이상의 구두를 신고 무거운 전공책을 들고 학교에 다녔으니 그 당시만 해도 신입생의 패기가 넘쳐났던 것 같다.          



2.


 지금도 신발장을 보면 대학시절 열심히 신고 다녔던 구두들이 몇 개 자리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구두이기에 그 신발에 차마 손이 가지는 않지만, 가끔씩 아~ 내가 저렇게 높은 신발의 구두를 신었구나 그 당시의 체력과 열정에 감탄을 하곤한다.



 한동안 운동화를 많이 신었는데, 나이키 러닝화처럼 발등이 높이 올라온 운동화는 자칫 다리가 짧아 보여서 신을 때마다 발은 편했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때 어느 옷에나 다 잘어울리느 느낌을 주는 벤시몽을 신었는데, 밑창이 얇아서 인지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분명 작년에는 발이 하나도 안 아팠는데, 올해 들어 유난히 발바닥이 아픈 건 왜일까.. 요즘엔 굽이 낮은 편한 신발들을 주로 찾게 되는데, 스페인 국민화라는 캠퍼에서 산 하얀 컨버스가 정말 발이 편해서 손이 많이 간다.     


 

3.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임



 어쩌면, 더 이상 킬힐이라 불리는 높은 구두를 찾지 않게 된 건...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 성숙해진다는 것은 내가 싫어했던 나의 모습과 단점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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