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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Oct 31. 2020

내가 운전하는 차에는 왜 모두가 타고싶어하지 않는걸까?

운전연습



1. 10년 만의 운전연수


  10년 만이었다. 운전면허를 딴 뒤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 10년 만이라 그런지 브레이크와 엑셀의 위치가 헷갈렸고, 더 이상 차키를 꽂지 않고 버튼을 눌러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10년 만에 운전대를 잡는데, 하필 폭우가 쏟아졌다. 그래도 연수 선생님은 비 오는 날의 운전경험도 중요하다며 장롱면허인 나를 그대로 데리고 도로로 나섰다.     

  

 비가 주적거리며 오는데, 처음 뵙는 낯선 선생님과 운전을 배웠다. 여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엄청 꼼꼼하게 그리고 찬찬히 운전을 알려주셨다. 수업을 하면서 운전을 너무 잘하니 나중에 운전연습 강사를 해도 되겠다며 칭찬까지 해주셨다. 4회 10시간의 연수를 만족스럽게 마친 뒤,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연수 선생님의 칭찬을 고대로 말해줬더니, 다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소리로 웃었다.


2. 왜 아무도 내 옆자리에 타고 싶어 하지 않는거야?


  그렇게 연수를 마치고, 남동생을 옆에 태우고 도로로 나섰다. 옆자리에 앉은 남동생은 본인의 안전을 걱정했으며, 큰 목소리로 누나 왜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냐며, 잔소리를 해댔고, 좌회전과 유턴을 헷갈린 나를 두고 어떻게 좌회전이랑 유턴을 헷갈려하냐며 이건 좀 심각하다며 어서 차에서 내리고 싶어 했다.       

  

  분명 연수 선생님은 내가 다른 분들보다 운전에 소질이 있다며 나중에 운전연수 강사를 해도 되겠어요라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정작 나랑 도로에 나갔다 온 남동생은 여동생에게 이렇게 운전을 가르칠 거면 환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투덜댔다고 한다. 그 뒤로 남동생은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지 않았다. 정말로. 단 한 번도...

       

 운전에 재미가 들리면서, 가족들과 어디에 갈 때면 항상 손을 번쩍 들며 내가 운전할게라고 당당하게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두 동생들은 동시에 답한다. “난 안가.” “나도, 싫어 안가. 진짜야.” 그렇게 동생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 난 의기소침하게 누군가의 차의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안전벨트를 맨다. 속으로 ‘흥~’ 이러면서!

    

 오늘도 내가 오후 느지막이 차키를 들고 운전을 연습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가족 모두 혼자서 나가는 건 서툴러서 아직 안되지만, 본인들은 모두 내가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 타기엔 바쁘다며 갖은 핑계를 대며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억지로 억지로 나를 떠맡은 아빠는 40분 만에 내가 이제 운전을 잘하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저녁을 먹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연수 선생님의 칭찬은 정말... 빈말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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