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제목을 통해서 북클럽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건지라는 이름이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위치한 섬이라는 것도, 감자껍질파이라는 빵이 있다는 것도 영화를 보면서 알게되었다.
#2 북클럽, 그리고 줄리엣
여자 주인공 줄리엣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자신의 삶에 권태로움을 느낀다. 작가로 성공하기 전 그녀는 자신이 곤궁했던 신인작가 시절 그녀의 주소와 이름이 적힌 책을 팔았는데, 그 책에 적힌 그녀의 주소로 낯선 이의 편지가 도착한다. 줄리엣은 서점이 없는 건지 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로부터 세익스 피어의 책을 구해달라는 편지를 받았고, 책을 선물로 보내주면서 그들의 편지가 시작된다.
건지 감자파이 북클럽은 도시 애덤스가 속해있는 북클럽이다. 북클럽은 독일군이 건지 섬을 점령했을 당시에, 건지섬의 몇몇 사람들이 독일군의 눈을 피해 마련한 돼지와 술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여 만찬을 즐기다가 귀가하던 중 독일군에게 들키게 되었고, 만찬 사실을 숨기기위해 길위에서 급조한 독서클럽이다. 독일군의 삼엄한 감시로 인해 그들은 실제 매주 모여 책 낭독과 토론회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덧 독서클럽은 전쟁 통에서 그들이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쉼터이자,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3 건지섬에 숨겨진 여인 '엘리자베스'
건지섬으로 향하는 줄리엣
건지섬에서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줄리엣
삶이 권태로웠던 줄리엣은 그들의 북클럽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약혼자를 남겨두고 홀로 건지 섬으로 출발한다. 건지 섬에서 그녀는 북클럽 사람들과 만나며, 그곳에 현재 없지만 존재감있는 엘리자베스라는 여인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간다. 엘리자베스는 도시 애덤스의 친한 친구였으며, 정의감이 투철한 자신의 신념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독일군이 건지 섬을 점령하자, 병원에 배치되었고 그곳에서 독일인 의사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독일인 의사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독서클럽에 참석하기위해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가 본국으로 송환되어 가던 중 그가 탄 배가 어뢰에 맞아 죽고 만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혼자 딸 '키티'를 낳아 키웠다. 정의감이 투철했던 그녀는 독일인이 건지 섬으로 징병해온 노예 아이가 탈주하자 그 아이를 돕다가 독일군에 체포되어 연행된다. 엘리자베스의 딸 키티는 도시 애덤스가 홀로 키우게 된다.
이 사연을 알게 된 줄리엣은 미국 장교인 그녀의 약혼자에게 엘리자베스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였고, 엘리자베스는 독일 수용소에서 독일군에게 맞는 어린 소녀를 구하다가 총살당하였음 알게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엘리자베스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 생각나는 여인이었다.
#4 줄리엣의 사랑
줄리엣은 미군 장교이자 부유한 자신의 약혼자가 있으나, 그의 사랑에 공허함을 느낀다. 아마 영혼의 교감이 없는 사랑은 그녀를 공허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러던중 그녀는 건지 섬으로 떠나는 항구에서 그녀의 남자친구로부터 청혼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승낙한다. 그러나, 그녀는 건지 섬에서 전쟁 기간 동안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아내 가면서 도시 애덤스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귀국이 늦어지자, 그녀의 약혼자는 그녀를 찾으러 건지 섬으로 오고 줄리엣은 그렇게 건지 섬을 떠난다.
#5 건지섬 그리고 그후...
건지 섬에서 돌아온 뒤 타자기 앞에 앉지 못하는 그녀...
줄리엣은 자신을 자신답게 하지 못하는, 약혼자와 헤어짐을 고하고 건지 섬에서의 일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 줄리엣은 북클럽 멤버들에게 건지 섬에서의 일을 글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본인의 벅차오르는 감정과 그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음을 깨닫고, 타자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의 생에서 삶의 의미와 작가로서의 생명을 되찾았으며,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삶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작가는 글을 쓰지 않고는 자신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감정들을 해소할 수 없는, 그래서 그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글을 써야만 하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글과 편지를 동봉하여 북클럽에 보낸다.
#6 사랑이 꽃 피는 항구
도시 애덤스는 그녀의 편지를 받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 줄리엣 역시 도시 애덤스에게 가기 위해 항구에서 배를 타던 중, 배에서 내린 도시를 발견한다. 선착장에서 만난 그들은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7 실제 있었던 이야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는 실제 건지 섬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를 쓴 작가가 작고하자, 그녀의 딸이 어머니의 책을 정리하여 출판하면서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실제 이야기이다.
나와 다른 시공간에 존재했던 그들이지만, 실제로 있었다는 이야기라는 사실에 큰 흥미를 느꼈고 영화시청 내내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다. 독일군 점령당시 건지섬에서의 특별한 이야기, 줄리엣의 사랑이야기가 궁금한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