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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17. 2022

필사 노트42-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브런치에 매일 문장들을 정리하고 내 생각들을 글로 썼던 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힐링을 하고 싶어서였다. 퇴근 후 책을 펼치고 문장들을 정리하는 시간들은 이상하리 만큼 나에게 차분함과 고요함을 선사해 주었다. 그래서 매일 문장들을 정리했고, 문장들을 정리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짤막하게 글로 적어내려 갔다. 때로는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시간들이 주는 평온함이 더 컸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특정 글들의 조회 수가 나의 기준에 폭발적이었다. 사실 조회수에 신경을 안 쓰고, 잘 보지도 않는다.(조회수에 신경을 썼으면 아마 나는 상처를 받아 매일 한 편의 글을 게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냉정하게 나의 브런치는 인기가 없다ㅋㅋ) 드디어 세상이 나의 글을 알아보는 건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신이 나서 내 글을 동생에게 보여주었는데, 동생은 지극히 평범한 글이라고 악평을 했다.            




내가 쓰는 글들이 곧 나라고 생각을 해서 항상 솔직함을 담아 왔었는데, 알게 모르게 눈치가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이상했다. 그 이후로도 솔직한 글을 썼지만, 나의 생각과 현재의 상태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책은 늘 나에게 평온함과 위로를 주었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은 항상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의 말처럼 내가 보내는 지금 이 시간들이 어떻게든 나에게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 시간들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꿋꿋하게 나의 시간들을 지켜나갔다.          




그런데, 요 근래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신기한 일이 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늘 내 편이 되어주는, 현명한 조언자인 친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 친구는 나의 생각과 판단이 잘못된 것 같다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토대로 말을 해주었다. 알고리즘이라는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고 싶긴 하지만, 가끔 내가 이상해진 건가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중에, 상대방 변호사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사건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변호사로서의 연차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다양한 재판을 하면서 재판에서 심증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직관적으로 일의 방향을 설정했던 적은 있지만, 그 경우에도 나의 직관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항상 있었다.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던 사건의 상대방 변호사는 노련한 변호사였고, 내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고 늘어졌다. 판사님이 힌트를 줘도 눈치가 꽝인 나는 엉뚱한 대답을 하고 나와서 아차 하곤 했었다. 나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입금증 원본인 물증이 있었기에 항소 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의정부 재판에서도 입증계획을 제출하자 첫 기일과 다르게 판사님의 태도가 온화하게 바뀌었다. 법정을 나서는데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 사건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상대방 변호사님은 의욕을 상실하신 느낌이었다. 역시, 물증이 제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외에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다. 친구 A가 카톡 창에 갑자기 대박사건 이라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친구들 모두 대박사건이 뭘까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 대박 사건이 용산에 있는 원동 미나리삼겹살 집에서 청첩장 모임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얼마 전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친구 B가 자기가 먼저 다녀오겠다며 방문했던 곳인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별로라고 평가했던 곳이었다. 친구 B가 맛집 탐방을 다녀왔던 장소에서 청첩장 모임을 하는 것이 대박사건으로 둔갑? 해버리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고요한 날 중의 하루였다. 아, 엄마가 만들어주신 전복죽이랑 호박죽이 참 맛있었다... 쓰고 보니 난 참으로 평범한 글을 쓰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상념이 나를 어지럽게 할 때 읽었던 글귀들 중에서, 책상 앞에 붙여 놓았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만큼 내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님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실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시를 정리했다. 피곤한 하루였다. 어서 쉬어야겠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월슨 스미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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