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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Feb 20. 2022

필사 노트 45- 읽고 생각하고 쓰다

        


                                                                         

        




나는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몇 분 안되기 때문에 더 큰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다. 대학시절 매주 책을 읽고 레포트를 써냈던 수업의 교수님이 그랬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바지 정장이  어울리시는 국문과 멋쟁이 여교수님이셨는데, 교수님은 리포트에 항상 엑셀런트의 코멘트를 주곤 하셨다. 사실 잘 쓴지는 모르겠고, 열심히는 쓰는 나의 노력을 가상하게 보아주셨던 것 같다. 나의 글이 쉽게 읽힌다고 칭찬해주셨고, 가끔 OO학생의 글에서는 나와 동년배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고 실제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로스쿨 입학 스터디에서 만난 A언니는 나와 공통적인 연결고리가 없었음에도 친한 사이가 되었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었고, 항상 나에게 “OO이가 글은 좀 쓰잖아.”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언니를 그렇게 잘 따랐었다.                




대학 시절 한 학기에 한 번씩 독후감을 작성하는 대회가 열리곤 했었다. 독후감을 쓸 책들과 주제, 분량이 모두 공개된 형태였고, 대회 당일 강의실에서 3시간 정도 독후감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되었다. 나는 독후감을 써야 할 책들 중에 강신주 선생님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라는 책을 골랐다. 주제와 분량이 모두 공개되었으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독후감을 미리 작성해서 가져왔었다. 물론 작성한 독후감 내용을 보고 쓰지는 못했다. 독후감 대회에 신청을 했던 건 수상 목적보다 선정된 도서들을 읽고 싶어서였다. 교수님들이 직접 선별해서 학생들에게 독후감까지 쓰게 하는 책들이니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회를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었으니, 대회에 참석했다. 항상 출석은 잘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서 나의 생각들을 적어 내려 갔었고, 참가 기념으로 아트하우스 모모의 영화티켓을 두 장 받기도 했다.




수상작 발표날 혹시나 하고 명단을 보았는데, 당연히 나의 이름은 없었고, 수상자 명단 옆에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독후감들에 대해서 평가를 하신 평론이 길게 게재되어있었 다. 교수님의 평가를 읽어가는 데 중간 부분에 내가 썼던 독후감의 내용들이 언급되어있었다. 대략적으로 장자에 대한 신선한 시각과 책 일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보이긴 하였으나 책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전체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라는 조언도 담겨 있었다. 사실, 정확하게 교수님의 위 언급이 나의 독후감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내가 적어 내려 갔던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었기에 스스로 나의 독후감이라 확정? 하고 기뻐했었다.          




그리고, 나의 글을 좋게 보아주셔서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신 고마운 분이 있다. 그분이 알려주신  팁을 열심히 활용해보아야겠다.           




                  





오늘은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를 썼기에,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었던 송숙희 선생님의 “읽고 생각하고 쓰다”의 문장들을 정리했다. 글을 쓰는데 머리가 멍하고 기운도 없고 기침도 하고 그렇다. 어서 쉬어야겠다.        




1.



읽기는 문자를 인지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읽기는 통찰이다. 문자의 나열이 의미하는 것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까지 가름하는 행위가 읽기다. 읽기란 문자 더미에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이 지닌 개개의 단서를 찾아 그것을 선으로 열결 하고 입체적으로 조립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를 해석하고 나만의 필터로 해독하는 일이다. 나아가 삶을 읽어내는 일이며, 온 우주에 대한 지식과 통찰을 내 삶에 불러오는 일이다. 세상을 파악하는 안목을 기르는 행위이다.          




2.



글로써 메시지를 표현하는 작업은 독자들이 공감할 주제를 뽑아내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며, 문장력으로 맛을 더하고,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편집하는 능력까지 포함한 지성과 감성의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3.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돈이 아니라 영혼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영혼의 인도를 무시한 채 부를 추구해서는 절대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진정한 부란 물질세계와 정신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가장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가장 자기답게 살고 있다면 그는 이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부자다.          




4.



그들이 낸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변화를 꾀하게 하고, 이를 통해 변화한 사람이 늘어나면 덩달아 사회도 변화한다. 더러는 역사의 장마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힘이 도미노 같은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역사에 기여하는데 LQ가 관건이 된다. 자기 계발의 달인들이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은 단지 읽고 쓰고 훈련에 바친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장이 요구하는 스펙을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을 때, 그들은 읽고 쓰기를 훈련했다. 쓰기 위해 읽고, 읽었으니 생각했고, 생각한 것을 썼다. 한도 끝도 없이 지난한 이 과정을 업보인 양 견뎌냈다.




5.



리터러시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개개인의 리터러시 능력이 곧 한 사회를 움직이는 능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6.



잘 쓰려면 우선을 읽어야 해요. 맛있는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요리를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잘 읽지 못하면 잘 쓸 수 없어요, 잘 읽으면 무조건 잘 쓸 수 있어요.




7.



읽기는 곱셈이다. 내면에 저장된 선험적 지식이나 경험의 단서가 없다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없다. 새로운 생각이 없으면 쓰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8.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읽은 자료를 조목조목 정리한 것은 지식을 구조화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은 기억해야 할 정보를 특정한 기준이나 속성에 따라 분류하고 카테고리 화함으로써 저장하기 쉽게, 꺼내 쓰기 쉽게 만드는 작업으로 스키마 쌓기의 본령이다. 이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료를 입력할 때 나의 언어로 내 식대로 표현함으로써 자료의 메시지를 장기기억 모드로 전환시키는 것인데, 이것이 지식 구조화 작업의 핵심이다.     




9.



나의 스키마를 증폭시킨 공신은 읽기로 확보한 지식이나 정보, 또는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쓰는 습관이었다. 새로운 것을 알거나 읽거나 경험하면 나는 블로그나 이메일이나 칼럼에다 그 내용을 쓰곤 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와 장기기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글로 쓰는 것은 읽은 그대로가 아니라 자기식대로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문자로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0.



나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으면 그의 서가부터 살핀다. 또 그가 막 읽다가 접어둔 책이 무슨 책인지 훔쳐본다. 책 쓰기 코칭을 받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리스트를 100권씩 적어내라고 주문한다. 후배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답 대신 읽은 책들의 종류를 묻는다. 누구든 그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가 읽은 내용은 그의 사유와 행동을 지배한다. 읽기는 인생 그 자체다.          




11.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대단한 기업가들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대한 판단을 앞두고 무엇에 도움을 받을까요?” 젊은 그들은 그제야 자세를 가다듬고 눈동자를 고정한다. 언급한 거물들뿐 아니라 성과가 탁월한 세계적인 CEO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문학이나 인문서에서 답을 찾는다고 말해주면 그들의 눈빛은 더욱 반짝이다. 경영도 결국 세상과 사람 사이의 일이며,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과 사람을 잘 읽어내는 습관을 들이면 경영이든 그밖에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나서 전문가의 연구 이론을 비려 쐐기를 박는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키스오틀리는 소설을 많이 읽는 대학생일수록 사회적 능력이 뛰어나며 그 이유는 소설을 많이 읽으면 감정이입 능력이 발달되어 대외활동을 수행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2.

   


나는 시를 많이 읽는다. 시를 보며 별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들의 눈을 닮으려 애쓴다. 시인의 눈을 따라가며 관찰하고 표현하는 비결을 배운다. 김이듬, 이기철, 문정희 시인의 시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시인들의 시집은 닳고 닳아 표지가 너덜거릴 정도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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