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폐쇄적이거나 사회성이 없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타인의 시선을 어려워한다. 물론,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거나, 타인으로부터 관심받는 것을 힘들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호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좋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관심을 좀 어려워(?) 하는 편이다. 10대 시절부터 그랬다.
그래도, 어른이 된 지금은 타인의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을 좋아한다. 사회생활도 원활하게 잘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내향적인 성향을 잘 다독여주는 책을 만났고,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아래는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향인의 공통의 생각’의 문장들을 정리했다.
1.
가만히 누워 있고만 싶었다. 하염없이. 이불속에서 픽션에만 빠져 살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할 때는 불안하지 않다가 모든 걸 덮고 현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불안이 덮쳤다. 그러다 다시 픽션으로 향하는 재생 버튼을 누르면 거짓말처럼 눈물이 쏙 들어갔다. 이러다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날이 따뜻해지고 밖이 떠들썩해질수록 나는 더 가라앉았다. 아래로, 안으로, 구석으로.
외출하면 세상의 화가 내 에너지를 빼앗아갔다. 소진된 채 돌아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를 상처 입히는 것 대신 글을 쓰기로 했다. 그저 외치고 싶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고. 쉽게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버리지만 나 또한 위로받기 위해, 이해받기 위해 나를 보여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나의 글은 그렇게 쓴 문장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2.
일이 있으면 그냥 글을 쓴다. 글은 말이 없지만 나를 책망하지도 않는다. 글을 통해 그저 조용히 혼자 사태를 정리하고 자아 성찰을 하며 나아가는 것이 편하다.
3.
외로움이라는 것은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당장이라도 달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오라는 말 대신 간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 챙기란 말 대신 챙겨주겠단 말을 듣고 싶은 것. 가끔은 당신의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을 먼저 배려받고 싶은 것. 당신의 필요로 오는 연락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맞는 연락을 받고 싶은 것.
4.
대체로 차분함이나 활동성의 정도로 판단하지만 사실 외향과 내향을 구분하는 기준은 본질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방향에 기반한다. 외향인은 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 내향인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얻는다
5.
'현명한 리더는 작은 소리로 말한다'의 저자 제니퍼 칸와일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을 예로 들며 조직의 지도자나 임원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6.
다큐멘터리의 궁극적인 주제에 따르면,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며 누군가의 성격을 바꾸려 하기보다 수용함으로써 그 성격의 강점을 더 잘 발현할 수 있다.
7.
시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감정을 꺼내 표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문학인의 상상력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과 같다고 배웠다. 타인이 가진 긍정의 감정을 넘어 고통까지 느끼는 그 상상력은 정말 멋진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그 눈물을 우습게 여길 수 없었다. 울고, 울고, 충분히 다 울고 나면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병은 언젠가 치유될 것이다.
8.
어떤 감정이든 없어도 되는 감정은 없다. 모든 감정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우리는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타인과 소통한다.
9.
나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첫 단계가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숨김없이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고 싶을 땐 솔직하게 마음껏 울어야 한다. 생각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누구에게나 포옹과 위로는 필요하다. 감정 또한 나의 일부이므로, 거부하는 순간 자아에는 균열이 생겨버린다. 슬픔과 두려움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여 보살필 때 우리는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10.
나에게 돈과 워라밸보다 중요한 건 편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자아’를 따르고 싶을 뿐이다.
11.
어느 작곡가 친구는 “한때 음악으로 성공해서 내가 틀렸다고 말한 사람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나는 그를 이해했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웠다.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이해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12.
나는 언젠가 내 글로 많은 사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걸 이루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을까 봐 가끔 두려움에 휩싸인다. 기어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내야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 테니까, 그전까지는 계속 지금과 같은 심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13.
호모 센시티브는 예민한 덕분에 타인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좀 더 빨리 캐치한다. 따라서 더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옳고 그름을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자기 성찰을 많이 해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올곧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인간상과 그렇지 않은 인간상을 쉽게 가려내니 좀 더 진실하고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꾸려갈 수도 있다.
물론 세상의 부조리에 민감하게 노출돼 머리 아픈 날이 많겠지만,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예민하다는 건 단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으니 인간은 더 입체적이고 신비로운 존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