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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May 01. 2022

시를 필사하는 시간 1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시인


작가 김연수는 글 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를 필사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시의 함축적인 의미, 시의 리듬감, 시인이 숙고하여 고른 섬세한 단어들은 언어에 대한 감각을 한 껏 고양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시인의 뛰어난 언어 감각을 부러워해 시를 필사했었고, 마음이 어지럽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도 시집을 펴놓고 시를 필사했었다. 문득, 시를 필사하다가 누군가 내가 필사하는 시를 읽으며 내가 시를 통해 받았던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다     

                          

                                               다나카와 슌타로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곡조를 떠올린다는 것

재채기를 한다는 것

당신의 손을 잡는다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짧은 치마

그것은 둥근 천장에 별들의 운행을 비춰 보는 것

그것은 요한스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거부하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고 있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커진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군인이 부상을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아우성친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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