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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May 03. 2022

시를 필사하는 시간 2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시인



엄마에게 처음으로 선물했던 책이 류시화 시인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을 정도로 중학생 시절부터 류시화 시인님을 좋아했다. 류시화 시인님의 글 속에서는 늘 인생의 지혜, 삶의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새롭게 출판된 류시화 시인님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라는 시집에 실린 ‘곁에 둔다’는 시는 살면서 내 삶을 향기롭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내 곁에 두어야 할지, 어떤 사람들을 내 곁에 두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시였다. 요즘 들어 온몸으로 깨닫는 옛말이 있는데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 끼리끼리라는 말이다. 이 시를 읽는 분들도 본인 주변을 돌아보면서 아름답고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을 곁에 두는 향기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곁에 둔다          



봄이 오니 언 연못 녹았다는 문장보다

언 연못 녹으니 봄이 왔다는 문장을

곁에 둔다          



절망으로 데려가는 한나절의 희망보다

희망으로 데려가는 반나절의 절망을

곁에 둔다          



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파도를 마시는 사람을

걸어온 길을 신발이 말해 주는 사람의 마음을

곁에 둔다          



응달에 숨어 겨울을 나는 눈보다

심장에 닿아 흔적 없이 녹는 눈을

곁에 둔다          



웃는 근육이 퇴화된 돌보다

그 돌에 부딪혀 노래하는 어린 강을

곁에 둔다          



가정법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보다

가진 게 희망뿐이어서 어디서든 온몸 던지는 씨앗을

곁에 둔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곁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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