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가 어디예요?

그곳이 어디든떠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

by 노마드마리

에스토니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다음에는 에스토니아로 가요."라고 말하자 돌아온 사람들의 반응.


"거기가 어디야?"

"처음 들어보는 나라인데?"

"거기 가서 뭐하게?"




이번에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발리로 떠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그래프를 그리며 확산하고 있었고, 입국 금지 조치의 나라도 많았으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더 이상 기약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발리에서 돌아온 지 3개월 차.

나는 슬슬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고, 나에게 여행은 'Can't help it'과 같은 존재이니까.



'2020년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떠나자.'



우선 특별한 절차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몇 되지 않았다. 10개 국 정도.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지 않고 확산 정도도 심하지 않은 곳.

에스토니아는 조금 생소한 나라일지 모르지만, Skype라는 화상통화 서비스는 다들 알 것이다. Skype가 바로 에스토니아 출신의 서비스이다. 그리고 e-Residency라고 하는 제도가 있어, EU 국가의 국민이 아니더라도 EU에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한 때 유럽에서 기업을 설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e-Residency를 취득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던 적도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노매드 비자를 개인에게도 제공하는 제도를 갖추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의 조건을 갖추고 신청하게 되면 1년 간 에스토니아를 포함해 유럽을 돌아다니며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에스토니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디지털 노매드 비자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한 나라에서 90일 정도의 체제기간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EU 국가와 쉥겐 협약국 그리고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유럽 국가들을 왔다 갔다 하며 유럽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데, 디지털 노매드 비자를 취득하게 되면 1년 동안 이런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다.



'디지털 노매드 비자 취득에 도전하기 전에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좀 더 알아야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에스토니아로 떠나자.'



다행히 에스토니아는 유럽 내에서도 확진자 수가 적고, 확산세도 느린 편이어서 코로나를 조심하면서 생활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입국 제약이 없었던 곳.

신기하게도 내가 입국하고 난 후, 일주일 후에 입국 제약이 생겨버렸지만.


이번에도 나는 이런 느슨한 이유로 에스토니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도 나에게 엄청난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에스토니아에서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생활 면에 좀 더 집중해서 지내보기로 했다.


북유럽이 처음이었고, 구소련 영향권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내보기도 처음이었고, 무엇이 유명한지 조차 잘 몰랐던 이 나라에서 3개월 간 생활하면서 나는 또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하필이면 이 위험하고 불편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해외에서 생활하다니 어쩌나 싶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정말로 나에게 중요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용기 내어 한 발짝 발걸음을 떼었을 때,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선물과 같이 다가온다.

이전 02화왜 발리였어요?